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하라: 불법 촬영, 데이트 폭력, 악플 등에 적극 맞선 아이돌

걸그룹 출신 배우 구하라가 향년 28세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Image copyright News1
이미지 캡션 걸그룹 출신 배우 구하라가 향년 28세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미안하고 고마워요.. 더 열심히 극복해서 좋은 모습 보여 드릴게요." 지난 5월 자택에서 의식을 잃은 상태로 발견된 후, 다시 활동에 복귀했을 때 구하라가 남긴 글이다. 하지만 대중은 이제 다시 그를 볼 수 없게 됐다.

지난 24일 걸그룹 출신 배우 구하라가 향년 28세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설리 사망 이후 불과 한 달 만에 이어진 비보에 K팝 팬들은 더 큰 충격을 받았다.

구하라는 여성 연예인에게 치명적일 수 있는 '성관계 동영상' 존재를 밝히면서까지 데이트 폭력에 적극 대응했다. 아이돌에게 쏟아지는 악플에 자신의 의견을 당당히 내세우는 등 용감한 면모를 보였다.

평범한 중학생이 아이돌 스타가 되기까지

구하라는 연예계 데뷔 전, 꿈을 이루기 위해 친척 집에서 지내면서 학원을 다니며 연기와 춤을 배웠다. 열심히 노력했던 밝은 중학생 소녀였다.

2008년 7월 구하라는 만 17세 나이에 카라 첫 번째 미니앨범으로 데뷔했다. 구하라는 데뷔 이후 '락유(Rock U)', '허니', '미스터', '루팡', '점핑'부터 2015년 미니 7집까지 7년 동안 연예계 활동을 이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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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구하라는 만 17세 나이에 카라 첫 번째 미니앨범으로 데뷔했다

구하라는 가수 활동뿐 아니라 다양한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해 적극적이고 털털한 모습으로 대중의 사랑을 받았다.

카라가 해체된 이후에도 구하라는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솔로 가수로서 활발히 활동을 이어갔다. 지난 13일에는 일본에서 첫 솔로 앨범인 '미드나잇 퀸(Midnight Queen)'을 발표했다.

반갑지 않은 관심

지난해 9월, 구하라의 전 연인이었던 최종범이 "구하라에게 폭행을 당했다"라고 경찰서에 신고하면서 구하라에게 언론과 대중의 관심이 쏠렸다.

구하라는 그와 다투는 과정에서 본인도 다쳤으며 그가 '성관계 동영상을 유포하겠다'라며 협박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여성 연예인에게는 치명적일 수 있는 '성관계 동영상' 존재를 시인하면서까지 데이트 폭력에 물러서지 않고 맞섰다.

구하라는 최종범이 자신의 신체를 몰래 촬영했다고 주장했지만, 최 씨는 재판 과정에서 이를 부인했다.

지난 8월, 1심에서 최종범은 협박, 강요, 상해 재물손괴 등의 혐의로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리벤지 포르노' 관련 불법 촬영 혐의에 대해서는 "명시적 동의는 없었지만, 두 사람이 연인 관계였고 구 씨가 제지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했을 때 몰래 촬영한 것이라 볼 수 없는 부분도 있다"라는 이유로 무죄가 선고됐다.

한국여성변호사회 안서연 변호사는 데이트 폭력 피해자의 경우, 일반 성폭력 사건보다 "연인 관계"라는 틀 안에서 법적으로 보호받기가 더 어렵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사실관계를 알아보는 과정에서, 피해자와 가해자가 사건 이후 만났을 경우, 연인관계가 유지됐다고 보는 등 특히 데이트 폭력에서 판결 경향이 경한 측면이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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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구하라의 전 남자친구가 영상 유포 협박을 했다는 사건이 알려지자, 관련 청원이 올라왔다

무죄가 선고된 불법 촬영

현행 성폭력 처벌특례법에는 주로 연인이나 배우자 사이에 사적인 영상으로 협박하는 '리벤지 포르노(이미지 기반 성폭력)'가 무엇인지 규정하는 조항이 없다.

다만 14조는 "카메라를 이용해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사람의 신체를 촬영 대상자의 의사에 반하여 촬영하거나 배포한 자"를 처벌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안서연 변호사는 동의 없이 찍은 성관계 영상이나 사진을 유포한 경우에는 대부분 실형이 나오지만, 허락 없이 촬영했어도 보관만 한 경우 실형이 나오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안 변호사는 이런 점이 "한국의 성 인지 감수성이 너무 낮다"라는 것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실제 1심에서 재판부는 "최 씨가 해당 동영상을 유포하거나 제보하지 않았다"라는 점을 무죄 판결 이유로 들었다.

검찰과 최 씨 측 모두 항소했고 현재 2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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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가 된 리벤지 포르노 피해자

사건 이후 인터넷에서는 '구하라 불법 촬영물'을 검색하고 악플이 달리는 등 피해자인 구하라를 향한 2차 가해가 발생했다.

이에 청와대에 '리벤지포르노 범들 강력징역 해주세요'라는 청원이 올라왔고, 27만여 명이 서명했다.

해당 청원 작성자는 "리벤지 포르노를 찍고 소지하고 협박한 사람"들에 처벌이 너무 가볍고, 데이트 폭력 피해자들은 "네가 조심했어야지"라는 말을 듣는 등 되려 2차 피해를 보고 있다고 적었다.

청와대는 불법 촬영·유포 범죄에 있어 "2013년 이후 법정최고형인 5년 형을 받은 사람은 딱 5명뿐이며, 징역형이 늘었어도 67%는 집행유예로 풀려나고, 실제로 실형을 사는 사람은 7.2%에 불과하다"라며 처벌이 미흡하다고 인정했다.

여자 연예인에게 더 쏟아지는 악성 댓글

구하라는 데이트 폭력과 불법 촬영의 피해자로 원치 않게 사생활이 공개됐다. 악성 댓글과 사생활에 쏟아지는 대중의 관심은 계속 구하라를 따라다녔다.

올해 4월, 안검하수 수술을 한 구하라의 사진이 공개되자, 인터넷에서는 성형수술을 했다고 조롱하고 비난하는 수많은 악성 댓글들이 달렸다.

이후 그는 SNS를 통해 "어린 시절 때부터 활동하는 동안 수많은 악플과 심적인 고통으로 많이 상처받아왔다"라며 악플에 관해 용감하게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이제는 저 자신을 위해서라도 당당한 건 당당하다고 말하는 게 맞는다고 생각이 듭니다. 단 한 번도 악플에 대해 대처를 해야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습니다. 저도 하루하루 열심히 사는 사람입니다. 어떤 모습이든 한 번이라도 곱게 예쁜 시선으로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하지만 5월, 구하라는 자택에서 의식을 잃은 상태로 발견돼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정병욱 대중문화평론가는 여성 연예인들이 악성 댓글에 더 취약하다고 말했다. 정 평론가는 대중과 언론이 비슷한 사건이나 이슈에서 여성보다 남성 연예인에게 더 관대하다면서 이런 경향이 비단 한국에서만 나타나는 현상이 아니라고 말했다.

그는 "여전히 여성 연예인에게는 훨씬 혹독하고 잔인한 잣대가 요구되며, 이후 연예계 활동에서 제약도 상대적으로 다르다"라면서 이로 인해 "여성 연예인은 행동이나 발언에 더운 위축될 수밖에 없고 늘 심리적 불안감에 시달리게 된다"라고 분석했다.

K팝 스타와 정신건강

평소 구하라가 각별하게 지냈던 동료이자 친구인 설리가 사망한 지 불과 한 달 만에 비보가 다시 들려오면서 팬들은 더 큰 충격을 받았다.

두 사람 모두 우울증과 극도의 스트레스 등 심리상태가 불안했다고 알려졌다.

우울증에 시달리며 극단적 선택을 했던 경우는 얼마되지 않은 과거에도 있었다. 2017년 12월 아이돌 그룹 '샤이니' 멤버 종현도 우울증 치료를 받던 중 스스로 목숨을 끊어 많은 팬을 안타깝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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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2015년 구하라는 첫 단독 리얼리티 프로그램에 출연해 솔직한 모습을 보여줬다

과거 구하라는 리얼리티 프로그램 '하라 온앤오프: 더 가십'에 출연해 아이돌 활동을 하면서 겪는 고충을 털어놓았다. 그는 "'힘들면 그만두면 되잖아. 힘들면 안 하면 되잖아. 힘들면 하지 마'라는 말을 너무 가볍고 쉽게 이야기하는 분들이 계셔서 조금 슬픈 것 같다"라면서, 그래서 "힘들어도 힘든 척을 못 하고 힘들다고 이야기를 못 하는 게 저뿐만이 아니라 모든 아이돌분들이 힘들어하지 않을까 싶다"라고 조심스레 고충을 토로한 적 있다.

정병욱 평론가는 "2017년 사건을 겪은 종현이나 올해 설리와 구하라 씨 모두 성인이 되기 전 일찌감치 스타가 된 이른바 아이돌"이라며 "이른 나이에 정신적, 심리적 압박을 받으며, 활동 기간이 대체로 짧은 까닭에 미래에 대한 불안감도 함께 떠안았다고" 지적했다.

또 K팝 아이돌의 우울증이 극단적인 선택으로 이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사전에 기획사 차원에서 정신건강에 대한 철저한 관리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동아방송예술대학교 방송연예계열 유미란 학과장 또한 "케이팝 시장에서 활동하는 학생 중 우울증이나 공황장애로 방송 활동이 어려워지는 경우를 종종 본다"라면서 "연예 기획사에서 가수의 몸과 정신 건강을 위해 좀 더 세심하게 배려하고 도움을 줘야 한다"라고 말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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