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드파더스: 이혼 후 양육자 10명 중 8명은 왜 못 받고 있을까

A씨의 딸이 그린 그림. 애인을 데려온 아빠와의 면접교섭 시간을 묘사한 그림이다 Image copyright A씨 제공
이미지 캡션 A씨의 딸이 그린 그림. 애인을 데려온 아빠와의 면접교섭 시간을 묘사한 그림이다

"명예훼손으로 (배드파더스에) 소송을 제기했다는 말을 들었을 땐 그저 기가 막혔어요."

A씨의 전남편은 이혼 후 7년이 넘도록 양육비를 외면해왔다. 신혼 초부터 가정 폭력에 시달렸던 A씨는 2012년 이혼 소송을 시작했다.

법원은 그에게 그해 12월부터 매월 양육비 60만 원을 지급하라고 명령했지만 전 남편은 이를 무시했다.

남편은 재산을 파악하지 못하도록 이혼 소송 중에 재산, 아파트, 가게 등을 다른 사람의 명의로 돌려놓은 상태였다.

밀린 양육비만 수천만 원이 넘어가지만 지금까지 A씨가 받은 돈은 60만 원이 전부다.

A씨는 법원에 '양육비 이행 명령'을 신청했지만 전남편은 따르지 않았다. 이 때문에 그는 10일간 감치되기도 했지만 입장엔 변화가 없었다.

전남편은 '아이와 함께 무릎을 꿇으면 양육비를 생각해보겠다'라는 답을 보냈다.

A씨의 전남편의 신상은 '배드파더스' 웹사이트에 공개됐다. 이곳은 이혼 후 양육비를 미지급한 부모들의 이름, 직업 등의 정보를 올리는 웹사이트다.

그러자 A씨의 전남편은 신상이 공개된 다른 양육비 미지급자들과 배드파더스 운영진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

국민참여재판으로 열리는 이 재판은 14일 진행된다.

양육비 10명 중 8명은 못 받는 이유는?

양육비를 두고 벌어지는 갈등은 A씨만의 일이 아니다.

지난해 4월 발표된 '한부모가족 실태조사'에 따르면, 2019년 한부모 73.1%는 '단 한 번도 양육비를 지급받은 적이 없다'고 답했다.

양육비 지급은 10명당 2명에게만 이뤄지고 있는 수준이다.

법원에서 양육비 명령을 받는데도 실제로 이행은 제대로 되지 않는 이유는 뭘까.

이미지 캡션 양육비해결총연합회 이영 대표

이에 대해 사회단체인 양육비해결총연합회의 이영 대표는 "양육비를 안 줘도 불이익이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판결을 받아도 강제집행을 할 수 있는 제도가 없다"라며 "재산을 조회해서 받아내는 추심절차도 제대로 하기 어렵고 복잡하며 기간이 길다"고 했다.

가사소송법에 따르면, 현행법상 양육비 미지급에 대한 제재는 양육비직접지급명령, 담보제공명령, 이행명령, 과태료, 30일 내 감치가 있다.

하지만 이런 제재가 실제로 이뤄지려면 절차가 까다롭다.

특히 혼자 아이를 키우는 한부모가 복잡한 법적 절차를 밟다가 스스로 포기하는 일도 많다.

이 대표는 "특히 어린 자녀를 키우는 분의 경우, 생계도 꾸려나가야 하는데 이런 복잡한 절차를 해야 하려면 시간과 돈도 필요하니 생각조차 못한다"고 토로했다.

이들을 돕기 위해 한국 정부는 2015년부터 양육비 지급의무를 외면하는 부모들에게서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양육비이행관리원'을 설립했다.

하지만 양육비이행관리원이 가지고 있는 권한은 제한적이다.

상담과 소송, 사후 감시 등을 도와주지만, 해외 유사기관처럼 양육비를 채무자로부터 강제로 회수해 채권자에게 전달하는 권한은 없다.

Image copyright Bad Fathers
이미지 캡션 배드파더스 사이트는 양육비 미지급자의 사진과 간단한 인적사항을 공개하고 있다

이행원을 통해 힘들게 절차를 거쳐도 막상 제재 효과가 높지 않다 지적도 있다.

감치 명령의 경우 잠적이나 위장전입 등으로 6개월간 경찰 눈을 피하기만 하면 무효가 된다. 직접지급 명령 등의 경우도 재산이 급여 소득자이거나 본인 명의 재산이 파악될 경우에만 가능하다.

이 절차를 다 밟아도 양육비를 내놓지 않으면 그 이후 할 수 있는 법적 조치는 없다.

A씨도 양육비를 받기 위한 법적 절차는 모두 거쳤다.

"정말 너무 오래 걸리고 힘든 싸움이었어요. 전남편은 마지막 단계인 감치형 10일을 받았지만 본인이 몸으로 때웠으니 더욱 줄 수 없다고 하더라고요."

'양육비 문제는 아동학대'

한부모와 관련 단체들은 양육비 미지급 문제를 사회적 측면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OECD 주요 국가들은 양육비 미지급 문제를 아동학대이자 공적 사안으로 바라보고 국가가 나서서 각종 행정조치를 취하고 있다.

이 때문에 미국의 경우 양육비를 체납하면 여권발급을 거부하고 형사범죄로 규정하고 있고, 캐나다도 여권과 각종 면허 발급을 거부하고 있다.

노르웨이에서는 은행 계좌, 부동산 압류 등의 방법으로 국가가 양육비를 회수하도록 정해놓고 있다.

이런 실정이다 보니 한국에도 운전면허정지, 출국금지 등 양육비 미지급자 실생활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행정조치가 도입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관계 부처의 견해차로 이 같은 행정조치 도입은 국회에서 계류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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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지난 해 2월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열린 '양육비제도 진정입법 부작위 헌법소원 기자회견'에서 어린이가 손팻말을 들고 있다. 이날 양육비해결모임은 헌법재판소에 '양육비 미지급은 아동의 생존권인 기본권 침해'로 사상 첫 양육비 헌법소원 심판청구를 접수했다

국회에서조차 양육비 지급 문제를 사회적 영역이 아닌 개인 간 문제로 보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많은 분들이 양육비는 이혼의 연장선으로 개인들이 다투다 벌어진 일이니, 국가가 나서거나 혹은 3자가 나서서 해결할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하지만 아이는 스스로 자립할 수 없는 존재이기에 어른들이 관심을 가지고 도와줘야 할 문제가 양육비"라고 했다.

국회에서는 양육비 미지급 문제를 아동학대로 보고 형사처벌하는 법안도 발의됐지만 아직 갈 길은 멀다.

긴 싸움을 이어온 A씨는 사람들이 양육비를 "돈 문제"만으로 보지 말아달라고 말했다.

"양육비에는 돈의 의무가 아니라 아이가 원하는 관심과 사랑 이런 것들이 다 섞여 있다고 봐요. 양육비를 주면서 아이가 어떻게 공부를 하고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알게 되고, 계속 심리적으로 관심이 가잖아요. 이런 모든 부모의 책임과 의무도 섞여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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