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내에서 우리의 몸과 마음은 이렇게 망가진다

에어버스 A350의 기내 모습 Image copyright MARTIN BERNETTI/AFP/Getty Images

비행기 여행은 일상이 됐지만 여전히 우리의 몸과 뇌는 그로 인해 악영향을 받는다.

이리저리 흔들리는 작은 화면에 일그러진 음향, 그리고 잦은 방해. 기내에서 보는 영화에 몰입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비행기를 자주 타는 사람들은 장시간의 비행 중에 정말 아무런 슬픈 내용도 없는 영화를 보다가 눈물을 흘리는 (혹은 다른 사람이 그러는 모습을 목격하는) 경험을 할 때가 있다.

지상에서 봤더라면 전혀 눈물을 흘릴 리 없는 '심슨 가족'과 같은 가벼운 코미디조차도 기내의 승객을 눈물바다에 빠뜨릴 수 있다.

물리학자 브라이언 콕스와 음악가 에드 시런은 비행기에서 영화를 보면 감정과잉이 되곤 한다고 고백한 바 있다.

런던의 개트윅 공항이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15%의 남성과 6%의 여성이 집에서 영화를 볼 때보다 기내에서 영화를 볼 때 더 우는 경향이 있다고 답했다.

한 대형 항공사는 기내에서 승객을 자극할 수 있는 영화를 상영할 때 경고 메시지를 보여주기까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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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기내에서는 보다 감성적이 되는 걸까. 심지어 '심슨 가족'을 보고 눈물을 흘리는 경우도 있다

왜 비행기를 탔을 때 더 쉽게 울게 되는지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가설이 있다. 사랑하는 이들을 떠나는 것에 대한 슬픔, 여행에 대한 흥분, 향수병 등이 언급된다.

그러나 비행 그 자체가 원인일 수 있다는 증거 또한 존재한다.

비행기라는 밀폐된 금속 용기 속에서 지상 3만5천 피트(10km)까지 날아오르는 일은 분명 보통 일이 아니다. 그런데 최근의 연구에 따르면 이것이 사람의 심리와 기분에 이상한 영향을 끼치며 심지어 인간의 지각 능력에도 악영향을 끼치고 가려움을 더 많이 느끼게 한다고 한다.

"건강한 사람들에게는 별로 문제가 되지 않아 과거에는 이에 대한 연구가 별로 없었습니다." 독일 항공의료학회 회장이자 쾰른대학교 응급의학과 교수인 요헨 힌켈바인은 이렇게 말한다. "하지만 항공 여행이 저렴해지고 대중화되면서 나이가 많은 사람과 덜 건강한 사람들도 비행기를 이용하고 있지요. 그래서 이 분야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습니다."

힌켈바인은 기내 환경이 인간의 몸과 마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연구하는 몇 안되는 연구자 중 하나다.

비행기 안이 인간에게 매우 특이한 장소라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기압은 2400미터 높이의 산꼭대기와 비슷하다. 습도는 세계에서 가장 건조한 사막보다도 낮고 기내에 유입되는 공기는 섭씨 10도 정도로 냉각돼 있다. 인체와 기내의 전자기기에서 나오는 열을 식히기 위해서다.

기내의 낮은 기압은 승객의 혈액에 함유된 산소의 양을 6~25%까지 떨어뜨릴 수 있다. 만약 병원에서 이런 일이 발생한다면 대부분의 의사들은 산소호흡기를 요청할 것이다.

건강한 승객에게 이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노인이나 호흡기 문제가 있는 승객에게 미치는 영향은 더 클 수 있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완만한 수준의 저산소증이라도 인간이 명징하게 사고하는 능력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몇몇 연구가 존재한다. 건강한 어른도 1만2천 피트(3.6km)의 고도에 상응하는 산소 농도에서 기억력연산을 수행하고 결정을 내리는 능력에 측정이 가능할 정도의 차이를 보이기 시작할 수 있다.

기내 기압이 1만2천5백 피트 상공의 기압보다 낮을 경우 여객기 조종사에게 산소 마스크를 쓸 것을 요구하는 항공 규제는 바로 이 때문에 있는 것이다.

기이하게도 7천 피트(2.1km) 이상의 고도에 상응하는 기압에서 인간이 어떠한 자극에 반응하는 시간은 더 길어지는 것으로 밝혀졌다. 기내에서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에겐 나쁜 소식이다.

그런데 8천 피트(2.4km) 상공의 산소 농도에서 인지 능력과 추론 능력 또한 소폭 감소할 수 있다는 연구도 있다. 이는 기내의 산소 농도와 일치한다. 그렇지만 우리 대부분에게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건강한 조종사나 승객은 이 정도 고도에서 인지 능력에 문제를 겪지 않습니다." 힌켈바인은 이렇게 말한다. "그러나 독감에 걸린 사람이나 원래 병이 있는 사람들의 경우에는 저산소증이 인지 능력 결함이 눈에 띌 정도로 혈중 산소농도를 떨어뜨릴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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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비행기 기내의 기압은 2400미터 높이의 산꼭대기와 비슷하다

그러나 힌켈바인은 우리가 비행 중에 겪는 약한 저산소증이 우리 뇌에 보다 쉽게 관찰 가능한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한다. 바로 피로감이다. 저기압실산악 지대에 적응하지 못한 상태에서 도착한 군인에 대한 연구는 적어도 1만 피트(3km)의 고도에 단기간 노출되면 피로도를 증가시킬 수 있다는 걸 보여주었다. 어떤 사람에게는 더 낮은 고도에서도 같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륙 이후에 기내에 앉아 있으면 언제나 저는 피로감을 느끼고 쉽게 잠에 빠지게 됩니다." 힌켈바인은 이렇게 설명한다. "이는 산소 부족으로 의식을 잃게 된다는 얘기가 아니라 저산소증이 요인 중 하나라는 것이지요."

승무원들이 기내 조명을 어둡게 하는 걸 볼 수 있을 때까지 눈을 뜨고 있으면 낮은 기압의 또다른 효과를 경험할 수 있다.

인간의 밤눈은 단 5천 피트(1.5km) 고도에서도 5~10% 어두워질 수 있다. 이는 밤에 사물을 보기 위해 필요한 망막 안의 세포가 매우 산소에 민감하기 때문이다. 이 광수용기 세포는 많은 산소를 필요로 하는데 높은 고도에 있을 경우 충분한 산소를 공급받지 못해 제대로 작동을 못할 수 있다.

비행은 인간의 다른 지각 능력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낮은 기압과 습도가 결합하면 우리의 혀가 짠맛과 단맛을 느끼는 감도가 최대 30%까지 떨어질 수 있다. 또한 루프트한자 항공사가 의뢰한 연구에 따르면 토마토 주스의 감칠맛은 비행 중에 더 강하게 느껴진다고 한다.

건조한 공기는 냄새에 대한 우리의 감각을 감퇴시켜 음식의 맛이 밋밋하게 느껴지게 만든다. 때문에 많은 항공사들이 기내식에 양념을 더 많이 가미한다.

기압의 변화로 승객들은 평소보다 방귀를 많이 뀌게 되는데 비행 중에는 후각이 감퇴된다고 하니 그나마 다행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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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기내식은 우리가 평소 먹는 음식보다 더 짠 편이다

옆자리 승객의 뱃속에서 나온 가스를 들이마시는 것도 기분 좋은 일은 아니지만 기압의 감소 자체 또한 승객의 기분을 불편하게 만드는 듯하다. 2007년의 한 연구는 기내에 해당하는 기압에서 3시간 정도 있은 이후부터 사람들이 불편함을 호소하기 시작한다는 걸 보여줬다.

여기에 낮은 습도까지 함께 생각해보면 비행 중 오랫동안 가만히 앉아 있는 게 어렵다는 사실은 그리 놀랍지 않다. 오스트리아의 연구에 따르면 장거리 비행은 우리의 피부를 최대 37% 더 건조하게 만들며 가려움증을 증가시킬 수 있다 한다.

또한 낮은 기압과 습도는 알코올의 효과와 그 다음날의 숙취를 증폭시킬 수 있다.

비행기를 타면 원래 불안한 사람들에겐 더 안 좋은 소식도 있다.

"저산소증이 있으면 불안감이 증가할 수 있습니다." 킹스칼리지 런던의 항공의학협회 회장인 발레리 마틴데일은 이렇게 설명한다.

비행으로 인해 영향을 받을 수 있는 기분에 불안감만 있는 건 아니다. 여러 연구 결과에 따르면 높은 고도에서 오래 있을 경우 긴장감 같은 부정적인 감정을 증가시킬 수 있으며 사람을 덜 친근하게 만들고, 활력을 떨어뜨리스트레스를 다루는 능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한다.

"고도 6~8천 피트에 준하는 기압의 기내에 노출될 경우 몇몇 종류의 기분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결과를 얻었습니다." 뉴질랜드 메이시대학교의 인체공학 교수 스티븐 레그는 이렇게 말한다. 레그 교수는 약한 저산소증이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고 있다. 이는 왜 승객들이 비행 중에 보는 영화에 울게 되는 경우가 많은지에 대한 설명을 제공해줄 지도 모른다. 그러나 대부분의 과학 연구에서 발견되는 효과는 민간 항공사의 기내 기압보다 더 높은 고도에서만 발생하는 듯하다. 레그 교수는 최근 비행 중에 겪을 수 있는 약한 저산소증이 기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얻었다.

"다양한 종류의 저강도 스트레스 요인에 노출되는 것이 복잡한 인지 능력과 기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우린 아직도 거의 아는 게 없습니다." 레그 교수는 말한다. "하지만 장거리 항공 여행이 전반적인 '피로감'과 연관이 있다는 건 알고 있지요. 그래서 저는 '비행 피로'라는 것이 이러한 다양한 종류의 저강도 스트레스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일어나는 효과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높은 고도가 사람들을 더 행복하게 느끼게 만든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그러나 워싱턴대학교의 영상매체학 교수 스티븐 그로닝은 이러한 행복감이 눈물로도 나타날 수 있다고 여긴다. 비행의 지루함과 기내 영화가 제공하는 안도감이 작은 화면과 헤드폰이 주는 프라이버시와 결합하면서 슬픔이 아니라 기쁨의 눈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기내 오락물 시스템의 환경은 보다 내밀한 느낌을 주고 이것이 보다 고양된 감정적 반응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그로닝 교수는 말한다. "비행기에서 흘리는 눈물은 사실 슬픔의 눈물이라기 보단 안도의 눈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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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힌켈바인은 우리의 신체가 일반적으로 작동하는 방식에 나쁜 영향을 끼치는 또다른 이상한 변화를 발견했다.

그가 쾰른대학교의 동료들과 실시한 미발표 연구에 따르면 민항기 내부와 비슷한 상태에서 단 30분만 머물러도 피실험자의 혈액에서 면역체계와 관련된 분자의 균형에 변형이 생길 수 있다 한다.

낮은 기압이 우리의 면역체계가 작동하는 방식에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여행 중에 감기나 독감이 걸리면 사람들은 기후가 변해서 그런 거라고 생각하곤 하죠." 힌켈바인은 말한다. "그렇지만 비행 중에 면역 반응이 변화하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여기에 대해서는 더 자세한 연구가 필요합니다."

비행이 우리의 면역 체계에 영향을 끼친다면 단지 병에 잘 걸리게 만들 뿐만 아니라 우리의 기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면역 체계로 인한 염증의 증가는 우울증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백신으로 인한 일회성 염증은 48시간 내로 급격한 기분의 변화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면역체계가 기분장애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는 캠브리지대학교의 정신의학과 교수 에드 불모어는 이렇게 말한다. "12시간의 비행이 비슷한 효과를 일으킨다면 흥미로운 일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