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선언: 1년 전 9월 19일, 남북은 이런 약속을 했다

(캡션)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지난해 9월 평양 백화원 영빈관에서 정상회담을 마친 뒤 공동선언문에 서명한 모습 Image copyright 평양사진공동취재단
이미지 캡션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지난해 9월 평양 백화원 영빈관에서 정상회담을 마친 뒤 공동선언문에 서명한 모습

지난해 9월 18일, 한국 문재인 대통령이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했다. 형형색색의 한복을 차려입은 평양 시민들이 도로에 나와 환영했다.

이튿날 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70분간 회담을 가진 후 합의문에 서명했다.

서명식을 마치고 두 정상이 기자회견을 통해 '평양공동선언'을 발표한 지 오늘로 꼭 1년이 된다.

합의 내용 중 이행된 것과 이행되지 않은 것은 어떤 것일까? 3가지 분야로 정리했다.

군사: GP 철수, 공동유해발굴, JSA 자유왕래

당시 두 정상은 군사적 긴장을 완화할 것을 약속했다.

정확히 말하면, 그에 앞서 작년 4월에 열린 1차 남북정상회담에서 발표한 '판문점선언'을 이행하기 위한 '군사분야 합의서'를 이때 채택한 것이다.

구체적인 방안으로는 비무장지대(DMZ) 내 GP(감시초소) 시범 철수, 군사분계선 일대 군사훈련 중지,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비무장화 등이 포함됐다.

이미지 캡션 화살머리고지 정상 부근 감시초소(GP). 남북은 궁극적으로 DMZ 내 GP를 전부 철수할 것을 약속했지만 GP 추가 철수 논의는 진행되고 있지 않다

작년 말까지도 합의가 잘 이행되는 듯 보였다. 10개 감시초소(GP) 시범 철수가 완료됐고, 공동유해발굴을 위해 남과 북은 지뢰를 제거하고 도로를 깔았다.

하지만 올해 들어 이행이 지지부진해졌다. 2월 하노이에서 열린 북미정상회담이 성과 없이 끝나고 한미연합훈련이 실시되며 남북 관계는 점차 얼어붙었다.

남북은 궁극적으로 DMZ 내 GP를 전부 철수할 것을 약속했지만 추가적인 철수 논의는 진행되고 있지 않다. 여전히 DMZ에는 60개의 남측 GP와 160개의 북측 GP가 있다.

지난 봄부터 착수하기로 했던 '공동' 유해발굴은 한국이 남측 땅에서 단독으로 진행했다.

JSA 자유왕래도 마치 2018년 내로 가능할 것으로 보였지만 관련 협의는 중단됐다. 서해 평화수역 조성 등을 논의할 남북군사공동위원회 구성도 진척이 없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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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주년 된 평양선언... 과연 합의 내용 중 얼마나 이행됐을까?

경제: 철도·도로 연결,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

경제 분야에서도 다양한 합의가 이루어졌다. 이중 '연내 철도·도로 연결 착공식'을 열겠다는 약속은 이행됐다. 사실상 기한이 명시된 조항 중 이행된 유일한 사례이기도 하다.

대북 제재 위반 논란으로 무산될 뻔했지만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가 대북제재 면제를 승인하면서 열릴 수 있었다. 하지만 착공식만 열렸을 뿐, 이후 진척된 사항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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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남북 철도·도로 착공식

윤지원 상명대 국가안보학과 교수는 BBC 코리아에 "철도, 도로라는 것이 북한의 비핵화 절차와 맞물려 있다. 결국은 대북 경제제재가 전면은 아니더라도 부분적으로 해제돼야 진행이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윤 교수는 "북한에 가서 철도 현황을 조사한 것도 큰 성과다. 착공식 이후에 아무것도 이루지 못했지만 남과 북이 최대한 할 수 있는 일을 한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재개에 관해서는 제대로 된 논의가 시작되지 못했다.

김정은 위원장이 올해 초 신년사에서 "아무런 조건이나 대가 없이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을 재개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고 문 대통령도 신년사에서 이를 환영했다.

하지만 트럼프는 4월 이들 사업을 이행하기에는 시기상조임을 강조했다. 대북 제재가 완화되거나 일부 해제돼야 가능한 사업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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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일 오전 노동당 중앙위원회 청사에서 신년사를 발표하고 있다

기타: 동창리 폐기, 김정은 답방, 그리고 이산가족

경제 분야 사업 대부분이 대북 제재 완화 또는 해제에 달려있고, 이는 비핵화 진전과도 연관된 상황이다.

하지만 비핵화 부분에서도 1년 동안 큰 진전이 없었다. 문 대통령은 당시 "북한은 동창리 엔진 시험장과 미사일 발사대를 유관국 전문가의 참여하에 영구 폐쇄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하노이 회담 결렬 후 오히려 동창리에서 재건 움직임이 포착되기 시작했다. 북한은 결국 5월 이후 10여 차례에 걸쳐 탄도미사일과 초대형 방사포를 시험 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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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24일 북한 매체가 공개한 '초대형 방사포'. 북한은 최근 수차례 방사포와 미사일을 시험 발사했다

미국의 정보당국은 북한이 핵탄두를 미사일에 장착시킬 수 있는 기술을 갖췄다고 평가했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BBC 코리아에 "(합의 내용 이행의) 동력이 비핵화로부터 나올 수밖에 없는데, 북한이 비핵화 이행 조치를 하지 않고 미국과의 하노이 협상 결렬 이후에도 계속 핵협상에서 버티면서 평양선언의 의미가 퇴색된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결국 북한을 협상 테이블에 끌어오는 것이 필요하고 그 협상을 통해 변화를 유도하지 않으면 그간에 있었던 많은 남북 간의 합의처럼 제대로 된 실효성 없이 묻힐 가능성 높아졌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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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김 위원장은 가까운 시일에 서울을 방문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1년 전 김정은 위원장은 "가까운 시일 안에 서울을 방문할 것"이라고 발표했고, 문 대통령은 '가까운 시일'이란 '(2018년)연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답방은 성사되지 않았다.

금강산 이산가족 상설면회소 개소와 화상상봉·영상편지 교환도 실무회담이 이루어지지 못한 상황이다.

11일 서울 종로구 이북5도청에서 열린 '이산가족의 날' 기념식에서 김연철 통일부 장관은 "기대했던 것과 다르게 북미관계와 함께 남북관계도 주춤하게 되면서 이산가족 문제 해결에 있어서도 뚜렷한 진전을 이루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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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평양 공동선언문의 주요 합의 내용이다.

<군사 분야>

▶'판문점선언 군사분야 이행합의서'를 부속 합의서로 채택

▶군사공동위원회를 가동, 합의서의 이행실태를 점검

<경제 분야>

▶금년 내 동, 서해선 철도 및 도로 연결 위한 착공식 개최

▶조건이 마련되는 데 따라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사업을 정상화

▶서해경제공동특구 및 동해관광공동특구 조성

<비핵화 분야>

▶동창리 엔진 시험장과 미사일 발사대를 유관국 전문가들의 참관하에 영구적으로 폐기

▶미국이 상응 조치하면 영변 핵시설의 영구적 폐기와 같은 추가적인 조치를 계속 취할 것

<이산가족 분야>

▶상설면회소 빠른 시일 내 개소

▶화상 상봉과 영상편지 교환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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