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가 우리의 의사소통에 미치는 영향

  • 샌디 옹
  • BBC 퓨처
A couple wearing decorated face mas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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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5월 초, 바람이 부는 어느 일요일 오후였다. 사마르 알 자이어(33)는 남편과 함께 시어머니를 만나러 암스테르담에서 기차를 탔다. 그런데 부부가 타고 있던 칸에서 소동이 벌어졌다. 한 여성 노인이 가까이 앉은 3인 가족에게 자리를 옮기라고 요구한 것이다.

소란을 지켜보던 알 자이르에게 사우디아라비아 다란에서 살던 어린 시절이 떠올랐다.

심리학자인 그녀는 "당시 스테판과 나는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며 "남편이 내 눈을 통해 표정을 읽으려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래서) 남편에게 '어린 시절에는 이런 식으로 베일을 쓴 사람들과 소통하곤 했다'고 말해줬어요."

오늘날 50여 개 국가가 공공 장소에서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고 있다. 규제가 엄격하지 않은 국가에서는 시민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부터 자신과 타인을 보호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마스크를 쓴다.

아울러 아시아 국가들처럼 대기 오염으로부터 건강을 지키기 위해 마스크 착용이 어느 정도 자리잡은 국가들도 있다.

하지만 마스크 착용이 낯선 곳에서는 얼굴을 덮는 것을 불편해하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마스크를 쓰면 숨쉬기가 힘들다", "말 소리가 차단돼 대화가 잘 되지 않는다" 등의 이유에서다.

그리고 마스크 착용이 보편화하면 소리를 들을 수 없는 이들이 어려움을 겪게 된다는 장애인 인권 단체의 지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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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사람들이 코로나19에 감염되는 것을 막기 위해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다

하지만 세계 곳곳에선 매일 얼굴을 가리고 사는 수백만 명의 여성들이 있다. 이들은 의사소통이 불편하다는 반응을 거의 하지 않는다.

분명 마스크는 니캅(눈을 제외한 얼굴 전체를 가리는 일종의 얼굴 가리개)이나 부르카(머리에서 발목까지 덮어쓰는 통옷)와는 다르다.

마스크는 의학적인 목적이고, 니캅이나 부르카는 문화적이거나 종교적인 이유를 가지고 있다. 착용하는 의미와 동기가 매우 다른 것이다.

그럼에도 얼굴의 일부를 가리는 도구라는 점에서는 비슷하다.

그렇다면 얼굴을 가리고 생활하는 여성들에게서 효과적인 의사소통법을 배울 수 있을까? 또한 마스크는 정말 타인과의 상호작용에 방해가 될까?

로얄 할로웨이 런던 대학교에서 '감정을 전달할 때 얼굴 표정의 역할'을 연구하는 심리학자 레베카 브루어에 따르면, 사람들은 얼굴 전체를 통해 감정을 파악하는 경향이 있다. "우리가 얼굴을 전체적으로 볼 수 없으면, 그러한 총체적 파악이 어려워집니다."

브루어는 사우디아라비아처럼 얼굴을 가리는 관습이 있는 국가에서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남성이나 어린 아이들처럼 얼굴을 가리지 않는 이들이 있기에, 이들 문화권에서도 얼굴 표정을 총체적으로 분석해 감정을 파악한다는 것이다. 게다가 얼굴을 가리는 여성들도 집안이나 여성들만 있는 회사에서는 얼굴을 가리지 않는다고 한다.

태초부터 인간은 타인의 표정을 읽는 일에 익숙해져 왔다고 한다. 찰스 다윈은 1872년에 쓴 저서 '인간과 동물의 감정표현'에서 이러한 능력이 진화의 강점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얼굴에서 감정을 읽는 법을 배우는 것은 사회적 상호작용을 돕고, 오해를 줄이며, 더 큰 목적을 위해 집단이 효율적이고 조화롭게 움직이도록 도와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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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과 입은 인간의 얼굴에서 가장 강한 표현력을 발휘할 수 있다

얼굴을 살펴보면, 눈과 입이 가장 정보를 많이 제공하는 영역이다. 가장 큰 표현력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눈과 입의 움직임을 함께 분석해서 타인이 말하려는 것을 파악한다.

뿐만 아니라 눈과 입의 움직임만으로도 특정한 감정을 잘 전달할 수도 있다.

특히 입 부분은 행복한 감정을 표현하기에 좋은 영역이다. 입 주위를 가리면 친근한 사람으로 보이고 싶을 때 그 의도를 전달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팬데믹과의 전쟁 최전선에서 활동하는 많은 의료진들이 환자들의 불안감을 덜어주기 위해 진료복에 웃는 얼굴 사진을 붙이려고 한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나 알렉스 마르티네스 오하이오 주립대학 전기컴퓨터공학과 교수는 부분적이든 아니든 얼굴에만 의존해 감정을 파악하는 것은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마르티네스는 우리가 얼굴 표정을 인식하는 방법을 연구해서 머신러닝 알고리즘을 만들고 있다. 그는 "우리는 웃을 때 반드시 행복한 게 아니고, 우리가 행복할 때 항상 웃는 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의 연구에 따르면 미소에는 19가지 종류가 있다. 이 중 6가지만이 행복이나 즐거움과 관련이 있다고 한다. 나머지는 무서움, 당황, 고통 등 여러 상황과 관련이 있다.

그는 얼굴 표정을 바르게 해석하는 열쇠는 몸의 자세와 움직임, 맥락을 살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설명하기 위해 마르티네즈는 두 장의 그림을 보여줬다.

하나는 눈물이 고인 채로 얼굴을 찡그린 젊은 여성이었다. 다른 하나는 얼굴이 붉어진 채로 눈썹을 찡그리며 비명을 지르듯 입을 크게 벌린 남자였다.

마르티네즈는 남성은 누군가를 죽일 듯해 보이는 반면, 여성은 몹시 슬퍼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나머지 부분이 보이도록 사진을 축소해보니, 스타에 열광하는 한 팬과 방금 골을 넣고 환호하는 축구 선수의 사진이었다.

이는 감정이 극도로 치달은 사례들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얼굴 표정이 숨은 감정을 보여주는 척도가 되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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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 표정을 바르게 해석하는 열쇠는 몸의 자세와 움직임, 맥락을 살피는 것이다

보통은 여러 가지 단서가 조합돼 얼굴 표정으로 나타난다. 여기에 손짓과 몸짓, 말, 어조, 심지어는 얼굴색까지 함께 어우러져 메시지와 의도를 전달한다.

마르티네스는 "여러 가지 다른 단서들을 고려할 수 있다면, 감정을 어느 정도는 정확하게 읽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마스크를 쓰거나 얼굴을 가렸다고 해서 비언어적 표현을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아닙니다."

알 자이르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살았던 경험을 통해 이를 알고 있었다. 당시 그는 얼굴을 가리지 않았지만, 친척이나 동료들은 얼굴을 가렸다. 알 자이르는 "그들의 기분을 이해하고 감정을 포착하기 위해 더 많이 눈을 쳐다보면서 비언어적 표현을 더 열심히 파악했다"며 "그들의 말투나 손동작에도 더 많은 주의를 기울였다"고 말했다.

"어려운 일은 아니었지만, 매우 다른 의사소통이긴 했어요."

파키스탄 라왈핀디 출신으로 니캅을 착용하는 주부 마리아 알리(34)도 니캅을 착용한 여성들과의 의사소통, 심지어 그 대상이 처음 본 사람일지라도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들의 몸짓과 목소리 덕분에 그들이 말하려고 하는 바를 이해할 수 있어요."

알리와 알 자이르의 경험을 보면 원활한 의사소통이 반드시 마스크를 쓰거나 얼굴을 가린 사람만의 책임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듣는 사람도 적절한 적응 수단을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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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활한 의사소통은 반드시 마스크를 쓴 사람이 책임질 문제만은 아니다. 듣는 사람도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

얼굴을 가리느라 의사소통 방식이 미묘하게 달라졌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조지아주 애틀랜타 인근에 사는 대학생 마리움 자파(23)는 "얼굴을 가렸을 때는 말 속에 변화를 더 크게 주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감정을 전달하기 위해 톤과 음조에 변화를 줍니다."

사우디아라비아 투왈 출신인 마자안 알리(23)는 니캅을 착용했을 때는 "좀 더 과장된 표현을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나중에 보니까, 제가 눈썹으로 꽤 표현을 많이 한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눈은 마스크나 니캅을 착용했을 때도 큰 변화가 없는 부위다.

눈으로도 많은 정보를 표현할 수 있다. 셰익스피어는 "눈은 마음의 창"이라고 말했다.

심리학자들은 사람들이 타인의 눈 부위를 보고 감정과 믿음, 욕망, 의도 등의 정신적 상황을 유추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른바 "마음의 이론"으로, RMET(눈 부위만 보고 감정 상태를 파악하는 테스트로 자폐나 아스퍼거 증후군, 경계선 성격 장애 등을 검사하는데 사용됨)의 기초가 되고 있다.

하지만 입을 가리는 것은 듣지 못하는 이들에게는 큰 장벽이다. 적어도 세계 인구의 5%가 청각 손실을 가지고 있다.

수어를 사용하는 이들에게는 입술과 표정을 읽는 것이 중요한 의사소통 수단이다. 그러다 보니 마스크에 투명한 창을 만들어 청각 장애가 있는 이들에게 제공하는 단체도 있다.

이러한 단체들은 대중교통이나 병원 등에서 일하는 이들에게 투명 마스크를 제공하는 것이 청각 장애인을 위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대화 중에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으면 때로는 상대방과 물리적 장벽이 있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요크 대학의 사회학자 해리스 알리는 "누군가와 깊고 의미 있는 대화를 나누려고 한다면 더욱 그럴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런 경우에서는 말할 때 마스크를 벗는 것이 자연스러운 경향이죠." (하지만 코로나19 상황에서는, 이럴 때가 마스크를 벗지 말아야 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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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캅을 착용하는 여성들은 니캅이 마스크보다 훨씬 편하다고 말한다

얼굴을 가리는 여성들은 마스크와 니캅의 경험이 완전히 같지는 않다고 말한다. 마스크는 폴리프로필렌 같은 플라스틱과 직물을 여러 차례 겹쳐 만든 뒤 코와 입을 가린다.

반면 니캅은 코위에 고정된 얇은 천 조각으로 턱 부위에선 느슨하게 걸쳐진다.

투왈 출신의 알리는 "착용감이 매우 다르다"고 말했다. "마스크를 쓰면 얼굴이 매우 뜨거워지는데, 보통 니캅은 그렇지 않아요."

팬데믹이 지속되면서 마스크가 이른 시일 내에 사라질 것 같지는 않다. 이를 감안하면 이에 대한 적응을 배우는 것도 필요하다.

심리학자 알 자이르는 이를 위해 "상대방의 감정을 정확하게 파악했는지 확인하기 위해 평소보다 더 많은 단어를 사용하고 더 많이 질문하라"며 "다른 감각과 몸짓을 사용하는 법을 배우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