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의 신비: 투명에 가까운 동물들

오징어와 문어가 색소를 이용해 주변 환경으로부터 도망친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완전히 투명해지는 동물에 대해 들어본 적 있는가? 그 자리에 없는 것처럼 완전히 투명하게 보이려면 빛이 몸을 통과하든지, 몸 주변으로 빛을 굴절시켜서 관찰자에게 반사돼 돌아가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런 작업은 상당히 어려운 것이지만, 몇몇 동물들은 거의 그 단계에 도달했다.

유리 낙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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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심해 원양 문어류 (Vitreledonella richardi)

바다 동물들의 은신 방법에는 일반적으로 두 가지가 있다. 해저 근처의 심해에 서식하는 생물들은 모래 혹은 돌이나 산호 속에 숨는 방법을 쓴다. 심해는 칠흑같이 어둡고, 포식자들은 눈이 없어서 투명해질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수면 가까이 서식하는 동물들이 숨기 위해서는 눈부시도록 밝은 불빛을 자체적으로 발광해 포식자들이 햇빛과 착각하도록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수면 중간층에 서식하는 동물의 경우에는 이 두 가지 방법이 모두 통하지 않는다. 원양구역으로 알려진 이 중간층은 많은 투명 동물이 서식하는 곳이기도 하다.

아마도 투명해지기 가장 쉬운 방법은 빛이 몸을 완전히 통과할 수 있도록 내버려 두는 것일 것이다. 숨을 만한 구조물이 없는 열린 바다에서는 투명해지는 것이 가장 훌륭한 은신 방법이 되기 때문이다. 이는 서로 연관되지 않은 여러 종의 바다 동물들이 독자적으로 여러 번에 걸쳐 투명하게 진화했을 정도로 인기가 있는 기술이다.

그중 하나인 유리낙지(Vitreledonella richardi)는 거의 완벽하게 투명한 위장술을 쓴다. 이 젤리 같은 동물은 촉수까지 포함하면 최대 45cm에 달한다. 열대 혹은 아열대 해역 수면 아래 300m에서 1000m 사이에 서식하는 이 동물은 소화기관, 눈, 시신경을 제외하곤 포식자로부터 완전히 투명하다.

그러나 온몸이 투명하다고 해도 눈과 내장이 보인다면 무슨 소용이겠는가. 이 내장들은 심지어 바다 바닥에 그림자를 생기게 해 포식자들에게 더 잘 발각되도록 만든다. 또 눈이 작동하기 위해서는 빛을 흡수해야 하므로 투명해지는 것이 불가능하다. 특히 내장기관은 안에 내용물을 담고 있으므로, 투명한 물질을 섭취하지 않는 이상 눈에 보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유리낙지를 비롯해 다양한 투명 생명체들은 이 불투명한 신체기관들을 위장하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한다. 유리낙지를 예로 들자면 그들의 길쭉한 눈은 주변 시야가 좋지 않지만, 그림자를 최대한 줄여 수면 아래에서 사냥에 나선 포식자들에게 포착될 가능성을 낮춘다.

그들이 그림자를 최소화하기 위해 자기 위치를 조정한다는 증거도 있다.

유리낙지 외에도 눈을 위장하기 위해 기발한 방법을 생각해 낸 투명동물들도 있다. 많은 투명 연체동물들은 빛을 반사해 눈을 변장하는데, 이런 거울 방식은 망망대해에서 더 많은 바다를 비추기 때문에 투명하다고 볼 수 있다.

하트오징어 또는 유리오징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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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오징어(Cranchia scabra)

60여 종에 달하는 유리 오징어과는 대부분 거의 완전히 투명하다. 이들 또한 세계 곳곳 바다 중층수의 수심 200m에서 1000m 사이 구역에 서식한다. 그들의 몸은 거의 완벽하게 투명하지만, 크고 불투명한 눈이 아래에 그림자를 형성해 포식자들에게 쉽게 포착되는 것이 문제다. 하지만 유리오징어(Cranchiidae)는 아주 똑똑한 방법으로 이를 변장한다. 발광포라 불리는 눈 밑 기관을 이용해 반대조명이라는 빛의 속임수를 발생시킨다. 이 빛은 뒤로부터 흘러들어온 햇빛과 매우 비슷하기 때문에, 그 아래서 수영하는 포식자들에게 눈을 감쪽같이 감춘다.

하지만 다른 각도에서는 이 빛이 오징어를 굉장히 뚜렷하게 잘 보이도록 만들기도 한다. 투명 망토가 되기보다 오히려 포식자들을 유혹하는 등대가 될 수 있다. 펜실베이니아 대학교 연구팀은 이 오징어의 발광포가 어떤 방향에서 온 빛이라도 그에 상응하는 빛을 매우 정확하게 생산해 낼 수 있음을 발견했다. 그런 방법으로 발광포가 일종의 전 방향 투명 망토를 만드는 것이다.

심해 지렁이(Tomopter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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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플랑크토닉 다모류 환형 지렁이 (Tomopteris pacifica)

이 속(屬) 또는 무리의 해양 플랑크토닉 다모류 지렁이들은 거의 완전히 투명해서 포식자들이 포착하기 매우 어렵다. 역설적으로, 이 무리에 속한 생물 중 적어도 11종은 밝은 형광을 발하기도 한다. 대부분의 토몹테리스(Tomopteris) 지렁이들은 파랑 빛깔을 내뿜지만, 이 중 한 종인 토몹테리스 니세니 (Tomopteris nisseni)는 노란빛을 내는 지구상 몇 안 되는 생명체 중 하나다.

어떤 토몹테리스 지렁이는 심지어 반짝이는 몸 일부분을 떼어내어 포식자들이 지렁이의 본체가 아닌 방출된 작은 몸 조각을 대신 쫓아가도록 만든다.

바다 살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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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심해 외딴 살파(Iasis zonaria)

살파는 완전히 투명한 원통형 젤리 동물로, 헤엄을 치는 동시에 몸 안으로 뿜어져 들어온 물을 여과해 먹이를 섭취한다. 그들은 물속의 식물성 플랑크톤을 걸러내 먹는다. 언뜻 보기에 해파리 같아 보이기도 하지만 사실 이들은 더 정교한 생물이고, 오히려 물고기나 척추동물류와 가까운 친척이다. 심장과 아가미도 있고 유성생식도 가능하다.

살파는 대단히 흥미로운 인생 주기를 가졌다. 한동안 그들은 홀로 생활하다가 어느 날 자신을 스스로 복제해 기다란 줄 또는 다른 모양의 연결된 생명체들로 변신한다. 각각의 살파는 전기 신호를 주고받으며 다른 살파와 유영한다.

옆새우(Hyperi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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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옆새우 (Hyperia sp)

생명체들은 때로는 투명한 것으로도 충분하지 않아 또 다른 마술을 선보여야 할 때가 있다. 바로 옆새우라 불리는 '하이페리드'가 그런 마술을 구사한다. 그들은 새우와 비슷한 모양의 갑각류의 일종이다. 그들도 투명해짐으로써 포식자들의 눈을 피할 수는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할 때가 있다. 얇게 펴진 물도 투명하긴 하지만 빛을 받으면 반사된 것이 보이는 것처럼, 바다의 많은 사냥꾼은 생체발광을 이용해 먹잇감을 찾기 때문에 투명한 것만으로는 부족한 경우가 있다.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단순히 투명한 것 이외에도 옆새우에게는 특별한 능력이 있다. 그들은 일종의 나노 기술을 이용, 빛의 간섭과 굴절을 일으켜 자신을 완전히 안 보이도록 만들 수 있다.

과학자들은 전자현미경을 이용해 7종의 하이페리드들을 면밀히 분석했다. 그 결과, 한 종의 다리가 미세한 나노 크기의 털로 뒤덮여 있음을 발견했다.

이 종은 다른 여섯 종도 몸이 이러한 100nm에서 300nm 크기의 돌기 또는 구체로 뒤덮여 있었다. 돌기들의 작은 크기는 빛의 산란을 최소화할 수 있으며, 과학자들에 의하면 털과 돌기 이 두 나노 구조물의 조합은 빛의 반사를 100배가량 감소시킬 수 있다. 이상한 점은, 이 작은 물체들이 사실 박테리아일 것으로 추측된다는 것이다.

Japetella heathi와 Onychoteuthis banksia

Japetella heathi 오징어와 Onychoteuthis banksia 문어도 투명해지데는 아주 신선한 마법을 선보인다. 그들은 투명에서 적갈색으로 빠르게 변장할 수 있다.

두 생명체 모두 중심해 구역으로 알려진 태평양 아래 600m에서 1000m 수심에서 서식한다. 분산된 태양 빛은 투명한 조직을 통과하므로, 수면 가까이에서는 투명한 것이 몸을 감추는 데 큰 일조를 한다. 하지만, 만일 이 투명한 물질에 직접 센 조명을 비추면, 반대로 몸은 갑자기 매우 잘 보이게 된다.

안타깝게도 심해에서는 포식자들이 발광포라 불리는 빛-방출 기관들을 탐조등같이 잘 이용하기 때문에 이런 일이 자주 발생한다. 따라서 이 깊이에 서식하는 먹잇감들은 최대한 푸른 빛을 적게 반사하기 위해 적색 또는 검은색인 경우가 많다. 문어인 Japetella heathi 와 오징어인 Onychoteuthis banksii는 색이 있었다가 없앨 수 있는데, 도대체 어떻게 그러할 수 있을까? 두 종 모두 피부가 빛에 민감한 색소 세포들을 함유하고 있는데, 이 세포들은 염료를 포함하고 있어서 빛이 감지되면 곧바로 색소를 푼다.

바다 사파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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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해양 플랑크토닉 요각류 (Sapphirina sp.)

바다 사파이어들(Sapphirina)은 열대와 아열대의 따뜻한 바다에 서식하는 개미 정도 크기의 생명체다. 이것들은 요각류라 불리는 갑각류 그룹에 속해 있다. 각 종마다 선명한 파랑부터 빨간색, 금색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종류의 무지갯빛 광채를 발산한다.

흥미로운 점은 한순간 밝게 빛나다가도 다음 순간이면 거의 사라질 듯한 빛깔로 바뀐다는 것인데, 그 모습이 매우 신기하다. 이 생명체의 피부 혹은 각피 세포에는 미세한 크리스털 판들이 육각형 벌집 모양으로 구성돼 있다. 크리스털들은 DNA의 네 가지 구성요소 중 하나인 구아닌을 포함하고 있고, 각각 시토졸이라는 국물 같은 액체로 구분돼 있다.

한 연구팀은 구아닌 크리스털들이 모두 70nm로 같은 두께지만, 시토졸의 두께는 50nm에서 200nm 사이로 다양한 것을 발견했다. 시토졸 층이 더 두꺼울수록 긴 파장의 빛이 반사돼 요각류가 붉은색 또는 자홍색을 띠게 한다.

이와 더불어 색깔은 빛이 들어온 각도에 따라 다르다. 각이 작으면 작아질수록, 반사된 빛의 파장은 짧아져서 색이 보라색에 가까워진다. 각이 적당히 작아지면 반사된 빛은 자외선 파장에 들어가 우리 눈에 보이지 않게 되고 사파이어는 우리 시야에서 사라진다. 연구원들은 빛이 45도 각도에서 이 갑각류들을 때렸을 때 그들을 사실상 투명하게 만든다는 것을 발견했다.

유리날개 나비

유리날개 나비(Greta oto) Image copyright Rod Williams/naturepl.com
이미지 캡션 유리날개 나비(Greta oto)

지금까지 논한 투명 동물들은 전부 바다에 서식하고 있었는데,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투명하기 위해서는 빛을 반사하지도 흡수하지도 않는 물질로 구성돼야 한다. 그런데 생물조직과 공기의 굴절률은 서로 차이가 너무 커서 땅 위에 서식하는 동물과 식물의 경우 이것이 어렵다. 굴절률은 빛이 얼마나 빠른 속도로 물질을 투과하는지 나타내는 숫자다. 빛은 진공에서 가장 빠르고, 물질의 밀도가 높을수록 통과하는 데에 더 많은 시간이 걸리고 굴절률도 더 높다.

생체조직은 공기보다 너무나도 두껍고 밀집돼 있기 때문에 빛이 공기 중에 이동하다가 조직에 닿는 순간 그 속도는 줄어든다. 그 결과 빛은 방향이 바뀌거나 분산되어 동물을 더욱 잘 보이도록 반사한다.

바닷속에서는 물과 생체조직의 굴절률 차이가 적어서 투명이 더 쉽기 때문에 많은 '거의' 투명한 동물들이 존재한다. 그리고 육지에 투명 동물이 많이 없는 또 하나의 이유는 생명체들이 멜라닌과 같은 색소를 이용해 태양이 발산하는 자외선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법칙에도 예외가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중앙아메리카에 서식하는 유리날개 나비(Greta oto)다.

몸 전체가 투명하지는 않지만, 그의 투명한 날개는 포식자들이 비행 중 추격하는 것을 어렵게 만든다. 어떻게 이 나비가 투명할 수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과학자들이 전자현미경으로 날개를 관찰했다. 그들은 나노기둥이라 불리는 나노 크기의 미세한 서로 다른 길이의 돌기들이 무작위적으로 흩어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이렇게 무작위한 크기와 위치의 나노 구조물들이 나비 날개의 반사를 최소화하는 것으로 보인다. 나노기둥들이 날개로 들어온 빛과 간섭해 빛 대부분이 튕겨 나가는 대신 통과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투명 연체동물

또 하나의 예외로 크로아티아의 가장 깊은 동굴에서 발견된 반투명 달팽이(Zospeum tholussum)가 있다. 프랑크푸르트 괴테대학의 과학자들은 이 투명 달팽이가 크로아티아의 크로아티아 루키나 자마 트로야마 동굴 속 980m 지하에 서식하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발견 장소는 돌과 모래가 가득했고, 작은 물줄기가 하나 흐르고 있었다.

이 달팽이는 어두운 지하 동굴에서 가끔 발견되는 소형 육지 달팽이 속(屬)에 속하며, 스스로 움직일 수 없다. 연구자들은 이 달팽이들이 흐르는 물을 이용해 이동한다고 믿는다.

하지만 반투명함에도 이 달팽이는 꽤 눈에 잘 보인다. 이를 보면 육지 동물이 바다 동물의 특성을 갖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새삼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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