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커: 영화 조커는 무엇 때문에 논란의 대상이 됐나?

'조커'는 배트맨의 숙적이 어떻게 탄생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Image copyright Warner Bros. Entertainment Inc
이미지 캡션 '조커'는 배트맨의 숙적이 어떻게 탄생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슈퍼 히어로 세계 속 악당에게 헌정된 첫번째 영화 '조커'가 개봉 이후 미국에서 커다란 논란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동시에 영화는 개봉 첫주 전세계에서 2억 4800만 달러를 벌어들이며, 극장가를 활짝 웃게 만들고 있다.

이 영화는 배트맨의 숙명적인 라이벌, 조커의 기원을 그렸다. 개봉을 앞두고 군 당국은 조커 개봉 이후 대중을 향한 총기 난사 범죄가 발생할 가능성이 "상당하다"고 우려했고, 영화는 사법 당국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이러한 우려가 나온 것은 7년 전, 콜로라도 주 오로라에서 벌어진 사건 때문이다. 당시 배트맨을 다룬 영화 '다크 나이트 라이즈' 상영 중에 한 남성이 관객에게 총격을 가했다. 이로 인해 12명이 사망하고 70명이 부상을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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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당국은 2012년 '다크나이트' 개봉 당시 벌어진 총격의 재현을 우려한다

페이스 페인팅 금지

조커는 7년 전 비극이 발생한 오로라 극장에서는 상영하지 않는다. 극장주가 당시 희생자의 유가족들의 탄원을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유가족들은 이 영화의 투자/배급사인 워너 브라더스사에 서한을 보내, 총기 사건의 희생자들을 위해 일하는 단체에 기부하라는 요청을 전했다.

이들은 편지에서 워너 브라더스사는 "총기 개혁에 반대표를 던지는 후보들"에게 정치적 기부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영화전문지 할리우드 리포터가 입수한 편지 사본에 따르면, 이들은 "(사회 구성원) 모두를 안전하게 지켜야 할 사회적 책임을 이해하는 기업 대표들이 늘어나고 있는데, 당신(워너 브라더스사의 대표)도 그 일원이 되어달라"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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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영화가 폭력을 미화하고 과격한 행동을 정당화한다는 비판도 나왔다

더 나아가, 오로라 극장 사건의 희생자 유가족 중 한 명은 영화 조커가 대학살로 종신형을 선고받은 제임스 홈즈를 연상시킨다고 말했다.

24세의 딸 제시카 가위를 잃은 샌디 필립스는 할리우드 리포터에 "(홈즈의) 사진은 볼 필요가 없다. 단지 조커의 홍보만 봐야하고 살인자의 사진만 보게 된다"고 말했다.

마스크를 착용하거나 페이스 페이팅, 코스프레를 하고 영화를 보는 것은 슈퍼 히어로 영화가 상영될 때는 흔히 볼 수 있는 일.

하지만 몇몇 미국 도시에선 극장들이 이러한 치장을 한 관객들의 입장을 제한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우려

조커는 정신병을 앓고 있는 코미디언 아서 플렉에 대한 이야기다. 그의 직업과 개인사에서 빚어진 불운으로 인해 그는 범죄자의 삶을 살게 된다.

이 영화에는 잔인한 폭력 장면이 담겨 있다. 일부 영화 평론가들은 감독 토드 필립스가 폭력을 미화했다고 비판한다.

'배니티 페어(Vanity Fair)'의 리차드 로슨은 이 영화가 "병을 앓고 있는 이들에 대한 무책임한 선전일 수 있다"고 썼다.

그는 또 "조커가 (병을 앓고 있다고) 축하해주는 것인가? 겁을 주는 것인가? 아니면 단지 아무 차이도 없는 것인가?"라고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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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호아킨 피닉스(왼쪽)과 필립스는 올해 베니스 영화제 최고상을 수상한 자신들의 영화를 옹호했다

조커가 폭력에 동조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는 주장은 토드 필립스 감독은 물론 주연을 맡은 호아킨 피닉스에게도 먹히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감독은 이러한 논란에 대해 "놀랍다"고 말했다.

필립스 감독은 영화 홍보차 진행된 최근 인터뷰에서 "영화는 이 세상의 사랑 결핍,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 부족한 연민에 이야기한다"며 "나는 사람들이 이 메시지를 받아들일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제가 생각하는 예술은 복잡한 겁니다. 만약 복잡한 예술을 싫어하는 사람이라면, 서예 정도를 즐기는 게 맞을 것 같습니다."

호아킨 피닉스

필립스는 연예뉴스 웹사이트 더 랩(The Wrap)과 진행한 또 다른 인터뷰에서 이번 논란을 "극도로 좌파적"이라고 비난했다.

"이 영화에 대한 담론에서 중요한 것은 자신들의 의제에 맞을 때는 극좌파들이 얼마나 쉽게 극우파처럼 말할 수 있는가 입니다. 정말 눈이 번쩍 뜨일 정도로 놀랍더군요."

피닉스는 (영화가) 폭력을 홍보하는 것은 아니냐 같은 질문을 받은 인터뷰 도중 뛰쳐나간 이후, 이 영화를 변호하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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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미국의 몇몇 극장들은 관객들이 마스크나 메이크업, 복장을 입고 극장에 오는 것을 금지했다

그는 "사람들은 노래 가사를 잘못 해석하곤 한다. 책의 구절도 다르게 이해한다. 그래서 나는 관객들에게 도덕성이나 옳고 그름의 차이를 가르치는 게 영화 제작자의 임무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자신은 영화에 의해 촉발된 "불편함"을 즐겼다고 말했다.

"영화가 우리를 불편하게 만들거나 다르게 생각하게 하는 것은 좋은 것이라 생각한다. 나는 그것을 기쁘게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영화를 하고 싶었어요. 쉽지 않았으니까요. 배역을 준비하면서 조커에 대해 여러 가지 다른 감정을 느꼈습니다."

사랑받는 악당들

피닉스 캐스팅도 논란을 더했다. 그는 작품에 본능적으로 접근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조커의 예고편들에 따르면, 그는 엄청난 악역을 잘 소화해냈다.

조커나 스타워즈의 다스베이더 같은 '악당들'에게 매혹되는 사람들도 있다. 이것도 논쟁의 한 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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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우리 모두 악당을 좋아하나? 심리학자들은 그렇게 여긴다

심리학자 트래비스 랭글리는 미 라디오 방송 KOA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유혹을 이해한다"며 "우리중에는 제한이 없다면 무엇을 할 것인지를 상상하고 싶어하는 이들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랭글리는 '조커 심리학, 사악한 광대들과 그를 사랑하는 여인들'이라는 책을 썼고, 판타지 속 캐릭터의 심리에 대해 말하는 전문가다.

그는 "이런 류의 이야기들은 보통 악당들이 이끌고 간다"고 말했다.

"영웅들은 악당들이 무슨 짓을 하면 그에 반응하는 반응적 인물들입니다. 영웅들이 선제적으로 대처하면 사람들은 영웅을 자경단원쯤으로 보곤 하죠."

조커에 대한 부정적인 반응은 앞선 영화에서 이 배역을 맡은 배우에게 벌어진 사건과도 관련이 있다.

다크나이트(2008)에서 그를 연기했던 히스 레저는 영화가 개봉된 직후 우발적인 약물 과다 복용으로 사망했다.

히스 레저는 강렬한 연기로 2009년 아카데미상 남우조연상을 받았다. 슈퍼 히어로 영화로서는 이례적인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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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2008년 히스 레저의 갑작스러운 죽음은 '조커'의 신비성을 더욱 강화했다

불행하게도 그가 갑작스럽게 숨지자 그가 "캐릭터 때문에 괴로워했다"는 소문이 떠돌았다.

이 소문은 1989년작 배트맨에서 조커로 출연했던 동료 배우 잭 니콜슨의 발언으로 인해 한층 더 강화됐다.

니콜슨은 히스 레저의 사망 소식을 듣고, "나는 그에게 경고했었다"는 애매한 말을 했다.

상표가 붙은 '코스프레'

워너 브라더스사는 배트맨이 받는 숙명적 고난(조커와 조커의 폭력적 행위)에 대한 어떠한 낭만화도 부인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회사는 "허구의 인물인 조커나 영화는 어떤 종류의 폭력도 지지하지 않는다. 절대 오해하지 말라"고 말했다.

"영화나, 제작자, 스튜디오 모두 이 캐릭터(조커)를 영웅으로 치켜 세우려는 의도는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워너 브라더스사는 피닉스가 영화에서 착용한 마룬 블레이저를 공식 복제품을 포함해, 많은 라이선스 조커 테마 상품들을 출시했다. 그 가격은 75달러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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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 건강에 대한 그릇된 인식

정신 건강과 관련해, 이 영화가 정신 질환을 어떻게 묘사했는지 우려도 있다.

이것은 문화적 표현에 관한 논의에서 골치 아픈 주제다. 심리학 전문가들 중에는 과거에 할리우드가 정신병을 앓고 있는 인물들을 (잘못된 관념을 심어주는 방향으로) 다뤘다는 점을 꼬집는 이들도 있다.

정신 건강 차별에 반대하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영국의 자선단체 '변화할 때(Time to Change)'에 따르면, 성적 지향과 인종에 기초한 것과 같은 다른 잘못된 표현들이 쉽게 변하지 않는 것처럼 정신 질환에 대한 고정관념도 좀처럼 달라지지 않고 있다.

이 단체의 줄리 에반스 커뮤니케이션 담당자는 BBC에 "정신 질환에 대한 묘사가 영화 속 '미친 악당'에서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지만 (정신 질환에 대한) 그릇된 해석의 역사는 꽤나 오래된 것"이라고 말했다.

"드라마틱한 묘사는 과장되고 잘못된 정보를 덧붙이곤 합니다.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대다수의 사람들은 전혀 위험하지 않아요."

그녀는 "또한 그들은 폭력의 가해자가 되기보다는 희생자가 될 가능성이 더 높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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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조커는 개봉 첫 주에 9600만 달러를 벌어들여 기록을 남겼다

팀 스넬슨 이스트 앵글리아 대학 영화학 강사는 영화와 정신 건강에 관한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그는 개봉 전에 조커를 평가하는 것은 가혹한 일일 수 있다고 말했다.

스넬슨은 BBC에 "할리우드에는 트라우마로 인해 생겨난 '연민이 가는 사이코 패스'를 등장시킨 조커처럼 정신 건강과 폭력의 연관 같은 신화를 재생산하는 영화 사례로 가득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트레일러를 보니 좀 더 흥미로운 시도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즉 정신 질환이 있는 인물이 어떻게 해서 생겨나게 되었는가 하는 이야기를 만들어주려는 시도였죠. 앞서 나온 영화에는 부족했던 것입니다."

상과 찬사

스넬슨은 "(영화 속) 조커가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지 않았다면 부끄러운 일이 될 것"이라며 "하지만 이미 정신 건강이 어떻게 묘사되는지에 대한 논쟁을 촉발시켰다"고 말했다.

부인할 수 없는 것은 조커가 이미 관객들의 호응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이 영화는 영화 리뷰 웹사이트인 로튼 토마토(Rotten Tomatoes)에서 90%이상의 지지율을 기록하기도 했다.

또한 영화를 둘러싼 논란이 관심을 증폭시키고 있다. 영화는 미국에서 개봉 첫주에 9600만 달러의 수익을 기록했다. 10월 개봉된 영화로는 최고 기록이다.

끝으로 조커는 이달 초 베니스 영화제에서 최고상인 '황금사자상'을 수상했다. 스크리닝 행사에선 8분간 기립박수를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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