'조선족' = 범죄자? '청년경찰', '범죄도시' 영화 상영에 중국 동포들이 뿔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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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림동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두 명의 중국 동포가 영화 속 '중국 동포 비하' 논란에 대해 얘기했다.

중국 동포를 범죄자로 그리는 영화가 잇달아 개봉하자 조용했던 그들이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황해' (2010), '신세계' (2013), '차이나타운' (2014), '청년경찰' (2017), '범죄도시' (2017)...

최근 몇년간 개봉한 영화 가운데 중국 동포가 범죄자로 등장한 영화다. 영화 '황해'에서 중국 동포가 청부살인업자로 등장한 이후, 중국 동포는 한국 범죄영화의 '악역 단골'을 맡아왔다. 지난 8월 개봉한 '청년경찰'과 10월 개봉을 앞둔 '범죄도시'에서도 이들은 정의로운 주인공과 반대편에 선 악당으로 등장한다.

반복되는 부정적인 묘사에도 목소리를 내지 않던 중국 동포들이 '청년경찰' 개봉 이후 행동에 나섰다. 공동대책위원회를 꾸리고, 몇 차례에 걸쳐 기자회견도 열었다. 요구했던 피해 보상은 받지 못했지만, 영화사를 상대로 사과문도 얻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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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림동 외국인 자율방범대원들이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조용했던 이들이 왜 이렇게 화가 난 걸까.

기존에 개봉한 영화와 달리 '청년경찰'은 대림동을 구체적으로 언급한다. 영화는 대림동 주요 상권인 12번 출구 일대를 우범지대로 다루고, 영화 속 택시 기사는 대림동을 가리키며 "여기(대림동) 조선족들만 사는데 여권 없는 중국인도 많아서 밤에 칼부림도 자주 나요. 경찰도 잘 안 들어와요. 웬만하면 밤에 다니지 마세요"라고 말한다.

BBC 코리아가 만난 대림동 사람들은 이런 영화로 그동안 노력해온 이미지 개선 작업이나 자율방범대 봉사활동이 물거품으로 돌아갔다고 성토했다. 가게 매출에 타격을 입었다는 상인도 있었다.

대림동에서 중국 식당을 운영하는 이 려 씨는 "3~4년 전부터 한국 분들이 일부러 중국 음식을 먹으러 대림동에 많이 온다. 손님 대부분이 한국 사람일 정도로 중국 음식이 인기가 많았는데 영화로 손님이 뚝 끊겼다" 며 걱정했다.

대림동에 터를 잡고 가정을 꾸린 이들은 '조선족'을 향한 부정적인 시선이 자녀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을까 우려하기도 했다.

한국에 온 지 11년 됐다는 최려나 씨는 "우리 2세들은 어떤 대우를 받을까, 그게 제일 걱정 된다. 우리 손님도 줄어들겠지만, 이런 태도가 우리 인권을 사실상 무시하는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대림동 일대를 순찰하는 외국인 자율방범대에서 부대장을 맡은 정광춘 씨는 미국이나 일본에서 온 동포와 중국 동포를 차별하는 경향이 있다고 꼬집었다.

"다른 동포는 재미교포나 재일교포로 부르는데 유독 중국 동포만 조선족이라고 부른다. 모든 중국 동포가 조선족도 아닐뿐더러 조선족을 대할 때 무시한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많다. 다른 걸 원하는 게 아니라 똑같은 인간 대접을 바라는 것이다."

이미지 캡션 한국 속 중국이라고 불리는 대림동엔 다양한 한자 간판이 많다.

국내에 정착하는 중국 동포가 늘면서 이들이 경제의 중요한 축을 담당하게 됐지만, 영화가 이런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일상 속에서 우리가 만나는 중국 동포는 아픈 가족의 간병인으로, 아이를 돌보는 양육자로, 회사 근처 식당의 '이모님'으로 다양하게 변모했지만, 영화 속에서는 계속 악당으로 남은 것이다.

실제로 통계청에서 발표한 2015년 15세 이상 경제활동상태별 외국인 통계를 살펴보면 한국에서 경제활동을 하는 한국계 중국인은 35만3097명으로 전체 외국인 경제활동인구 중 43%를 차지한다. 중국 동포들은 그만큼 국내 경제에서 중요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중국 동포 사회를 17년간 연구해온 동포세계신문 김용필 대표는 중국 동포를 부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기 보다는 한국 사회의 구성원으로 포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금 상태로 계속 간다면 중국 동포에 대한 인식이 깡패 또는 거지로 각인될 것입니다. 결국, 중국 동포 사회에 스트레스가 누적돼서 언젠가 갈등 요소가 분출될 텐데, 그런 사태를 막기 위해서라도 그들을 일반화해서 바라보면 안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