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출근하기 싫은 당신, 혹시 '보어아웃'?

보어아웃은 자기 일에 의미를 못 찾고 지루함을 느낄 때 생겨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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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번아웃'이 무엇이고, 그것이 왜 문제인지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이에 못지않게 치명적인 피해를 주는 '보어아웃'은 생소한 개념이다.

번아웃은 장시간의 노동과 일과 생활의 불균형, 과로를 열정의 덕목처럼 여기는 풍조와 관련 있다. 반면 보어아웃은 자기 일에 의미를 못 찾고 지루함을 느낄 때 생겨난다.

번아웃과 달리, 보어아웃은 그동안 관심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 현상이 산업 곳곳에서 번아웃 못지않게 영향을 끼친다고 말한다. 회사는 보어아웃으로 인해 직원들의 높은 이직률과 맞닥뜨릴 수 있다.

보어아웃을 알아야만, 노동자와 회사 모두 대처법을 찾을 수 있다. 노동자의 복지를 우선하는 새로운 노동문화 속에서, 전문가들은 보어아웃도 다른 직장 문제 못지안게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한다.

보어아웃은 무엇인가?

수년 동안 보어아웃을 연구해 온 로타 하르주 프랑스 EM 리옹 경영대학원 조직 행동학과 교수는 "보어아웃은 말 그대로 지루하고 무력감을 느끼는 것"이라고 말했다.

단조로운 환경에서 열정을 잃고 일하거나 오랫동안 아무런 도전 의식도 없이 일하는 것 등, 만성적인 무력감은 다양한 이유로 생겨난다. 하지만 하르주 교수는 보어아웃의 근본적인 원인은 무의미함이라고 말한다.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이 아무런 목적도 없고 의미가 없다는 경험을 하게 될 때, 그것이 보어아웃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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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어아웃이나 직장에서의 만성적인 무력감이 나타나면, 직원들이 인터넷 서핑으로 시간을 때우거나 업무 기강이 해이해지고 직업에 대한 불만족과 정신적 피해가 생겨날 수 있다

루스 스톡-홈버그 독일 다름슈타트 공과대학 경영학과 교수는 보어아웃이 특정 산업 분야에 국한된 현상이 아니라고 했다.

"한적한 시간에 편의점에서 사람들을 관찰해보니, 사람들이 멍하게 서 있더라고요. 시골에서 몇 시간씩 손님을 그저 기다리고 있는 택시 기사도 있었습니다."

실리콘 밸리의 전문직 종사자들도 비슷한 상황을 겪는다.

스톡-홈버그 연구팀은 보어아웃의 주요 현상 세 가지를 찾아냈다.

"엄청난 무력감을 느끼고, 성장의 위기와 (직업과 삶의) 의미에 대한 위기를 겪는 것입니다."

사람들이 일에서 지루함을 느끼는 것은 일반적인 현상이다. 하지만 그것이 며칠씩 계속될 때는 해결이 필요하다. 방치하면 나쁜 결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하르주 교수는 2014년에 핀란드 회사 87 곳의 노동자 1만1000여 명을 대상으로 특정한 연구를 진행했다. 하르주 교수는 만성적인 무력감이

"직원들의 이직과 조기 퇴직 의향은 물론, 건강을 악화시키고 스트레스 반응을 증가시켰다"고 말했다.

터키 공무원 186명을 연구한 2021년 연구에서도, 보어아웃에 시달린 이들에게선 우울증과 스트레스와 불안 수치가 높게 나타났다. 보어아웃으로 우울증이 생긴 노동자들은 퇴근 후에도 두통과 불면증 같은 질환에 시달릴 가능성이 높았다.

보어아웃을 치료할 수 있을까?

보어아웃 문제 해결은 쉽지 않다. 보통 보어아웃 상태를 인식했을 때는 이미 만성화로 접어들었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르주 교수는 "보어아웃에 시달리는 직원들이 직장에서 탈진해 쓰러지는 일은 거의 없다는 점에서 보어아웃은 번아웃과 다르다"며 "무력감에 빠진 사람들은 정신적으로는 힘들지만 육체적인 측면에서는 사무실에 문제없이 출근하기에 이 상태가 한 동안 지속될 수 있다"고 말했다.

자신이 보어아웃에 시달리고 있음을 깨달은 노동자들 역시 이 상황을 상사나 인사 담당 부서에 잘 알리지 않는 경향이 있다.

과로나 일에 대한 몰두 등 번아웃과 관련된 행동은 고용주들에게 긍정적 반응을 얻지만, 보어아웃은 "일에 대한 관심과 동기의 부족으로 평가받는다"는 게 하르주 교수의 설명이다. "조직 안에서 이러한 태도는 금기시 되고 있죠."

다행히 해결책은 있다. 더 흥미를 느끼는 업무를 맡는 것이 한 예다.

하르주 교수는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하는 일에서 목적이나 영감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 사람들은 새로운 환경에서 일에 대한 열정을 되찾게 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2016년 하르주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보어아웃을 경험한 이들은 그렇지 않은 이들에 비해, 직장에서 새롭고 흥미로운 도전을 찾는 등의 건설적 시도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르주 교수는 (보어아웃에 빠진) 사람들은 사무실 책상에 앉아 온라인 쇼핑이나 온라인 도박, 동료와의 채팅, 업무 외의 다른 일에 대한 계획 등으로 시간을 보내곤 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행동은 게으름 때문이 아니라 "(보어아웃에 대한) 대응 메커니즘"이라는 것이다.

2021년 연구에 함께 참여했던 파흐리 외젠그루 터키 메르신 대학교 경제학과 부교수는 보어아웃에 대한 대처를 개인에게만 부과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일의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직원들만의 몫이 아니다"며 "사람들이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있다고 느낄 수 있는 조직 문화 창출은 경영진의 몫"이라고 말했다.

"업무를 조금 바꿔보세요. 일을 지루하게 만드는 것을 즐거운 것으로 변화시키는 거죠."

그는 조직은 보어아웃에 대해 알아야 하고, 이에 대처하기 위한 자원을 투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물론 모든 일들이 짜릿하고 즐거울 수만은 없다. 하지만 하르주 교수는 "직장 내 좋은 인간 관계나 회사로부터 인정받는 것 등이 지루한 업무에 대해 약간의 보상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노동자들이 "직장에서 보내는 시간을 감사하고 가치 있는 시간으로 느끼게 만들 방법은 분명히 존재한다"고 말했다.

그게 바로 "훌륭한 리더십"이다. 리더들이 직원들과 함께 시간을 내어, 지금 하는 일의 가치가 무엇이고 왜 그것이 의미있는지 소통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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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아웃을 아는 사람들은 많지만, 보어아웃을 아는 이들은 많지 않다. 하지만 보어아웃 역시 건강과 커리어에 해를 끼칠 수 있다

보어아웃을 회사의 의제로 삼아라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여러 이유로 사람들이 자신의 일을 재평가하고 있다. 보어아웃에 주목하는 게 필요한 것은 이 때문이다.

물론 지루함 때문에 이직을 생각하는 것은 팬데믹에서만 나타나는 현상은 아니다.

공장 노동이 시작된 산업화 이래, 줄기차게 나타나는 현상이다. 하지만 하르주 교수는 오늘날에는 일에 만족하고 흥미를 느껴야 한다는 "보다 강력한 문화적 규범"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이 규범을 보면 사람들이 원하고 갈망하는 것을 알 수 있고, 컨설턴트들의 이야기하는 것도 바로 이것입니다."

전문가들은 회사가 팬데믹의 경험을 바탕으로 일터를 재편할 때, 보어아웃을 비중있게 고려해야 한다고 말한다. 번아웃과 프리젠티즘(질병을 앓고 있거나 심한 업무 스트레스와 피로로 정신적·신체적 컨디션이 좋지 않은데도 회사에 출근하는 행위), 일과 삶의 균형, 재택 근무, 직장 내 불평등에 대한 대처를 마련하는 것처럼 말이다.

하르주 교수는 "스트레스와 번아웃 측면에서만 회사의 복지를 생각하던 관점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번아웃과 스트레스가 중요하지 않다는 게 아닙니다. 이런 것들이 일과 관련된 사람들의 고통을 충분히 대변하지 못한다는 것이죠. 그래서 보어아웃에 대해 논하는 것은 바람직한 직장 생활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무엇인지 폭 넓게 이해할 수 있게 해줍니다."

하르주 교수는 "팬데믹의 특징적인 증후군"처럼 나타나는 보어아웃에 대해서도 말했다. 집 안에 갇혀 너무나 많은 화상 회의로 인한 지루함 등이 그 예다. "이를 의미있게 생각하는 기업들은 팬데믹 이후 보다 지속가능한 인적 자원 철학과 정책을 만들 것입니다."

만약 이 글을 읽는 이들중 보어아웃으로 건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보다 건강한 커리어를 위한 방법을 찾아 보기를 권한다. 멘토와 진로 상담사 또는 친구 및 가족의 조언을 구하는 것이 한 방법이다.

하르주 교수는 "보어아웃은 완전히 새로운 직업이나 조직 내 새로운 역할로의 이행을 가능하게 만든다"며 "물론 이를 위해선 사람들이 자신의 상태를 깨달아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