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북한-미국 말폭탄 사태 책임, 모두 북한에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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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BBC 코리아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국제 정세에 대한 의견을 밝혔다.

"말폭탄 사태 책임, 북한에 있어"

북한과 미국의 계속된 설전과 군사 행동으로 한반도를 둘러싼 긴장은 최고조에 달했다. BBC 코리아는 25일 서울 연세대학교에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을 만나 최근 사태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반 전 사무총장은 최근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 사이 오간 소위 '말폭탄 대치'에 대해 "모든 책임은 북한에 있다"고 일축했다. 그는 "지금 북한은 고도로 강력한 언사를 쓰고 있다"며 "아마도 그런 차원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대응한 것이 아닐까 싶다"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9일 유엔 총회 연설에서 "미국과 동맹을 방어해야 한다면 우리는 북한을 완전히 파괴하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이 없다"며 북한을 향한 발언 수위를 높였다.

양국 간 기류가 계속해서 악화되자 중국 루캉 외교부 대변인은 25일 정례 브리핑에서 양국에 "서로 자극하지 말고 자제하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반 전 사무총장은 "양측의 발언이 모두 바람직스럽지는 않다"면서도 "북한은 193개 유엔 회원국 중 모든 규범을 깨뜨리고 가장 강하게 국제사회에 도전하는 나라며, 이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정부의 생각을 강하게 전달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냉전 시대에도 소련을 포함해 그 어떤 나라도 핵으로 공격을 하겠다는 위협은 하지 않았다"며 "유일하게 북한이 미국을 핵 공격하겠다고 공언하고 심지어 장소까지 제시한 상황으로 이런 상황은 지극히 위험하다"고 말했다.

반 전 사무총장은 "가능한 빠른 시일 안에 긴장과 위기의 도를 낮추고 이 문제를 외교와 정치적으로 해결할 방안을 찾는 것이 필요하다"며 그 과정에서 "중국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미지 캡션 지난 13일 독일 북한대사관 앞에서 열린 반핵 시위에서 참가자들이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가면을 쓰고 있다.

"한국 대북지원 시기 적절치 않아"

반 전 총장은 한국 정부가 검토 중인 800만 달러 규모의 대북 인도지원 방안에 대해서 "긴장이 이 정도로까지 고조됐고 북한이 전혀 도발적인 태도를 멈추지 않는 상황에서 아무리 인도적인 것이라도 시기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또 "어떤 위기와 분쟁 상황에도 일반 시민들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계속한다는 것이 유엔의 원칙이고, 현 정부 역시 유엔의 요청에 따라서 검토한 것이지만 그래도 시기를 좀 더 검토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전술핵 재배치 문제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견해를 보였다. 그는 "여러 면으로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북한 도발에 대응하는 것을 넘어 전 세계적인 핵 문제와 연관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1991년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 당시 한국 정부는 우리 스스로 비핵화를 통해서 한반도 비핵화를 실현하겠다는 굳은 각오를 하고 있었고, 지금도 정부의 태도는 변함이 없고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문재인 정부 탈원전 정책도 비판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대해서는 "결과적으로 국민에게 혼란을 줬다"며 "좀 더 신중했어야 했다"고 비판했다.

반 전 사무총장은 "원자력 에너지는 아주 깨끗한 에너지라고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처럼 훌륭한 과학자들이 많고 과학기술이 발전한 나라는 (원전의) 안전이 큰 고려 요소라기보다는 환경을 파괴하지 않고 어떻게 많은 에너지를 충당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원전은 상당히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현재 한국은 35% 이상의 전력을 원전에 의존하고 있으며 원전 수출도 하고 있다"며 "원전 문제는 충분한 논의와 과학적인 검토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반 전 사무총장은 이날 연세대학교 글로벌사회공헌원 명예원장으로 취임했다.

취임식에서 그는 유엔의 '2030 지속가능개발 목표(2030 Sustainable Development Goals·SDG)'가 국내에서 잘 실행될 있도록 돕겠다는 뜻을 밝혔다.

'2030 지속가능개발 목표'는 반 전 총장의 임기 중인 2015년에 채택됐다. 선정된 17개 목표는 기후변화, 저렴하고 깨끗한 에너지, 양성평등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