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이민: 나홀로 미국으로 향하는 중남미 아이들

  • 마르코스 곤잘레스 디아즈
  • BBC 문도
길가에 앉아있는 마이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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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7살인 마이클은 고향 온두라스를 떠나 미국으로 향한다

하루에만 수백 명의 미성년자가 고향인 중앙아메리카를 떠나 수 주에 걸쳐 미국-멕시코 간 국경에 도달한다. 보호자도 없는 이들의 험난한 여정을 BBC 문도가 동행 취재했다.

온두라스 출신인 17살의 마이클은 형과 함께 미국을 향한 위험천만한 여정을 시작했다. 마이클은 지금까지의 노력에 이미 지칠 대로 지쳤다고 말한다. 수일을 내리 걸은 마이클의 두 발은 엉망진창이 되었다. 하지만 그 어떤 것도 그의 사기를 꺾진 못했다.

멕시코 남부 팔렝케에 위치한 이민자 쉼터에서 마이클은 이민길이 "생각했던 것보다 복잡하다"고 말했다.

"항상 수풀을 헤치고 도망쳐야 하죠. 하지만 우리는 도착하고 말거에요. 뭔가 얻기 위해선 고생을 해야 하는 법이니까 가치는 있죠."

19살 재클린은 네 살배기 아들을 포함한 가족들과 함께 이민길에 올랐다. 절망스러운 상황 때문에 온두라스를 떠날 수밖에 없었다는 재클린은 현재 임신 중이다.

임신 3개월 차인 재클린은 "거의 먹지도 못해 너무 힘들고 쓰러질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족에게 힘이 되기 위해 버티려고 노력한다"며 눈물을 훔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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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과 함께 미국을 향한 이민길에 오른 재클린은 임신 3개월차다

일년 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로 국경이 봉쇄되면서 발길이 묶였던 이민자 수천 명이 올해 다시 이민길에 올랐다.

대부분의 이민자는 중앙아메리카 출신으로, 고국에서의 가난과 폭력을 피해 더 나은 미래를 꿈꾸며 미국으로 향했다.

알레한드로 마요르카스 미국 국토안보부 장관은 상황이 "어렵다"며 "우리는 남서부 국경에서 지난 20년 사이 가장 많은 사람을 접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민자 중 대부분은 마이클과 같이 부모를 동반하지 않은 미성년자며, 멕시코와 미국 국경에는 매일 수백 명의 아이가 도착한다. 이들은 바이든 행정부의 새 이민 정책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정책보다 더 포용적이길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자신이 취임하기 전인 "2019년과 2020년에도 이민자는 증가했다"며 최근 급증한 밀입국자 수가 현 행정부의 정책 탓이 아니라고 못박았다.

지난 16일 바이든 대통령은 ABC와의 인터뷰에서 "분명하게 말하지만 오지 말아라. 당신의 고향과 공동체를 떠나지 말아라"고 말하기도 했다.

'아무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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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과 기도하는 마이클

마이클은 모친과 부인,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아이를 모두 남겨둔 채 온두라스 북부 외곽에 위치한 시골 마을 요로를 떠났다.

그는 버스를 타고 과테말라를 통과했지만 돈이 떨어지자 5일을 쉬지 않고 걸어 멕시코에 도착했다.

여정을 계속하기 위해 핸드폰까지 팔았고, 하루에 몇 시간이나 걸었는지는 마이클 자신도 알지 못했다.

마이클이 고향을 떠난 이유는 온두라스에서 일어나는 폭력사태 뿐만이 아니었다. 젊은 농부로서 생계를 유지하기 어렵다는 게 떠날 수밖에 없었던 가장 큰 이유였다.

"아무것도 없어요. 직장도 없고 할 일도 없죠. 그래서 거기(미국)에 가고 싶은 거예요. 가족을 돕기 위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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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 이민자들이 주로 사용하는 이민 루트엔 납치나 도둑질 등의 위험이 도사린다

마이클의 형은 이번에 세 번째로 밀입국을 시도한다. 미국 국경에 도달하면 둘은 갈라질 것이고 마이클은 이민국에 자수할 계획이다.

"자수하면 그들이 나를 도와줄 것이라고 들었어요. '미그라(미국 이민국의 속칭)'가 미국에 친인척이 있는지 물을 것이고, 이모가 와서 저를 데리고 갈 것이에요. 그렇게 하면 국경을 넘을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우린 믿고 있어요."

이렇게 이야기하는 마이클의 목소리엔 희망이 가득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후, 보호자 없이 국경을 넘은 미성년 밀입국자를 추방하도록 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이민 정책을 즉각 중단했다. 이에 따라 미성년 밀입국자는 법정이 심리를 마칠 때까지 친인척 또는 위탁 부모와 함께 미국에 머물 수 있게 됐다.

현 미국 행정부는, 팬데믹 관련 공중보건 명령에 기초한 트럼프의 정책이 미성년자들에게 "비인간적"이었다고 평가한다. 하지만 이 정책은 가족 단위 이민자나 성인 이민자를 추방하는 데 여전히 사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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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행정부 아래 보호자 없이 혼자 미국 국경을 넘은 미성년 이민자들은 추방을 피할 수 있다

미국 이민 정책 기조의 변화에 주목해온 마이클은 "미국 대통령이 우리를 막는 것들에 대한 중단 명령을 내릴 것이며, (국경을) 넘는 게 수월해질 것이라고 들었다"고 말했다. 또 "이제 바이든 대통령이 당선됐으니 우릴 도와주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혼란에 빠진 국경

멕시코 남부 테노시케에 있는 이민자 쉼터 '라 72'의 가브리엘 로메로 대표는 "해당 외교 정책은 짧게 끝나지 않고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또 "지금 도착하는 미성년자들은 미국에 쉽게 들어갈 수 있을 거란 생각을 가지고 온다"며 "입국을 막는 것이 없을 거란 생각은 헛된 희망이고 실상은 그렇지 않다"고 경고했다.

바이든 대통령도 "조 바이든이 '오라'고 했다는 믿음"에 대해 부인했다.

지난 2월 미국 이민 당국은 보호자 없는 미성년자 9,457명의 입국을 막았다. 1월 5,858명에 비해 60% 증가한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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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 72' 이민자 쉼터 대표인 가브리엘 로메로는 최근 들어 이민자 수가 급증했다고 말했다

로메로 대표 또한 최근 몇 주간 이민자 쉼터를 찾는 긴 행렬의 사람들의 수가 늘어남을 목격했다. 로메로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제한 조치와 사회적 거리 두기 때문에 모든 사람에게 방을 내주기란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쉼터 예배당 바닥엔 사람들이 잘 수 있도록 매트가 깔려있다. 밤이 되면 핸드폰을 가진 운 좋은 사람들은 기기를 충전하고 소중하게 보관한다. 가족들과 연락을 유지할 유일한 수단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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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자 쉼터 예배당에서 휴식을 취하는 이민자들

로메로는 2018년 15,000명의 이민자를 받은 것이 최대 기록이었다고 말했다.

2020년엔 코로나 팬데믹의 영향으로 이민자 수가 5,000명으로 줄어들었지만 새해가 시작되자 불과 두 달 만에 6,000명을 넘겼다.

로메로는 "앞으로 더 많은 이민자가 수천 명 단위로 몰려들게 되면 이를 수용할 인도주의적 시설이 부족할까 봐 걱정된다"며 "앞으로도 지금과 같은 유입이 계속되면, 국경이 혼돈에 빠지는 상황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우린 모든 걸 잃었다'

지난 1월 과테말라에서 수 천명의 이민자와 군경이 충돌한 사태가 벌어진 후, 이민자들은 이제 작은 그룹으로 이동하는 것을 선호한다.

멕시코 남부에서 이민자들이 자주 이용하는 길을 따라 몇 시간만 운전해보면 이동하는 이민자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대부분 이들은 아이들을 동반한 채 도로나 기찻길을 따라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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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남부에선 작은 무리를 지어 이동하는 이민자들을 쉽게 볼 수 있다

몇 년전까지만 해도 이민자들은 '괴물'이란 별명을 가진 열차에 올라타서 미국으로 북상하곤 했다. 하지만 현재 마야 철도는 공사 중이며 이민자들은 이제 걸어서 멕시코를 가로질러야 한다. 이 여정은 전보다 훨씬 더 길고 험난하다.

현지인 중 이들에게 관심을 가지는 사람은 거의 없다. 미국을 향한 이들의 얼굴엔 피곤이 가득하고 때론 슬픔이, 때론 희망이 서려 있다.

수 시간을 걸어야 하는 이민자들의 발은 상처와 멍으로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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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시간 동안 걸어야 하는 이민자들의 발은 상처와 멍으로 가득하다

취재 중, 자동차 한 대가 도로에 갑자기 멈추더니 어른과 아이를 포함해 여덟 명 정도가 재빨리 빠져나오는 모습을 목격했다. 이들은 모두 배낭을 메고 있었고, 순식간에 정글 숲속으로 사라졌다.

이민자들은 팬데믹이 불러온 경제적 여파가 고향의 상황을 더욱더 악화시켰다고 말한다. 게다가 2020년 중앙아메리카를 덮친 허리케인 에타와 이오타는 삶의 터전을 완전히 파괴했다.

과거에 미국 입국 시도에 실패한 적이 있는 재클린은 허리케인 에타로 "집들이 무너지고 모든 것을 잃었다"며 사업을 다시 시작해 보려고 했지만 돈을 갈취당했다고 했다.

재클린의 남편 라이오넬은 갱단이 돈을 강탈해 가고 난 뒤 음식을 살 돈조차 없을 정도로 빈털터리가 됐다고 말했다.

이런 가혹한 현실은 재클린의 가족을 이민길에 오르게 했다. 여정 곳곳에 많은 위험이 도사리고 있을 것을 알면서도 떠나야 했던 것이다.

재클린은 "저쪽은 제타스의 영역이라고 들었다"고 말했다. 제타스는 멕시코의 강력한 범죄 조직이다.

"누가 그러더라고요. 제타스는 우리를 토막 낼 것이라고요. 정말 위험한 곳이고 납치될 수도 있다고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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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클린과 가족은 미국으로 가는 위험한 길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몇 시간이 흐르고 해가 진 뒤, 우리는 재클린과 가족들을 다시 마주쳤다. 그들은 매우 지치고 배가 고픈 상태였다. 몇 시간 동안이나 물도 마시지 못했다고 했다. 이들은 그간 세 번이나 이민 당국을 맞닥뜨릴 뻔 했다며 그때마다 도망쳐 풀숲에 숨어있었다고 말했다.

가족이 이런 일들을 겪을 만한 가치가 있냐는 질문에 라이오넬은 "모든 걸 걸어야 한다"며 "온두라스에 남아 죽임을 당하느니 여기에 목숨을 거는 게 낫다"고 대답했다.

"전 사람들에게 이렇게 되묻고 싶어요. 정말 어쩔 수 없어서가 아니라면 누가 자기 집과 가족, 모국을 떠나 이런 여행을 감안하겠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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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클린의 남편 라이오넬은 가족의 나은 삶을 위해 미국행을 택했다

라이오넬은 국경에 도착하면 정치적 망명을 신청할 계획이라고 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는 "대부분의 성인과 가족들을 추방하고 있다"고 재차 밝힌 바 있다.

라이오넬의 가족은 해가 뜨기 전까지 눈을 붙인 후, 다음 날 아침까지는 팔렝케에 도착할 수 있을 거라고 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이틀 뒤 우리가 팔렝케 이민자 쉼터에 도착했을 때 이 가족의 소식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우리에겐 믿음이 있습니다'

마이클은 다음 날 다시 여행길에 올랐다. 첫걸음을 떼기 전 마이클은 형과 온두라스에서 온 다른 세 사람과 함께 기도를 올렸다.

"기도는 계속 앞으로 나아갈 힘을 줍니다. 우린에겐 믿음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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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태양 아래 철로를 따라 걷는 마이클과 일행

단 몇 분만 이들과 함께 길을 걸어 보면 이들이 길 위에서 감내하는 어려움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이들은 제대로 된 신발도 없이 30도의 맹렬한 열기 아래 철로 위를 걷는다. 먹거나 마실 것도 거의 남아있지 않다. 이들은 길가에 있는 하천물을 마시거나 동네 주민에게 물을 얻는다.

"힘든 여정이죠. 도망도 쳐야 하고, 그러다 보면 넘어져 다치기도 합니다."

버스를 타고 과테말라를 통과하는 길도 쉽지만은 않았다고 마이클은 전했다.

경찰 검문이 있을 때마다 버스는 멈춰 섰고, 경찰들은 사람당 100 케찰(13달러 정도)을 내라고 요구했다. 우리가 취재 중 만난 모든 이민자들은 자신들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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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이 다음 이민자 쉼터에 도달하려면 하루를 더 걸어야 한다

해가 진 후 길가에서 휴식을 취하는 마이클은 여전히 패기가 넘쳤다.

그는 "우리가 지금 포기하면 아무것도 안 된다"고 말했다. 마이클 일행은 다음 쉼터인 살토 데 아구아까지 몇 시간이나 더 걸어야 하는지에 대한 농담을 주고받으며 웃음을 터뜨리는 여유도 보였다.

마이클은 이민길에 오른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면서도, 자신과 같은 여정을 시작하려 하는 사람들에게는 경고의 말을 전했다.

"정말 힘드니까…잘 생각해 보세요. 이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에요. 용기가 필요하고, 또 내게 아무 일도 없을 거란 믿음도 필요하죠. 쉽지 않은 길이에요."

마이클 일행은 이날 밤 살토 데 아구아 쉼터에 도착할 수 있길 바랐지만, 실제로 그곳에 도착한 건 다음 날 아침이었다.

앞으로 남은 길이 순조롭다 해도, 그의 '아메리칸 드림'을 실현해 줄 미국 국경에 도착하기까진 아직 3주라는 시간이 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