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동물: '이곳에 압수된 밀수품이 창고에서 먼지나 뒤집어쓴다는 생각은 틀렸다'

국립 야생동물 물품 보관소는 보호 전문가들의 업무에서 중요하면서도 특별한 의미가 담긴 거점이다
이미지 캡션 국립 야생동물 물품 보관소는 보호 전문가들의 업무에서 중요하면서도 특별한 의미가 담긴 거점이다

미국 덴버의 외곽에 있는 거대한 창고, 이곳에는 낯선 물건들이 보관되어 있다.

박제된 호랑이와 코끼리 코, 천산갑으로 만든 카우보이 부츠 등이다. 이곳은 생명을 약탈하는 국제 무역에 대항하는 최전선이다.

콜로라도의 로키 산맥 속에 숨겨져 있는 이 화려하지 않은 건물에는 죽은 동물들로 만들어진 귀중한 압수품들이 보관되어 있다.

미국 어류 및 야생동식물 보호국은 야생동물 밀매와의 싸움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그리고 이곳, 국립 야생동물 물품 보관소는 보호 전문가들의 업무에서 중요하면서도 특별한 의미가 담긴 거점이다.

이곳에는 미국 항만에서 경찰이 압수하거나 범죄 조사 과정에서 압수된 수많은 불법 야생동물 밀매품들이 보관되어 있다.

박제된 호랑이, 코끼리 코로 만든 램프, 수천계의 곰 발톰, 약재, 천산갑으로 만든 카우보이 가죽 부츠 등 2만2000제곱피트 창고 안에는 꼼꼼하게 정리 및 보관된 밀매품은 120만 점 이상이다.

그야말로 '알라딘의 죽음의 동굴'인 셈이다.

보관소가 보관하는 것은 동물만이 아니다. 희귀한 식물, 나무로 만들어진 흔히 볼 수 없는 물건들도 보관한다. 상당수가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 동식물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에 의해 보호받는 것들이다.

이곳에서 4년간 일해온 교육 전문가 사라 메처에겐 이곳은 그저 밀매품들의 장례식장이 아니다. 그 물품들이 새로운 목적을 갖고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기회의 장이다.

그녀는 "이곳은 끝나는 곳이 아니다"라고 했다. "(밀매품들은) 새로운 방식으로 쓰임새를 갖게 됩니다. 이곳에 들어오는 물건들이 창고에 보관된 채로 먼지나 뒤집어쓴다는 생각은 틀렸다. 이 물건들은 각자의 종이 처한 상황을 알리는 일종의 대사로 첫걸음을 떼게 됩니다."

전 세계적인 야생동물 거래는 토지 개발과 더불어 동물 멸종의 가장 큰 원인이다.

10월 미국과 영국의 학자들이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지구상의 척추동물 5종 중 적어도 1종이 야생동물 시장에서 판매되고 있다.

이미지 캡션 전 세계적인 야생동물 거래는 토지 개발과 더불어 동물 멸종의 가장 큰 원인이다

인터폴 역시 전 세계 야생동물 거래를 연간 최대 200억 달러(23조 4900억)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직원이 7명인 이곳은, 주로 정부 공무원과 야생동물 전문가, 환경보호론자, 교육자들이 이용한다.

시설의 일부는 일반인에도 개방된다. 다만 특정한 날에, 사전 이용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 보관소는 과거 미국 어류 및 야생동식물 보호국 안에 있었다. 그러나 1990년대부터 자체 보관을 위한 공간이 필요해졌고, 이 곳이 만들어지며 분리됐다.

"대학교, 동물원, 아쿠아리움, 자연 센터, 박물관 - 환경에 대한 교육이나 보존 업무를 하는 모든 기관들은 교육 또는 학문적 연구를 위해 이곳의 자료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보관소에는 해외에서 수입된 동물과 식물만 있는 게 아니다. 북아메리카에서 밀거래하다 압수된 동물과 생물들을 위한 보관도 이루어지고 있다.

이곳에서 일하는 메처는 "실제로 항구나 범죄 수사 과정에서 압수되는 밀매품들을 고려하면 여기에 있는 것은 빙산의 일각"이라며 "이곳은 (불법적으로) 거래되는 야생동물 종을 대표할 수 있는 것들에 초점을 모으고 있다"고 말했다.

지금 미국에서는 어떤 야생동물을 멸종위기 종으로 분류할 것인가를 둘러싸고 논쟁이 커지고 있다.

지난 달 트럼프 정부는 '멸종위기종 보호법'에 대한 대대적인 개정안을 발표했다. 현재 이 법안은 미국 영토 내에 있는 1600여종을 멸종위기종으로 규정하고 보호하고 있다.

그러나 개정안에 담긴 변화는 멸종 위기에 처한 식물과 동물종에 대한 무조건적인 보호 조치를 없애려고 하고 있다. 그리고 기존의 멸종위기종들을 보호종 목록에서 쉽게 삭제할 수 있게 하려 한다. 이러한 움직임은 동물 보호 단체들의 비판을 받고 있다.

보관소에는 죽음을 맞은 대형 고양이과 동물이 많다. 모두 다양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 교육적 차원에서 대형 고양이과 동물의 가죽 및 각 부위들은 소중한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메처는 "우리는 의도적으로 아주 아주 위기에 처해 있다는 인식을 높이기 위해 특정한 종을 부각시킨다"고 말했다.

이미지 캡션 '우리는 의도적으로 아주 아주 위기에 처해 있다는 인식을 높이기 위해 특정한 종을 부각시킨다'

보관소에서 보관되는 모든 밀매품은 압류 상태 그대로 보관된다.

그녀는 "우리는 어떤 식으로도 밀매품에 변화를 주지 않는다"며 "만약 밀매품이 양탄자나 장신구 또는 원료 형태로 압수됐다면 그대로 이곳에 오게 된다"고 말했다.

압수된 밀매품들은 그저 섬뜩한 물건들이 아니라, 중요한 효과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곳을 방문하는 사람들이나 학교 단체 등이 이 압수품들의 처지에 공감할 수 있다면, 이러한 것들이 만들어지는 상황을 줄여 나갈 힘이 생깁니다. 밀매를 위해 밀렵되는 종들에 대해 이해하고, 자각하고, 감사하게 만들어 주는 것이죠."

보관소에는 최소 3000여개의 곰 발톱이 보관되어 있다. 메처는 이 보관소가 박물관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다. "우리는 이 물건들을 보존하려는 게 아닙니다. 이것들을 꺼내어서 활용하려고 하는 겁니다."

국립 독수리 보관소를 포함한 전체 시설은 특별법 집행 조사에서 나오는 벌금과 과태료를 통해 운영 자금을 확보하고 있다.

한 밀매품이 압수된 후 범죄 관련 조사가 끝나서 보관소에서 볼 수 있게 되기까지는 종종 몇 년이 걸리기도 한다.

때로는 집을 청소하다가 발견한 물건들을 기부하려는 사람들의 문의가 오기도 한다.

메처는 "젊은 세대는 나이 든 세대와 가치 체계가 다르다"고 했다. "그들에게는 밀매품이 (이전 세대에게 줬던 것 같은) 내재적 가치나 문화적 연결이 없어요. 그래서 밀매품들을 책임있는 방식으로 처리하려고 합니다. 상업 시장으로 돌아가지 않게끔 말이죠."

보관소는 야생동물 밀무역에 대해 대중을 교육하는 또 다른 방법을 찾기 위해 여러 기관들과 협력하려 하고 있다.

그녀는 "사람들이 야생동물에 대해 생각할 때, 대부분은 동물들만 생각한다"며 "하지만 우리는 밀렵된 선인장류, 인삼 등도 포함해 다루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는 살아있는 종을 보관하도록 되어 있는 곳이 아니기 때문에 살아있는 식물은 없지만, 만약 우리가 그런 종들을 발견하게 되면 (밀렵과 밀거래에 대한) 목록을 만들어 둡니다."

고립되어 있는 보관소를 떠날 때, 굉음을 내며 달려가는 취재 차량을 야생 동물 보호구역 저 편에서 들소와 사슴 몇 마리가 뚫어져라 바라봤다.

그렇게 몇 초 동안 죽은 듯 서 있던 그들은, 보관소 벽 안에 있는 다른 동물들과 달리 자신들의 서식지로 유유히 발길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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