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 좋은 것도 과하면 안돼

Valerie running

새벽녘 떨어진 낙엽들이 바스락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나무 사이를 달리는 발레리 스테판의 모습은 평화롭고 안정돼 보인다.

"조깅을 할 때면 성취감을 느껴요. 뛰면 뛸수록 제가 더 빨라지고 강해지고 있다는 걸 느끼는 그런 작은 성취감이 만족스러운 거죠."

발레리는 체력을 다지기 위해 10년 전부터 조깅을 시작했다. 처음에 5km로 시작했던 목표가 어느새 10km가 됐고, 곧 마라톤까지 뛰게 됐다. 그는 훈련을 위해 아침 일찍 일어나기 시작했고, 운동은 다른 어떤 것보다도 중요한 일상의 우선순위가 됐다.

"언제부턴가 제가 운동을 하는 게 아니라 운동이 제 생활을 지배하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그건 곧 중독이 됐죠."

"업무에도 지장이 생기기 시작했고, 가족들을 포함한 제 모든 생활이 영향을 받았어요. 시간이 갈수록 운동은 오히려 제게 독이 되기 시작했어요"

중독이 심해질수록, 발레리는 주변의 사람들과 점점 멀어져 갔다.

"관계들이 깨지기 시작했어요. 많은 사람들이 제가 왜 그렇게까지 운동에 집착하는지 이해하지 못했거든요. 절 이상하게 봤죠"

약속에 늦거나, 약속을 취소하는 일도 늘어갔다. 친구를 만날 때도 운동을 같이 할 수 있을 때만 만나거나, 그날의 운동 목표를 달성했을 때만 편하게 쉴 수 있었다.

"친구들은 제가 그들을 만나고 싶어 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대요. 저도 친구들을 만나고는 싶었지만 운동량을 다 채우지 않고 친구들을 만나면 죄책감이 들었죠. 그냥 그런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어요."

운동에 대한 집착은 다른 중요한 관계들에도 영향을 미쳤다.

"쉴 수가 없었어요. 집에서 시간을 보내고 싶지가 않았죠. 계속해서 내 나는 내 생활을 이렇게나 잘 통제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걸 증명하려 했어요. 그게 얼마나 나를 심리적으로 힘들게 하는지는 드러낼 수가 없었어요"

그렇게 몇 년 동안이나 자신의 몸과 마음을 몰아붙이던 발레리는 우울감에 빠졌고, 정신적 ·육체적으로 회복이 필요한 상태임을 느꼈다. 결국 그는 4개월간 휴직을 해야 했다.

심리학자들에 따르면 운동 중독은 행동이나 거실이 집착·강박적으로 변하거나 삶에 악영향을 미치는 '행동 중독'에 포함된다.

정기적인 운동을 하는 사람들 중 3% 정도에게서 이런 증상이 나타나고, 좀 더 전문적으로 운동하는 사람일수록 수치는 10%까지 오른다.

특히 발레리처럼 스트레스를 운동으로 푸는 사람들일수록 이런 증상에 빠지기 쉽다고 북런던 수도병원의 체트나 강 심리학 박사는 말한다.

강 박사는 "관계 악화와 불안 증세, 우울증 등으로 클리닉을 찾는 사람들을 살펴보다 보면 지나친 운동이 원인인 경우가 많다"며 "아주 흔한 경우는 아니지만, 그 수가 점점 늘고 있다"고 말했다.

운동중독이란?

카즈 나만 박사는 식이장애를 전문으로 치료하는 아동청소년 정신과 의사다. 그의 환자들 중에도 운동중독 증세를 보이는 케이스가 많다. 그는 운동 중독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 운동중독을 명확하게 규정하기란 쉽지 않다. 아직 다양한 연구들이 진행 중이고, 병명조차 아직 통일되지 않아 운동 의존, 강박적 운동, 그리고 의무적 운동 등 다양한 용어가 쓰이고 있다.
  • 운동은 정신건강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약한 우울증이나 심한 불안증을 치료하는 데 효과를 보이지만, 과도한 운동은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기도 한다.
  • 건강 추적기 같은 기기들이 운동중독 증세를 악화시키기도 하는데 특히 완벽주의 성향이나 목표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는 사람이 취약하다. 또 이런 기기들을 이용해서 소셜 미디어에 자신의 운동 목표나 진행 상황 같은 것을 공유할 수 있고, 이는 경쟁심리를 부추길 수 있기 때문에 더 위험하다.

과도한 운동이 불러오는 부정적인 결과에는 피로골절, 건염 (힘줄염), 그리고 면역체계 약화 등이 있다.

여성의 경우 일명 "여성 3종 경기"라 불리는 생리 중단과 골다공증, 식이장애에 특히 취약하다. 또 남성의 경우 과도한 운동이 성욕을 감퇴시키는 것으로 알려졌다.

맨체스터 메트로폴리탄 대학의 운동심리학자 마틴 터너는 10년간 운동선수들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면서 자신의 운동 정체성에 사로잡힌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그는 "이런 유형의 사람들은 자신의 운동 능력이 본인의 인간으로서의 가치를 결정한다고 믿고 있다"며 "운동선수로서 성공을 해야만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운동이 자기 정체성이 되어버리니 운동을 하지 않으면 자기 자신이 누구인지조차 알 수 없게 되는 경우도 있다"고 밝혔다.

터너 박사의 연구는 이러한 "비논리적 신념"이 사람들을 더욱 더 운동에 의존하게끔 하고, 우울감, 분노, 불안 그리고 번아웃 증후군으로 이어지기도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는 "이런 신념이 비논리적이라는 것에 세 가지 이유가 있다"고 설명했다.

"첫째 과도한 운동은 정신적 육체적 건강을 오히려 해친다."

"둘째로 이런 경우 운동을 하는 목적이 장기적인 건강을 위해서기보다는 단기적인 죄책감을 피하기 위한 것이 된다."

"마지막으로 현실적으로 숨 쉬고, 먹고, 자는 것이 운동보다 더 중요하지, 운동이 이런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보다 선행해서는 안 된다."

금단증상들

운동할 때 나오는 아드레날린과 엔도르핀 같은 호르몬이 끊겼을 때 오는 금단증상을 극복하는 것은 쉽지 않다.

발레리의 경우 운동량을 줄이려는 노력을 시작했을 때 더더욱 안정을 취하기 어려움을 느꼈다. 그건 악순환이었다고 그는 말한다.

"운동을 못하게 되자 저는 아주 불안해졌어요, 잠도 잘 오지 않았고, 두통을 느끼기도 했죠. 운동을 하지 않는 날은 마치 감옥에 갇힌 죄수처럼 느껴질 정도였어요."

스트라바, 가민, 핏빗 같은 앱들과 이에 연동된 웨어러블 기기들은 그의 노력을 더 어렵게 했다.

"전 이런 앱들을 사랑해요. 매일매일 수치들을 체크하면서 제 운동량을 확인하고, 얼마만큼 발전해나가고 있는지를 봐야 했죠"

"이렇게 앱으로 내 발전 상태로 확인하고, 다른 친구들이 얼마나 운동하고 있는지도 확인할 수 있어요. 만약 마라톤을 앞두고 어떤 친구가 나보다 더 많이 훈련하고 있는 것을 보면 저도 더 욕심이 나더라고요."

터너 박사에 따르면 이런 정보 접근성은 운동중독을 끊기 더 어렵게 만드는 요소다.

그는 "앱이 제공하는 수치들은 성취감을 준다"며 "문제는 이런 앱들이 끊임없이 운동이 부족한 것 같은 느낌을 갖게 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계속해서 내 이전 수치나 다른 사람들의 수치와 비교하게 함으로써, 지나치게 결과 지향적인 방향으로 경쟁을 부추긴다"고 말했다.

터너 박사는 "이런 특성은 신체적인 성취를 자신의 존재 가치로 삼는 사람들에게 특히 위험하다"며 "운동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는 것을 '실패'로 여기는 사람들에게 내 운동능력이 전보다 떨어진다고 계속 말해주는 앱은 문제를 당연히 더 악화시킨다"고 밝혔다.

이미지 캡션 오드리 리빙스톤 철인 3종 경기 코치도 자신이 훈련하는 사람들이 운동을 대하는 태도에 이런 앱들과 웨어러블 기기들이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것을 목격했다

오드리 리빙스톤 철인 3종 경기 코치도 자신이 훈련하는 사람들이 운동을 대하는 태도에 이런 앱들과 웨어러블 기기들이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것을 목격했다.

"몇몇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하고 있는지에 지나치게 관심을 두는 나머지 정작 운동을 즐기지 못하더라고요."

"저는 항상 어제의 나와 비교했을 때 실력이 더 향상되었다면 그걸로 된 거라고 말해주죠. 오로지 자신의 상태에만 집중하라고요"

"종종 전 훈련량을 줄이거나, 한 주간 운동을 중단하게 하기도 하는데, 대게 사람들은 잘 받아들이지 못하고 왜 그래야 하는지 의구심을 품기도 해요. 운동을 왜 쉬어야 하는 건지 모르겠다면서요."

회복의 길

여타 중독들과 마찬가지로 습관을 끊어내고 회복을 하는 것은 길고 지루한 싸움이다. 터너 박사는 행동 패턴을 인지하는 것이 중독 치료의 첫걸음이라고 믿는다.

"반드시 선행되어야 하는 것은 중독의 배경이 되는 본인의 생각과 동기, 믿음을 파악하는 겁니다."

"그리고 현실적이면서도 유동적인 태도를 가지도록 노력해야 하죠. 가령, '오늘 내가 운동을 하지 못하더라도 세상이 무너지는 일은 아니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운동을 빼먹었다고 내가 쓸모없거나 의지박약인 사람인 것은 아니다'라고 생각하는 것이 훨씬 건강한 태도에요."

발레리도 운동과 휴식 사이의 바람직한 균형을 찾기 위해 노력 중이다.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들의 지지를 받으며 서서히 중독에서 벗어나고 있다고 믿고 있다.

"이게 중독이라는 것을 인정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어요. 집착을 버리고 모든 걸 통제하려는 생각을 내려놓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완벽할 필요는 없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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