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특별한 ‘온라인 결혼식’ 한 커플이 들려주는 뒷이야기

코로나19: 특별한 ‘온라인 결혼식’ 한 커플이 들려주는 뒷이야기

"신랑 신부 입장하겠습니다!"

지난 4일 서울 강남구의 한 예식장. 음악 소리에 맞춰 신랑 신부가 입장했지만 박수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결혼식 현장에는 두 사람과 사회자밖에 없었기 때문.

하지만 이 결혼식이 중계되는 내내 온라인 채팅창에는 사람들의 축하 인사가 쏟아졌다.

결혼식은 화상회의 프로그램 '줌(zoom)'에 접속한 신랑 신부의 부모님과 친지들, 친구들에게 실시간 중계됐다.

신랑 신부는 결혼식장에 설치된 대형 전광판을 통해 이들과 실시간으로 소통했다.

바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로 온라인 결혼식을 올린 한 하지수, 박지혜 커플의 이야기다.

특별한 결혼식을 올린 이 두 사람에게 '온라인 결혼식'을 치른 소감을 물었다.

'처음엔 어르신 참여와 악플 문제로 고민'

"대구에 살고 계신 친지분들이 있어요. 결혼식은 다가오는데 코로나로 점점 상황이 안 좋아지니까 주변에서 우려도 컸고요. 그래서 2월 중순 정도에 원래 식을 취소했어요."

신랑 하 씨는 큰일을 쉽게 취소해도 될지 고민이 깊었다며 입을 열었다.

하지만 사람들의 안전이 제일 중요하다고 판단했고, 결국 식장 예약을 취소하려고 했다.

11월로 결혼식 연기를 생각하던 중에 이들은 예식장을 통해 통신업체 KT 측의 제안을 받았다. 온라인으로 결혼식을 열어보자는 것이었다.

"사람들이 '사회적 거리 두기'로 서로 단절된 상황에서 온라인으로 사람들을 연결해본다는 취지가 마음에 들었어요. 그래서 예정된 날짜인 4월 4일에 결혼식을 하게 됐어요."

막상 결정은 했지만, 걱정이 앞섰다.

무엇보다 스마트 기기가 익숙하지 않은 어르신의 참여가 어려울까 우려됐다. 화면에 얼굴이 어떻게 나올지 신경도 쓰였고 악플을 걱정하는 주변의 시선도 있었다.

하지만 사람들은 전례가 없던 결혼식에 뜨거운 반응을 보냈다.

신부 최 씨는 "저희 큰이모는 스마트폰을 잘 다루지 못하지만 사촌 동생의 도움으로 같이 참여할 수 있었고, 할머니도 결혼식 끝나고 전체 영상을 보시며 즐기셨다고 한다"라고 했다.

악플도 찾아보기 어려웠다. 부부를 알지 못하는 사람들도 함께 영상을 보며 댓글로 '아이디어가 기발하다', '응원하고 축하한다'는 등 축하 메시지를 남겼다.

텅 빈 결혼식장이었지만 함께 해준 사람들의 마음으로 식장은 가득 찼다.

최 씨는 특히 친정어머니가 경기 양평군 자택에서 편지를 읽어주던 순간이 가장 인상적이라고 전했다.

"엄마 얼굴이 전광판에 엄청 크게 나왔거든요. 그러다보니 표정이 더 잘 보이고 목소리도 더 크게 나왔어요. 엄마 목소리의 미세한 떨림처럼 작은 변화가 오히려 더 잘 보이다보니 울컥하더라고요."

부모님들에게 '코로나 잘 이겨내고 행복하게 살아라'라는 덕담을 듣고 이들은 화면 속 사람들 앞에서 반지를 교환했다. 성혼선언문은 인천 자택에 있는 신랑 하 씨의 어머니가 읽었다.

사진 출처, KT

1500여 명이 실시간으로 지켜본 결혼식

축가는 인기 유튜버 '배그나'가 실시간 중계로 불렀고, 뒤이어 개그맨 박명수가 현장에 깜짝 등장해 '바보가 바보에게'를 라이브로 불렀다.

그가 이야기를 나누며 신랑 신부 곁으로 다가가려고 하자 사회자는 "사회적 거리 두기를 부탁드린다"는 농담으로 사람들에게 웃음을 선사하기도 했다.

결혼식은 단체 사진을 찍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하객 단체 사진은 수많은 분할 화면으로 이뤄진 대형 스크린 앞에서 신랑 신부가 찍는 식으로 진행됐다.

신랑이 직접 셀카봉을 들고 사진을 찍기도 했다.

하 씨는 "단체 사진이 어떻게 구현될지는 기대를 못 했는데, 뒤에서 다들 기다려주셨고 손도 흔들어주셨다"며 "기존 단체 사진보다 더 기억에 남고 되게 신기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이날 줌으로 연결된 신랑 신부의 지인들은 50여 명이었다. 유튜브와 아프리카TV 등으로 결혼식을 지켜본 이들은 1500여 명이었다.

사진 출처, KT

사진 설명,

전광판 앞에서 접속한 하객들과 단체사진을 찍고 있는 신랑 신부

어려운 시국에 의미 있는 결혼식을 올렸지만 아쉬운 부분은 없었을까.

신랑 하 씨는 "코로나가 없었다면 결혼식 후 맛있는 걸 먹으러 가거나 비행기를 타고 신혼여행을 가거나 아니면 집들이도 열 텐데, 저희는 그냥 조용히 바로 집에 와서 좀 허전했다"고 했다.

하지만 이들은 '사회적 거리 두기' 상황 속에서 특별한 축하를 받은 만큼 일반 결혼식보다 감동이 컸다고 했다.

최 씨는 "모르는 사람들이 결혼을 진심으로 축하해주시고, 심지어 같이 감동해주신 분들이 많아 놀라웠다"며 "끝까지 코로나를 잘 극복하고 다들 건강하시길 바란다"며 감사를 표했다.

이번 결혼식을 위해 KT 측은 별도 송출 장비와 특수 효과 등을 지원했지만 일반인들도 어렵지 않게 온라인 결혼식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KT 커스터머전략본부 서제학 과장은 "이번 결혼식에 특별한 기술이 들어간 것은 아니다"라며 "휴대폰 몇 대만 있으면 누구나 줌이나 유튜브 등을 이용해서 온라인 결혼식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획 및 취재: 김효정

영상 편집: 윤인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