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개혁: 일본이 직장인을 위해 '근로 개혁' 카드를 빼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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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야근..야근..또 야근

일본 정부와 기업들이 노동생산성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노동 시간을 줄이고 일과 삶의 균형을 개선하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일본에서 지나치게 긴 노동시간에 목숨을 잃는 '과로사'가 고질적 사회문제로 꼽힌다. 심지어 과로사가 산재로 인정되는 수준이다. 이에 맞서 일본 정부가 꺼내든 카드는 '근로방식개혁(하타라기카타 가이카쿠)'이다.

최근 일본 신조 아베총리가 추진해온 '근로방식개혁'은 초과 근무를 지양하고,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일과 삶의 균형)'을 개선해 노동자들의 능력을 더 효율적으로 활용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근로방식개혁'은 그동안 비공식적으로만 거론됐지만, 지난해 8월 아베 총리가 개혁을 맡을 담당 각료를 임명하면서부터 국가의 국가표어로 자리 잡았다.

그도 그럴 것이 일본의 노동생산성은 주요 7개국(G7) 가운데 최악일 뿐만 아니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도 평균을 한참 못 미친다.

60년대부터 80년대까지 일본을 번영으로 이끌었던 긴 노동 시간과 엄격한 위계질서는 현대사회에서 골칫거리가 되어 돌아온 것이다.

특히 고령화에 따른 노동인구 감소를 고려했을 때 경제성장을 위한 일본의 마지막 희망은 노동생산성을 높이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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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일본 공장 노동자들

많은 일본 기업들은 정부의 '근로방식개혁' 표어를 따라 초과근무를 단속하고, 노동자들이 일찍 퇴근하도록 강요했다.

기업들은 일정 시간이 지나면 사무실의 불을 끄거나 사전 허가 없이 초과근무를 금지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근로 환경을 개선해 나갔다.

이 밖에도 재택근무를 도입하고, 여성의 사회진출을 격려했으며, 자녀가 있는 직원들에게는 근무 시간을 줄여 줬다.

일본의 한 주요 기업은 이메일의 끝에 근무시간 단축으로 답장이 늦어질 수 있다는 문구를 세기기도 했다.

'노동방식개혁'의 실효성

일본 정부가 '근로방식개혁'과 같이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표어를 내건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공통된 목표를 위해 시민들을 동원하는 데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2005년 진행한 '쿨비즈(Cool Biz)' 캠페인은 성공적인 성과를 거뒀다.

한국에서도 인기를 끈 쿨비즈는 기업들이 여름철 에어컨 작동시간을 줄이고, 격식없고 시원한 복장을 허용하는 제도다.

반면 일본 기업들이 최근 시도한 '프리미엄 금요일'은 실패로 돌아갔다.

'프리미엄 금요일'이란 매달 마지막 금요일에 직원들의 조기 퇴근을 격려하는 제도였다.

하지만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가운데 고작 3.7%만이 '프리미엄 금요일'에 일찍 퇴근한 것으로 집계됐다.

또 다른 어려움은 일본의 뿌리 깊은 희생과 노력을 강조하는 정신적 가치다 Image copyright Getty Images
이미지 캡션 또 다른 어려움은 일본의 뿌리 깊은 희생과 노력을 강조하는 정신적 가치다

'노동방식개혁'은 얼마나 효과적일까?

최근 실행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큰 기업들은 적극적으로 변화를 만들어가고 있는 데에 반해 비교적 작은 기업들은 자원 및 인력 부족으로 변화에 소극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소기업들은 대기업과 비교하면 기업문화변화로부터 얻는 홍보 효과가 미미해 개혁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걸림돌은 희생과 노력을 강조하는 노동 문화다.

일본 문화에서 뿌리 깊게 자리 잡은 관행을 한순간에 바꾸기란 쉽지 않다.

기업들이 노동생산성을 올리고 재택근무를 가능케 하는 신기술에 자금을 투자하는 것을 꺼리고 있는 점도 '근로방식개혁'을 가로막고 있다.

무엇보다 노동문화를 개혁하기 외해 노동법을 둘러싼 전반적인 인프라 개선이 선제로 이뤄져야 한다.

일본에서는 무급 초과근무 등 노동법 위반이 만연하는데도 이를 처벌하는 사례는 거의 없다.

이에 많은 직장인은 '노동방식개혁'에 큰 기대를 걸지 않고 있다.

심지어 일각에서는 기존 표어(하타라기카타 가이카쿠)의 단어 하나를 바꿔 '노동개혁을 위해 더 노동하게 한다(하타라카세카타 가이카쿠)'며 비꼬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최근 직장인 5000명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에 따르면 85.8%가 '근로방식개혁'에 대해 들어본 적은 있지만, 자신의 회사는 아무런 변화가 없다고 응답했다.

아울러 그들은 줄어든 노동 시간 내에 업무를 완료하지 못할까 두려워한다.

실제로 업무량은 줄이지 않고 근무시간만 축소해 점심시간이나 귀가 후에 일하는 사례가 벌어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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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일본 도쿄 지하철 내 지친 직장인들

노동문화가 진정으로 바뀌기 위해서는 비효율적인 노동시간과 노동생산성에 대한 고민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

지나치게 많은 회의와 복잡한 보고서, 세부사항에 대한 지나친 간섭 등은 노동생산성의 걸림돌이다.

하지만 고강도 근무 환경에 익숙한 기업들은 새로운 노동 문화가 오히려 낯설다.

실제 효과는 아직 미미하지만 일본의 '근로방식개혁'은 노동생산성 극복을 위한 이상적인 시도다.

미국과 영국, 독일을 포함한 선진국에서도 노동생산성 지수가 낮아지고 있으므로 일본의 사례에 관심이 쏠린다.

특히 한국도 일본과 유사한 경제체제와 노동문화를 갖고 있을 뿐만 아니라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어 일본의 노동개혁 시도가 시사하는 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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