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국종 교수 인터뷰: 인권침해 논란부터 깨어난 북한 병사와의 대화까지

이미지 캡션 중증외상센터를 설명하는 모습

날카로운 눈빛과 깡마른 몸.

아주대병원에서 만난 이국종(48) 교수는 언론에서 보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지난 13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을 넘어 귀순한 북한 병사를 치료한 후 2차 언론브리핑이 있었던 22일. BBC 코리아가 이국종 교수와 아주대병원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BBC 코리아가 그가 치료한 북한 병사, 그를 둘러싼 논란, 그리고 한국 의료환경에 대한 그의 생각을 정리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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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C 코리아가 이국종 교수와 아주대병원에서 인터뷰를 했다. 각종 논란부터 환자 상태에 대한 그의 생각을 들어보았다.

Q. 기생충 등 북한 병사의 개인 정보 공개에 대한 비난이 있었다.

"그런 거에 대한 지적이 틀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걸 밝힐 수 밖에 없었던 이유가 있다. 예를 들어 환자의 개인 신상정보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환자 얼굴이 공개되지 않았고 그런 상황에서 북한의 일반 주민들, 군인들의 실상을 전 국민들에게 알린다는 측면에서 굉장히 중요했기 때문에 정부의 고위 당국자들, 군 관계자분들이 동의해서 진행한 거다.

심한 수술을 하다 보면 의료진의 몸이 환자의 피로 다 젖는다. 감염의 위험성을 안으면서 그 환자를 살리기 위해 노력을 하는데 현장에 있지 않았던 사람들이 현장의 상황이나 현장 요원들의 고뇌나 그리고 왜 그렇게 발표를 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고려가 없이 그런 얘기를 쉽게 한다는 거에 가슴이 아팠다."

Image copyright 유엔군
이미지 캡션 남쪽으로 달려오는 북한 병사

Q. 살릴 수 있다고 생각했나?

"웬만하면 살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사실 그 환자는 자기 몸에 있는 피는 거의 다 없어졌다. 그 환자는 자기 피로 살고 있는 게 아니라 대한민국 사람들이 헌혈해서 모아 놓은 그 피를 수혈받아서 살고 있는 거다. 그 정도로 출혈이 심했다. 자기 몸의 피를 세 번을 잃은 거나 다름없다. 또 장내에 굉장히 많은 기생충이 있었다. 그 기생충은 봉합해 놓은 장을 뚫고 나오는 습성이 있다. 그래서 많은 합병증 일으킨다. 굉장히 위험한 상황이었는데 잘 견뎌줘서 다행이다."

Q. 어떤 마음으로 수술에 임했나?

"한국 의료계에 'VIP신드롬'이란 말이 있다. 정해진 원칙대로 하지 않고 VIP이기 때문에 어떤 치료에 대해 새로운 것을 해주고 잘해주려고 하다 보면 오히려 환자한테 굉장히 나쁜 영향을 끼치는 경우가 있다. 우리 외상센터 포함해서 아주대병원에서 치료받는 주한미군 환자가 1년에 2천5백명이 정도다. 그중에 상당수는 응급한 상황에서 헬리콥터로 이송해서 데려오는 사람들이다. (이번 북한 병사도) 그들이 왔을 때와 마찬가지로 대처했다."

Image copyright 아주대학교 경기남부권역외상센터
이미지 캡션 수술 중인 이국종 교수

Q. 북한 병사와 나눈 대화 중 흥미로웠던 것은?

"개인적으로 밴드 음악을 좋아하기 때문에 한국의 노래를 세 개 선택해 들려줬다. K-pop과 나머지 두 개는 인디밴드의 음악이었다. 어떤 음악이 좋냐고 하니까 K-pop이 좋다고 하더라."

Q. 또 어떤 얘기를 했나?

"이 친구는 북한군에서 운전 담당이었다. 어떤 차를 운전해봤냐고 물어보니 한국에서 현대가 만든 차들을 운전을 해봤다고 하더라."

Image copyright 아주대학교 경기남부권역외상센터
이미지 캡션 헬기를 향해 가는 이국종 교수

Q. 한국 의료 환경 개선을 주장해왔다.

"영국이나 미국에서는 외과 의사에 대한 끊임없는 지원이 있다. 특히 영국의 외과 수준이 굉장히 뛰어나다. 기본이 강하고 기초체력이 탄탄하게 다져졌다. 외과 의사 지원자들이 많고 그들이 고급화된 영역까지 훈련을 받게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다. 한국은 그런 시스템이 사회적 제도로 정착되지 못했고 그래서 외과 의사 되려는 사람도 없고 되도 굉장히 쉽게 지쳐가는 모습을 보면서 안타깝다.

모든 의사는 다 중요한 일을 한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외과 의사들이 몸을 쓰고, 그런 면에서 사회 전체적인 직업군으로 보면 무인에 가깝다. 솔선수범하고 직접 칼을 들고 집도를 하고 직접 수술을 하고 어떤 때는 현장에 출동하기도 한다. 그런 것에 대한 사회적인 존중이라던가 사회적인 보상이 있건 없건 간에 한다."

아주대학교 경기남부권역외상센터 Image copyright 아주대학교 경기남부권역외상센터
이미지 캡션 환자를 이송하러 가는 이국종 교수팀

Q. 원동력은 무엇인가?

"내가 이 외상센터를 책임지고 있다. 그리고 난 (외상치료의) 원칙을 잘 안다. 한국 상황이나 분위기 때문에 원칙을 지키기가 힘들다고 포기하게 된다면 나는 더 이 일을 고집할 필요가 없다. 거창하게 국가나 조국 생각하지 않는다. 제 동료들과 같이 일하는 게 좋아서 하는 데까지 일을 해보겠다는 생각이지 거창한 생각을 가지면 오히려 한국 같은 곳에서는 하루도 일할 수 없다."

귀순 북한 병사 수술 후 전국민의 관심이 집중된 이국종 교수. 그는 전반적인 외과 의료 환경의 개선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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