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명: 특허를 출원한 여성 발명가가 남성보다 적은 이유

Illustration of Grace Hopper and a computer Image copyright Hannah Eachus
이미지 캡션 미국의 컴퓨터 과학자이자 해군 제독이었던 그레이스 호퍼는 프로그래밍 언어 '코볼(COBOL)'의 창시자로 '버그'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했다

여성이 만든 발명품은 무엇이 있을까? 우리 일상 속에서 식기세척기와 자동차 와이퍼, 보드게임 '모노폴리' 등을 예를 들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여성 발명가들의 혁신적인 아이디어들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영국 특허청에 해당하는 지식재산소유자협회(IPO)의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여성 발명가의 특허 출원은 전체의 13%에 조금 못 미친다. 7명의 남성 발명가 특허를 출원할 때마다 1명 여성 발명가가 특허를 낸다는 뜻이다.

여성 발명가의 특허 출원 비율은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상승세가 유지된다고 해도 남녀 비율이 같아지기까지는 50여 년이 더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왜 발명 산업에 종사하는 여성이 이렇게 적을까?

학자들은 과학(Science), 기술(Technology), 공학(Engineering), 수학(Mathematics)을 통틀어 일컫는 '스템(STEM)' 분야에서의 여성 인력 부족을 가장 큰 이유로 꼽고 있다.

특허법 전문 법률회사 '파웰앤길버트(Powell & Gilbert)'의 페니 길버트 공동대표는 이러한 성비대칭 문제가 전문인력 육성에서 온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가 여성 특허 출원자를 더 많이 보기 위해서는 더 많은 여성이 대학에서 STEM 분여를 공부하고, 졸업 후에도 연구 분야에 종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에도 현재까지 영국에서 STEM 분야에 종사하는 여성의 비율은 약 4분의 1에 그치고, 고등학교와 대학교에서 STEM 분야를 공부하는 여성 역시 매우 적다.

연구팀의 3분의 2가 남성

특허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발명한 사람에게 특별한 권한을 갖게 해주는 것이다. 이를 통해 발명품에 대한 소유권을 행사할 수 있고, 다른 사람이 그 아이디어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특허 소유권자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특허를 갖기 위해서는 새롭고 유용한 아이디어를 갖고 특허 출원 신청서를 특허청에 제출해야 한다.

신청은 개인과 단체 모두 가능하다.

그런데 여성 발명가의 대부분이 개인으로 특허를 출원하고, 팀에 참여했다고 해도 팀원의 대부분이 남성으로 이뤄진 것을 고려하면 성별 불균형은 더욱 눈에 띈다.

남성 개인 혹은 남성들로만 구성된 팀은 전체 신청자의 3분 2가 넘지만 여성 개인이 신청한 비율은 전체의 6%에 그친다.

IPO 통계에 따르면 여성으로만 구성된 팀(0.3%)은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

미국 예일 대학교의 보고서에 따르면 여성 신청자가 특허를 인정받을 확률도 남성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신청자 이름이 명확하게 여성으로 보일 경우 통과 확률이 낮은 것으로 집계됐다.

물론 발명에 관여했다고 해서 모두 특허를 받는 것은 아니다.

세계 지식재산기구(WIPO)는 여성 과학자들이 그들의 연구에 대해 특허 출원하는 사례도 남성의 절반에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여성들이 남성 과학자들보다 자신의 발명품을 상업화할 생각을 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성비가 가장 좋은 분야는 생명공학

1991년 앤 츠카모토는 줄기세포 분리에 성공했다. 이는 암 환자들의 혈액 체계에 대한 이해와 암 치료 관련 분야의 위대한 업적이었다.

현재 7명의 동료와 함께 줄기세포 성장에 관해 더 깊은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츠카모토 박사는 이 밖에도 7개 특허의 공동소유자다.

Image copyright Hannah Eachus

살아있는 유기체를 이용해 유용한 치료제와 식품을 생산하고 있는 생명공학은 여성 발명가가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분야다. 생명 공학 관련 특허의 약 53%에 최소한 한 명의 여성 발명가가 참여했다.

두 번째로 여성 비율이 높은 제약 분야에서도 특허의 약 52%에 한 명 이상의 여성 발명가가 연구에 참여했다.

반면 전기 공학 분야에는 10분의 1도 못 미치는 특허 신청이 여성 발명가를 포함하고 있다. 이는 가장 낮은 비율이다.

2070년까지 양성평등

IPO에 따르면 여성 발명가의 비율은 1998년 6.8%에서 2017년 12.7%로 지난 20년간 두 배 증가했다.

같은 기간 여성이 한 명이라도 포함된 특허 신청서는 12%에서 21%로 상승했다.

페니 길버트는 멘토링과 여성 발명가에 대한 교육과 함께 여성들이 STEM 분야를 공부하도록 장려해 여성의 교육과 커리어 선택에 대한 고정관념을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는 마리 퀴리, 로절린드 프랭클린, 그레이스 호퍼, 스테퍼니 퀄렉 등 역사적으로 인정받는 여성 과학자들의 업적과 그들의 이야기를 조금 더 조명하고 알릴 필요가 있습니다."

"그들의 이야기를 전해야 합니다."

양성평등 최상위 국가는 러시아

영국 여성의 특허 관련 참여율이 1998년 8%에서 2017년 11%로 상승했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나라들에 월등히 뒤처져있다.

지난 20년간 전체의 17% 특허 신청서가 한 명 이상의 여성을 포함하고 있는 러시아가 가장 높은 여성 발명가를 보유한 국가로 나타났다. 프랑스는 러시아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하위권을 형성한 대한민국과 일본은 전체 특허 신청서 중 20분에 1만이 여성 발명가를 포함한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 자료들은 어떻게 수집됐나?

일반적으로 특허 출원 신청서는 성별 기재란이 없다. 이에 따라 IPO는 신청자들의 이름을 유럽 특허통계정보(PATSTAT)과 각국 통계청, 페이스북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자료를 비교 분석해 성별을 추정했다.

95% 이상 성별이 확실한 이름만 통계에 쓰였고, '로빈'과 같이 중성적인 이름은 제외됐다.

이름과 성별의 일치율이 국가마다 다를 수 있지만, 전체적으로 약 75%의 일치율이 나타났다. 통계에 쓰인 이름들이 서양인의 이름으로 치중된 경향이 있어 영국이 일치율이 가장 높고 중국과 대한민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의 일치율은 낮다고 볼 수 있다.

'100인의 여성'이란?

100인의 여성은 BBC가 영향력 있고 영감을 주는 여성 인물 100명을 선정해 그들의 이야기를 전달하는 프로그램이다.

페이스북인스타그램, 트위터에서 #100Women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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