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날: 미국 최초의 여성 다수 입법부는 무엇이 달랐나?

2018년 12월 네바다주 의회는 의석의 51%를 여성이 차지하면서, 미국 헌정사 최초로 여성 다수 의회가 되는 역사를 썼다.

그 순간은 '여성의 위대한 승리'라는 찬사를 받았다. 그렇다면 더 많은 권력을 가진 여성들은 실질적인 차이를 만들었을까?

2019년 네바다에서 제정된 5개의 입법안이 있다. 논평가들은 의회 내에 여성이 다수라는 사실이 이 법안 제정에 도움이 됐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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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C는 지난해 네바다주 의회 원내대표와 인터뷰를 가졌다

1. 유방암, 자궁암, 난소암에 걸린 소방관에 대한 보상

소방관들은 업무과정에서 유독성 오염물질과 발암물질에 노출될 수 있다. CDC에 진행한 연구는 소방관들의 암발병률이 일반인들보다 높다는 것을 확인시켜줬다.

네바다 주의 법은 직업병으로서 암에 걸린 소방관들에게 보상을 제공한다. 하지만 최근까지 유방암, 자궁암, 난소암 등 특정한 유형의 암은 보상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었다.

상원 다수당 지도자인 니콜 카니자로는 "사람들은 생각하고 있지 않았었지만, 현재 많은 여성이 소방관으로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들 역시 암을 유발할 수 있는 화학물질에 똑같이 노출되어 있어요. 하지만 직업에 대한 보호를 남성들처럼 받지는 못했죠."

이 법안 내에 존재하는 격차는 라스베이거스에서 소방관으로 일하는 로빈 로슨에게에 특히 의미가 컸다. 그녀는 1997년 처음 유방암 진단을 받았고, 2005년 재발을 겪었다.

사진 출처, Robin Law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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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베이거스에서 소방관으로 14년동안 일한 로빈 로슨(오른쪽에서 3번째)에게 이 법안은 특히 의미가 컸다. 그녀는 1997년 처음 유방암 진단을 받았고, 2005년 재발을 겪었다

재발 당시, 그녀의 담당 의사는 소방관 업무가 원인이라고 추정했다. 하지만 주 정부는 처음에는 연관성이 입증되지 않았다면서 노동자의 보상 요구를 거절했다. 네바다 주 대법원이 그녀의 손을 들어주기까지는 거의 6년이 걸렸다.

로슨은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매우 힘든 과정이었다"고 말했다. "저는 돈을 바라고 한 것이 아닙니다. 원칙을 위해서 한 것이에요. 특히 여성 소방관으로 내 자리에 최선을 다해 임했던 것입니다."

그녀는 "당시에는 소방관이 남성의 업무로 여겨졌고, 여성이 그 일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거나 여성이 남성만큼 그것을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없었기 때문에" 유방암이 법안에 포함되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소방관 노조는 로슨의 사례가 이 법안이 시대에 뒤처졌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주장했고, 2019년 소방 업무 과정에서 발병 가능하다고 인정된 암의 종류가 확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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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부터 소방관으로 일해 온 미국 라스베이거스 소방구조대 디나 달레시오 소방국장은 "변화가 생겨서 기쁘다"고 말했다.

"일단 20년 이상 어떤 일을 하고 나면, 지난날을 되돌아보게 되죠. 그리고 그 경력을 무사히 끝마치고 이후 건강하게 살 수 있기를 소망하게 됩니다. (법안의 용어가 의미하는 것이) 달라져서 우리가 보호받고 지원받을 수 있는 차원이 달라졌습니다."

물론 여성 정치인들이 모두 같은 신념을 가진 것은 아니다. 많은 남성 의원들 또한 소방관과 훈련생들에게 더 많은 보호를 제공한다는 이 법안에 찬성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카니자로 의원은 입법부내 여성 다수가 더욱 깊이 있는 논쟁을 가능하게 했다고 믿고 있다.

2. 피고용인 대상, 병가를 포함한 유급 휴가

5년 전, 호세 마시아스의 어머니는 컨벤션 센터에서 화장실을 청소하다가 뇌졸중으로 쓰러졌다. 급히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얼마 되지 않아 세상을 떠났다.

마시아스는 "어머니는 그날 아침 몸이 좋지 않았지만 일을 하러 가야 했다"며 "그러면서 '(일을 안 가면) 집세는 누가 내고, 식재료는 어떻게 사느냐?'고 걱정했었다"고 말했다.

"일을 쉬고 검진을 받는 것은 커녕, 병원에 갈 기회도 없었어요. 너무 늦었죠. 쓰러질 때까지 일해야 했던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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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세 마시아스의 어머니는 컨벤션 센터에서 화장실 청소를 하다가 뇌졸중으로 쓰러졌다

입법부를 통과한 새 법안은 지난 1월부터 발효됐다. 이에 따라 50명 이상의 직원을 가진 모든 회사는 매년 노동자들에게 최소 40시간의 유급 휴가를 제공해야 한다.

법에 명시된 휴가는 이유를 막론하고 사용할 수 있다. 활동가들은 일하지 않으면 하루 치 임금을 벌지 못하는 노동자들이 병원을 가거나 가족을 돌보는데 이 휴가가 도움되리라 보고 있다.

서던 네바다 대학의 역사학과 교수이자 네바다 주 여성 유권자 연맹 회장인 손드라 코스그로브 교수는 이 법이 입법부의 가장 중요한 업적 중 하나라고 말한다.

코스그로브 교수는 종종 "여성과 관련된 이슈가 (단지) 낙태와 동일 임금을 의미한다"는 잘못된 가정이 있다고 말했다.

그녀는 의회 내 여성이 다수를 점한 것이 법안이 통과되도록 도왔다고 생각한다. "입법가가 되며 얻은 권력"이 여성들로 하여금 산업 커뮤니티와 직접 협상할 수 있게 했고, 노동 현장이 "보다 가족 친화적이 되어야 한다"는 인식이 마련되었기 때문이다.

한편 네바다 여성 로비의 마를린 로커드는 2019년을 "여성과 아이들을 돕는 입법의 해"라며 "분명 여성이 다수였기에 가능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유급 휴가 같은 이러한 사안 중 일부는 우리가 수년 동안 얻기 위해 노력했던 것들입니다."

3. 동일 임금 법안

인권단체에 따르면 네바다주 여성들은 남성들이 1달러를 버는 동안 약 0.86달러를 번다.

1월에 발효된 법안은 고의로 남녀 임금차별을 하는 기업에게 벌금을 물린다. 이들 기업들은 임금차별로 손해를 본 노동자들의 손실을 보상하라는 요구도 받게 될 것이다.

카니자로 의원은 2017년 회기에서 동일 임금이 논의되었지만, 2019년에 이르러서야 이러한 입법의 필요성에 대해 폭넓은 이해가 마련됐다고 말했다. 여성 의원들의 다수가 임금 격차의 살아있는 사례를 보았기 때문이다.

이 법안은 비영리 단체에서 일하는 브룩 말론(29)과 한때는 요리사였지만 지금은 운전사로 일하는 셸리 리온(57)을 포함한 네바다 주 여성들로부터 환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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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영리 단체에서 일하는 브룩 말론은 임금 차별을 경험했다

말론은 약 40여명으로 구성된 모금팀을 운영했다. 그러던 중 사무실에서 대화를 하다가, 그녀가 데리고 일하던 남성 직원 세 명이 그녀보다 3분의 1 정도 더 많은 임금을 받는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녀는 상사들에게 이 문제를 제기했다. 상사중 한 명은 남성들이 가족을 부양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말론 역시 부모였음에도 돌아오는 대답은 이랬다.

그녀는 임금 인상을 협의하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그 경험이 크게 남아 있어서, 이후 회사를 떠나기로 했다.

그녀는 "상처를 너무 크게 받아서 일을 열심히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최근에 이혼했다는 내 상황을 상사도 알고 있었고 더 많은 급여를 줄 수 있음에도 주지 않았다는 사실이 내 업무에 영향을 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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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는 요리사였지만 지금은 운전사로 일하는 셸리 리온

리온은 자신을 고용한 이를 포함해 모두가 남자들뿐인 주방에서 일했었다. 그곳에서 그녀는 임신했기 때문에 같이 일하기에 적합하지 않다는 말을 들었다.

그녀는 "나는 평생 이 문제와 싸워왔다"고 말했다. "우리가 겪는 문제를 남자들이 알아줄 거라고 기대할 수는 없어요. 우리가 나가서 스스로 풀어야 할 때입니다."

4.'신뢰하는 네바다 여성 법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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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태는 미국 내에서 가장 논란이 되는 이슈다

입법부는 일명 "신뢰하는 네바다 여성 법안(Trust Nevada Women Act)"도 통과시켰다. 유산을 일으킬 수 있는 약품 제공 같은 낙태와 관련된 활동 일부를 처벌하지 않는 법안이다.

법안은 의사들이 여성의 나이와 결혼 상태를 검증하고, 낙태 전에 그 절차의 "육체적 및 정서적 영향"을 설명해야 한다는 요구사항도 없앴다. 대신 의사는 일어날 수 있는 "불편함과 위험성"을에 대해서는 환자에게 설명해야 한다.

이 법안의 청문회 과정에서는 성과 권리에 대해 저마다 다른 견해가 전면에 등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결국 이 법안은 당론에 따라 최종적으로 통과됐다. 민주당은 1명을 제외하고 찬성했고, 공화당은 모두 반대표를 던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법안 통과는 언론에 대서특필됐다. 지난 1년간 미국 내 다른 많은 주에서는 낙태를 제한하는 분위기였기 때문이다. 구트마허 연구소에 따르면, 대부분 연방법원에 의해 한때 중단되기는 했지만, 지난해 총 17개 주가 낙태를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라스베이거스 대학 정치학과의 레베카 길 교수는 "이 법은 엄청난 메시지를 전달했다"며 "특히 국가의 정치적 환경이 정반대로 움직이고 있는 상황에서 네바다주는 상당히 확고한 입장을 취했다"고 말했다.

5. 성폭력 및 가정폭력에 대한 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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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바다주 의회는 지난해 600건 이상의 법안을 제정했다

가정폭력과 성폭력, 성매매 관련 법안은 초당적인 지지를 받아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한 법안은 가정폭력에 대한 처벌과 임신한 여성들을 공격하는 것에 대한 처벌을 확대했다. 또 다른 법안은 가정폭력의 피해자에 대한 임시 보호 기간을 두 배로 연장했다.

세 번째 법안은 DNA로 피고의 신원이 확인된 성폭행 혐의에 대하여 공소시효를 삭제했다. 그리고 입법부는 또한 성매매 피해자들을 돕기 위한 추가 자원도 할당했다.

길 교수는 특히 언론의 관심 때문에 네바다주 의회가 미국 최초의 여성 다수결 입법부를 가졌다는 사실이 "의원들에게 깊이 각인됐다"고 말했다. 그는 "여성들이 의회에 함께 함으로써 이전에 이루어졌어야 할 법안을 늦게라도 따라잡을 기회가 마련된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녀는 또한 여성 국회의원의 수가 토론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고 있다. "이 문제가 왜 중요한 것이니 검증할 수 있는 여성들이 있을 때, 해당 문제들은 더 중요하게 다뤄질 수 있습니다."

줄리아 라티 상원 의원은 성매매와 가정 폭력에 관한 법안들이 더 많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 모든 사안들은 입법부에 여성이 있을 때보다 더 깊이 있는 차원에서 시작하게 됩니다. 이 사안들이 단지 개념적인 것이 아니라, 우리중 많은 이들이 경험한 것이 때문입니다."

어떻게 여기까지 왔을까?

네바다 주의 여성 대표들은 수년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입법부는 2017년 39.7%, 2015년 33%가 여성이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여성 정치인의 증가는 민주당 쪽에서만 나타났다. 그리고 아직 여성 주지사는 나온 적이 없다.

전문가들은 더 많은 여성 후보자들을 모집하고 훈련시키기 위한 공동의 노력이 뒷받침된 것이라 말한다. 네바다 주 입법부에 있는 임기 제한 역시 더 많은 기회를 의미하기도 했다.

또 다른 요인도 있다. 네바다 주의 입법부는 한 해 걸러 4개월씩만 회기를 갖는다. 네바다 주의 의원들은 파트타임 국회의원이라는 뜻이다.

길 교수는 "일도 많고 급여는 적고, 불행히도 이런 종류의 자리에선 여성들이 과도 대표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운동가들은 여성이 다수인 입법부가 많은 여성들에게 하여금 공직 출마에 대한 동기를 제공한다고 말한다. 코스그로브 교수는 사법부에 지원한 여성들의 수가 "이 기간에 증가했다"고 말했다. 사법부 보고서에 따르면, 네바다 주 최대 카운티인 클라크 카운티에선 후보 중 절반 이상이 여성이다. 2위 카운티인 와슈에서는 여성이 4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공직에 입후보하는 민주당 여성들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인 에머지 네바다(Emerge Nevada)의 엘렉트라 스키르지유브스키 역시 공직 지원자가 늘었다고 했다. 그녀는 "정치에 참여하는 것에 대한 이러한 분위기는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여성들은 자신들이 만들어갈 미래를 예의주시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