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멍사진: 개들도 증명사진을 찍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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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견: 개들도 증명사진을 찍는 이유

'우쭈쭈, 여기, 여기 봐'

카메라 앞에 선 모델 앞에서 사람들이 쉴 새 없이 말하고 움직인다. 마치 아기 돌사진을 찍는 현장과 같지만 모델은 다름아닌 강아지들이다.

이 곳은 바로 강아지들의 증명 사진, 즉 '증멍사진(증명사진+멍멍이)'을 찍는 현장이다.

'증멍사진'은 원래 반려견을 가족처럼 여기는 사람들이 기념하기 위해 찍는 사진이지만 강동구 한 유기견 입양센터에서 찍는 사진은 좀 더 특별하다.

바로 입양률에 공헌하는 '증멍사진'이기 때문이다.

입양을 원하는 사람들 가운데는 이 센터 홈페이지에서 먼저 강아지를 보는 경우가 꽤 있다. 그러다보니 사진은 이 유기견들의 첫 인상이 되기도 한다.

같은 날 강아지 입양을 위해 이 곳 센터를 찾은 전성일 씨는 "유기견을 입양하려는 사람들에게 강아지 외모가 절대적인 변수는 아니다"이라면서도 "그래도 너무 유기견 이미지처럼 나온 사진보다는 깔끔하고 귀여운 사진이면 사람들의 이목을 끌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에서 매년 위탁 보호소로 보내지는 유기견 수는 약 8,500마리다.

그러나 이 유기견들 가운데 새 가족을 만나는 경우는 평균 30%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결국 구조 이후의 유기견들의 삶에 대해서도 관심이 필요한 상황.

이 센터에서 유기견 '증멍사진'을 찍는 이유진 작가는 "대부분 보호소 유기견들이 꾀죄죄한 모습으로 올라온다"며 "유기견의 이미지로만 남아있는 부분이 안타까워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며 사진의 취지를 설명했다.

이 작가의 설명에 의하면 강아지들도 사진을 찍으면 사람 증명사진처럼 본연의 특성이 드러난다고 한다.

사진에 저마다 표정과 눈빛이 녹아져나온다는 것. 그는 "소심한다거나, 호기심이 많다거나 하는 등이 특성이 강아지들도 다 다른데, 사진에도 그런 모습들이 반영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 곳은 유기견 관리, 입양자 교육 프로그램 뿐 아니라 이런 '증멍사진' 부분등까지 신경을 쓰니 입양률을 90%까지 만들 수 있었다고 말했다.

증멍사진은 특별한 보정을 많이 가하지는 않는다.

축소되거나 과장되지 않게 유기견의 상황을 '전달'하기 위해서다.

이에 대해 서울 강동구 리본센터 동물복지팀장 최재민 팀장은 "증멍사진은 무조건 예쁘게 찍으려는 목적보다는 강아지들도 사람들처럼 각자 개성과 특징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찍는 것"고 설명했다.

이어 "애틋하고 귀엽다는 느낌만으로 유기견 입양을 생각하지 말고, 실질적으로 강아지들과 잘 지낼 수 있을지를 먼저 고려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기획,취재: 김효정, 촬영·편집: 최정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