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 정신력이 약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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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윙스 그리고 정신질환

누구나 살면서 한번은 아프다. 성인 4명 중 1명은 정신질환으로 아프다.

그러나 주변을 둘러보면 다들 괜찮아 보인다. 다들 행복해 보인다.

그래서 그 4명 중 1명이 내 친구는 아니겠지, 내 가족은 아니겠지, 내 동료는 아니겠지 싶다.

정신질환의 평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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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보건복지부 정신질환 실태 역학조사

보건복지부는 매년 정신질환 실태 역학조사를 발표한다. 가장 최근 발표된 보고서에 따르면 성인 4명 중 1명이 평생 한번 이상 정신건강문제를 경험한다.

이 발표에서 조사한 정신질환은 흔히 '우울증' 이라 알려진 주요우울장애, 공황장애와 강박장애 등이 포함된 불안장애, 사건사고 기사에 자주 언급되는 조현병, 그리고 알코올 중독이라고 불리는 알코올 사용장애 등이 있다.

'약해빠진 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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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우울증은 감정을 조절하는 뇌에 기능에 문제가 생기는 질병이다.

정신질환에는 고정관념이 자주 따른다.

정신력이 약해서다, 관련 진료 기록이 있으면 취업에 지장이 있다, 정신질환자는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높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의 결론만 참고하자면 대부분 고정관념은 사실이 아니다.

우울증은 감정을 조절하는 뇌에 기능에 문제가 생기는 질병이고, 실제 정신장애인의 범죄율은 정상인 범죄율의 10분의 1도 되지 않는다. 또 정신질환 관련 진료는 의료법에 의해 엄격히 보호되기 때문에 본인의 동의 없이 조회할 수 없다.

하지만 고정관념을 깨기는 쉽지 않다. 인간의 경험은 필연적으로 극히 제한된다. 또 학계 연구에 따르면 고정관념은 정보처리에 들어가는 에너지를 줄여 우리가 세상을 더 단순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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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보건복지부 '바르게 바라보기' 캠페인

정부와 지자체는 정신질환을 둘러싼 편견을 타파하기 위해 다수의 교육 프로그램 및 캠페인을 실행하고 있지만, 정신질환을 둘러싼 오해는 아직 만연하다.

대다수 환자들은 이렇게 정신질환에 대한 사회적 이해도와 수용도가 낮은 탓에 치료를 적극적으로 기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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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세계보건기구 정신건강 시행 계획

세계보건기구 보고서는 우울증이 '3천 만명 이상이 겪고 있는 병'임에도 불구하고 '환자의 50% 이상이 효과적인 치료를 받지 않거나 못하고 있으며 그 중 대다수 나라들에서는 환자의 90% 이상이 치료를 받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경우도 전체 정신질환자 중 27.2%만이 의사나 정신과 전문의의 상담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치료를 받지 못하는 정신질환자들은 상태가 점점 악화되고 그것은 모두가 감당해야 할 사회적 비용으로 되돌아온다.

털어놓기 쉽지 않은 정신질환을 전국민에게 고백한 유명인들이 있다. BBC 코리아는 정신질환을 겪은 사실을 고백한 유명인들의 이야기를 통해 정신질환에 대해 알아봤다.

스윙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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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스윙스

스윙스는 한국에서 가장 인지도 있는 힙합 가수 중 한명이며 힙합 음악의 대중화에 큰 역할을 한 아티스트이기도 하다. 그는 어렸을 적부터 강박증, 조울증, 외상후스트레스장애 등을 겪고 최근에는 정신질환으로 의가사 제대까지 했다.

우울증은 결함?

이미지 캡션 스윙스 인터뷰 중

"한국에서는 정신질환을 의지박약으로 보고, 의지가 약한 걸 결함으로 인식해요."

"그리고 만약에 그런 결함이 알려지면, 그 사람의 가치가 평가절하되죠."

정신질환에 걸리면 정신력이 약한걸까? 무시 당해도 마땅한걸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니다. 정신질환은 정신력, 결함, 약하고 강함 따위와는 무관한 '병' 혹은 '증후군'이다. 세계보건기구 (WHO), 미국 국립의료원 (NIH), 한국 보건복지부 등 많은 기구 및 기관들은 우울증을 비롯한 정신질환들을 '질병'으로 정의하고 그에 대한 연구를 매년 발표하고 있다. 예로 세계보건기구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우울증을 통제할 수 있는 감정이 아닌 질병 (disease) 그리고 장애 (disorder)라고 정의했으며 효과적인 치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우울증에 대한 일반인들의 인식은 의학계의 중론과는 다르다. 최근 발표된 "국내 우울증의 질병부담과 치료현황," "일반인의 우울증 태도에 관한 연구" 등 에 따르면 대부분 사람들은 여전히 우울증이 의학적이 아닌 심리적 원인에 의해 발생한다고 이해하고 있다.

'우울증'의 무분별한 남용이 낳은 상처

이미지 캡션 스윙스 "감정기복 II Part.1 : 주요 우울증" 앨범 커버 사진

"사람들은 우울감을 느낄 때, 바로 '야, 나 우울증 (depression) 있어' 라고 해요. 의사한테 가본 적도 없고, 우울증을 진단 받은 적도 없으면서요. 자기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를거에요. 그런 말들은 제가 느끼는 감정을 과소평가하는 거에요."

우울감과 우울증. 무엇이 다른 것일까?

의학전문 웹사이트 '웹엠디 (WebMD)'는 그 차이를 괴로움을 스스로 털어내고 나아질 수 있느냐 없느냐에 둔다. 슬픔은 누구나 때때로 겪는 감정이지만, 우울증은 상담이나 약물치료를 거쳐야 나아지는 병이라는 것이다. 며칠 안에 슬픔이 사그라 들었다면 그것은 인간이 아주 자연스레 느끼는 감정에 불과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우울감이 지속되고 사회생활에 지장을 주기에 이르렀다면 그것은 단순한 감정이 아닌 병, 우울증일 가능성이 크다.

이 우울감과 우울증을 혼동할 때 자주 일어나는 오해가 '툭툭 털고 일어나면 되지 않느냐' 하는 것이다. 그러나 우울증은 우울감과 달라 혼자의 힘만으로 극복하기 힘든 증후군이다.

영국간호협회 기관지인 Nursing Times는 우울증이라는 단어가 남용되면 자연스러운 감정인 슬픔이나 근심까지도 억제시킬 수 있고 관련 약이 필요보다 과처방되는 상황을 일으킬 수 있다고 말한다. 전문가들이 우울감을 솔직히 털어놓는 것도 좋지만 자연스러운 감정이 필요보다 심각하게 여겨지는 것도 우려해야 한다고 말하는 이유다.

정신'장애'의 기준이 뭐죠?

이미지 캡션 "내가 정말 장애가 있다면 왜 나를 군대로 보낸거지?"

"얼마 전에 가사에도 썼는데, 의사들이 대부분 저를 '장애'가 있다고 판단해요. 한국에서는 제가 가지고 있는 강박증 (Obsessive-compulsive disorder. OCD)가 강박'장애'로 분류되거든요."

"내가 정말 장애가 있다면 왜 나를 군대로 보낸거지?"

보건복지부는 정신질환자의 현재 치료 상태, 최초 진단시기, 상태(impairment), 정신질환으로 인한 정신적 능력장애(disability) 상태 등을 확인해 정신장애 등급의 종합적인 판정을 내린다. 여기서 능력장애는 적절한 음식을 섭취할 수 있느냐, 대소변관리가 가능하느냐, 자발적이고 규칙적인 통원 및 약물 복용이 가능하느냐 등을 가늠해 측정한다.

스윙스가 겪은 강박장애는 강박적 사고 (obsession) 및 강박 행동 (compulsion)을 특징으로 하는 정신질환인데, 이 역시 보건복지부의 정신장애 등급 판정 기준에 따라 장애등급 여부가 갈린다. 장애등급을 받게 될 경우 1급 1호에서부터 3급 4호 사이의 장애정도를 진단 받게 되는데 1급과 3급 사이의 정신장애의 경우 일반적으로 전시근로역인 5급과 병역면제인 6급 사이의 병역 처분을 받는다. 하지만 치료를 통해 상태가 호전됐거나 큰 불편함이 없을 것이라고 판단되는 경우 현역 판정을 받기도 한다.

상담 및 치료 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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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진료 그리고 상담비용은 실제로 얼마나 들까?

"정말 (정부가) 가격을 낮춰야해요. 저도 가끔 망설여요. 너무 비싸요."

"제 느낌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관심이 없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저 같은 사람들이 더 목소리를 내야하는 거고요."

진료 및 상담비용은 실제로 얼마나 들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천차만별이다. 우선 대학생의 경우 각 대학교 학생상담센터, 청소년의 경우 각 지역 청소년상담복지센터 혹은 Wee 센터, 그 외의 사람들은 정신건강증진센터 혹은 건강가정지원센터를 이용하면 무료 상담을 받을 수 있다. 무료 상담이 아닌 병원 외래 진료를 선택한다면 국립의료원 기준 초진 10,040 원, 재진 6,880 원의 비용으로 진료를 받을 수 있고 (건강보험 적용시)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의 경우는 1,000원에서 2,000원정도의 비용으로 진료를 받을 수 있다. 이 두 방법이 아닌 한국상담심리학회 및 민간 상담심리사에게 받는 상담의 비용은 1회 50분에 8-15만원 선을 웃돌며 유명 상담사가 속한 병원 혹은 민간 센터의 경우 가격이 그 두배가 넘는 경우도 많다.

정신질환은 보험 적용이 안되는 것 아니냐고 물을 수 있다. 하지만 정신질환은 공적 보험영역에서 의료급여, 산재보험, 건강보험 등을 통해 보장되고 있다. 또 사적 보험영역에서는 어린이 보험, 치매 보험 등을 통해 보장된다. 실손의료보험의 경우도 2016년 1월 이후 가입시 정신질환을 보장대상에 포함해, 치료목적 확인이 가능한 일부 정신질환 진료 시 급여부분의 법정본인부담분이 보장되고 있다.

음악으로 위로 받는 영혼들

스윙스가 스튜디오에서 작업을 하고 있다.
이미지 캡션 스윙스가 스튜디오에서 작업을 하고 있다.

"저한테 그랬어요. '넌 음악이 아니였다면 미쳤거나 감옥 안 범죄자가 을거야'라고요.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음악은 정말 저를 저로부터 구제해줬어요."

"우원재, 걔도 저한테 자신의 문제들에 대해 말해줬어요. 진심이라고 느껴졌어요. 진짜는 진짜를 알아보니까요."

"하루종일 Pharrell Williams 의 Happy 를 틀어놓기도 했어요."

음악은 많은 이들에게 위로를 선사한다. 최근 힙합 경연 프로그램인 Show Me The Money 6에 참가해 우울증, 심불안장애, 공황장애가 있다고 밝힌 우원재를 두고 온라인 상에서 그의 고백이 위로가 된다는 의견도 있었다. 음악은 어떻게 우리를 위로하는 걸까?

2011년 영국 정신의학회지(British Journal of Psychiatry)에 실린 한 논문에 따르면 음악이 정신질환자들로 하여금 새로운 미적, 신체적, 관계적 기회를 제공함으로서 그들의 정신건강을 증진하고 겪고있는 질병을 극복하는데에 도움을 준다고 한다. 청취자가 음악을 들을 때 악기 연주에 집중하는 "적극적인 활동 (active doing)" 을 하는데, 이것이 우울증과 관련된 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아무 음악이나 듣는 것은 경계해야 할 지도 모르겠다. 웨스턴 시드니 대학의 한 연구에 따르면 슬픈 음악은 부정적인 생각이나 슬픈 기억을 자극해 우울증의 증세를 악화시키는 것으로 드러났다.

스윙스가 언젠가 신나는 팝송인 Pharrell Williams 의 Happy 를 하루종일 틀어놓았다고 말한 것도 그 때문이 아닐까.

환자들에게는 의사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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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대부분의 정신질환은 간단한 약물치료를 통해 호전될 수 있다.

4명 중 1명이 정신건강문제를 경험한다면 당신 혹은 당신의 친구, 가족, 동료, 지인도 당사자일 수 있다.

대부분의 정신질환은 간단한 약물치료를 통해 호전될 수 있다. 더 큰 문제가 되기 전에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누군가가 당신에게 정신질환은 정신력이 약해서 걸리는 것이라고 한다면, 그대로 놔두면 지나가는 환절기 증후군 같은 것이라고 한다면, '아프니까 청춘'이라고 한다면 이 기사를 보여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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