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헤이븐: 호주 사막의 생태계를 지키는 원주민들

호주의 그레이트 샌디 사막은 스피니펙스 초원, 소금 호수, 끝없이 펼쳐진 붉은 모래 평원으로 이뤄져 있다

사진 출처, Ted Mead/Getty 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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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의 그레이트 샌디 사막은 스피니펙스 초원, 소금 호수, 끝없이 펼쳐진 붉은 모래 평원으로 이뤄져 있다

호주의 외딴 그레이트 샌디 사막에 있는 뉴헤이븐 야생동물 보호구역. 이곳은 1800년대 초반 유럽 정착민들이 호주에 도착하기 전 '아웃백(호주의 오지)'의 모습을 보존하고 있다.

뉴헤이븐 야생동물 보호구역으로 가는 여정은 두 지역 사이에 불쑥 펼쳐진 길목에서 시작한다. 도로 한 쪽 끝에 있는 앨리스 스프링스는 호주 아웃백의 주요 도시로 알려졌으며, 인구는 2만5000명이다.

다른 한쪽 끝은 호주에서 두 번째로 큰 사막으로 28만㎢ 이상의 규모를 자랑하는 그레이트 샌디 사막의 외딴 곳이다. 이곳은 붉은 바위 사막과, 소금 호수, 초원 등 독특한 환경으로 이뤄져 있다.

마을이 보이면 고속도로를 따라 달리는 50m 길이의 열차와 함께 아스팔트길을 들어선다. 여기서부터 교통체증이 심해지고, 타나미 사막을 가로지르는 길이 좁아지면서 점차 모래로 변한다. 갑자기 호주 중심부의 깊은 사막으로 온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뉴헤이븐 야생동물 보호구역은 4월 부활절 기간 방문객들과, 5월부터 9월 말까지는 야생 조류와 아름다운 사막을 찾는 이들이 많다. 한 때 호주 내륙 전역은 이와 같은 풍경이었다.

백인 정착자들은 19세기 호주 내륙 중부, 서부에 있는 그레이트 샌디 사막, 리틀 샌디 사막, 타나미 사막, 심슨 사막과 빅토리아 사막에 도착했다. 이전까지 호주 원주민들이 야생동물과 조화롭게 살았던 이 땅은 얼마나 다양한 야생종이 살았는지는 우리의 상상을 뛰어넘는다.

이곳은 왈피리족의 땅으로 타나미 사막과 그레이트 샌디 사막을 가로질러 수백 km에 걸쳐 있다. 왈피리족은 호주 원주민들이 형성한 가장 큰 지역과 언어 집단이다.

호주 서부의 이웃 종족 핀투피족과 마찬가지로, 왈피리족은 백호주의(1901-1973년 시행된 이민 제한 정책)에 적응한 마지막 종족에 속했다. 그들은 여태껏 사막에서의 생존 비결이었던 전통적이며, 유목민적인 삶의 방식을 버렸다.

사진 출처, Joey Clarke/Australian Wildlife Conservancy

왈피리족 여성 엘리스는 그 삶을 기억하는 마지막 세대에 속한다.

어린 시절 엘리스는 왈피리족 땅의 북쪽과 서쪽에 있는 모래언덕에서 놀았고, 곳곳의 작은 호수들을 계절마다 옮겨다녔다. 엘리스와 그의 가족은 불을 사용해 다른 집단과 소통했다. 그는 어린 시절 자신과 형제들이 차를 타고 오는 백인들을 볼 때마다 달음질해 숨었던 것을 기억한다.

엘리스는 걸음마를 떼자마자 왈피리족이 "이다키마니(땅을 읽는다)"라고 부르는 자연 친화 과정을 통해 캥거루과 유대류의 흔적을 이해하고 추적하는 방법을 배웠다. '검은발 바위 왈라비', '베통', '빌비'처럼 호주에서만 볼 수 있는 동물들도 그중 일부였다.

왈피리족은 새와 파충류는 물론이고 엘리스가 '푸시 캣츠'라고 부르는 야생 고양이도 사냥했다. 그들이 사냥한 큰도마뱀은 2.5m까지 자랄 수 있고, 호주에서 가장 큰 육식성 파충류 중 하나로, 지금도 엘리스가 가장 좋아하는 동물이다.

엘리스는 뉴헤이븐 내 호주 야생동물 보호국(AWC)이 운영하는 2600㎢ 규모의 보호구역에서 일하면서 자연에 대한 풍부한 지식을 업무에 적용한다.

보호구역 관리원인 그는 사막의 비밀을 지킨다. 엘리스의 역할은 이 구역을 돌보고 유럽 정착민들이 올 때 함께 들어온 외래 침입종, 야생 고양이, 여우, 토끼와 같은 유해 야생동물로부터 지역을 보호하는 것이다. 이러한 유해 야생동물들은 호주의 여러 사막에 심각한 파괴를 몰고 왔다.

호주는 포유류의 멸종률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국가다. 지난 500년간 전 세계 멸종 포유류의 3분의 1이 호주에서 발생했는데, 대부분은 호주의 건조 지대에서였다.

정확히 알려진 바는 없지만, 엘리스와 그의 선조들이 함께 생존했던 동물들 가운데 십여 종 또는 그 이상이 멸종됐을 것이다. 고양이들이 대부분의 동물을 멸종시켰다. 남은 종들은 고양이들의 전염병 확산으로 이전 서식지의 외곽이나 멸종 직전까지 밀려나는 등 다른 곳으로 퇴각했다.

엘리스는 이 동물들 중 수많은 종에 대해 잘 알았다. 그는 어린 시절 뉴헤이븐 부근에서 처음 출현했다고 알려진, 작고 깡충거리는 캥거루과 동물 '말라(mala)'를 가족과 함께 사냥하곤 했다.

말라의 중요한 서식지였던 뉴헤이븐은 그대로지만, 말라는 1980년대에 사라졌다. 이보다 더 멋진 빌비도 있었다. 빌비는 큰 귀와 호주에서 가장 사랑받는 유대류 중 하나라는 점 덕분에 "호주의 부활절 토끼"로 알려진 동물이다.

또 '굴파는 쥐캥거루'도 있었다. 깊은 굴을 파 흙을 뒤집는 이 동물은 과학자들로부터 '호주의 위대한 생태계 엔지니어'라는 찬사를 받는다.

호주의 자연 생태계 보전이 중요한 이유는, 현재 호주에서 생존하는 315종의 육지 포유류 중 86%는 호주를 벗어나서는 살 수 없기 때문이다.

2006년, 호주 내륙의 건조지대 내 생물 멸종 위기의 범위가 명확해지면서 AWC는 실험을 시작했다. 그들은 뉴헤이븐과 같은 특질을 가진 지역의 땅이 원래 상태로 돌아갈 수 있는지 알아보고자 했다. 엘리스와 왈피리족 관리원들이 실험을 주도했다.

엘리스와 그의 동료들은 몇 달간 제한 구역에서 야생 고양이들을 추적했다. 울타리가 쳐진 94.5㎢의 땅으로, 뉴헤이븐 중심부에 있는 보호구역 본부와 관광객 야영지에 인접한 곳이었다.

고양이를 포함해 야생동물을 추적하는 방법은 많지만, 원주민들이 쓰는 방법만큼 효과적인 것은 없다.

땅을 읽는 왈피리의 전통을 배우면서 엘리스와 추적자들은 고양이의 행동을 이해하게 됐다. 그들은 고양이 발자국을 어디서 찾고 따라가야 하는지 알았고 그 발자국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해석했다.

몇 마리의 고양이가 있었는지, 어느 방향으로 이동했는지, 언제 지나갔는지 등의 질문을 통해 나름대로 추측한 것이다.

AWC의 최고 과학 책임자인 존 카노스키는 "원주민 추적자들의 기술은 우리가 생포용 덫이나 카메라를 사용해 동물을 관찰하는 것보다 훨씬 뛰어나다"고 말했다.

야생 고양이들이 사라지면서, AWC는 포유류를 야생에 다시 데려오는 프로그램을 야심차게 시작했다.

카노스키는 "자연 보호는 단지 사유지에 금을 긋고 '여기 우리가 보존한 생태계가 있다'고 선언하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중요한 동물들을 복귀시키지 않으면 아무것도 이룰 수 없습니다. 동물들을 데려오는 일은 특정 부지를 보존하는 과정을 완결하는 것입니다."

검은발 왈라비, 주머니고양이과인 '붉은꼬리 파스코갈레'와 '붓꼬리 물가라', 쥐캥거루과인 '워일리'가 모두 돌아왔다. 말라와 굴파는 쥐캥거루 '베통'도 수십 년 만에 원래 서식지로 귀환했다. 특히 과학자들은 베통이 거의 반 세기 전 그들의 조상들이 파놓은 굴로 돌아갈 수도 있다고 기대한다.

사진 출처, 호주 야생동물 보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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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에서 가장 사랑받는 유대류인 빌비는 "호주의 부활절 토끼"로 불린다

이러한 성공 사례들에도 불구하고, 동물들이 돌아오는 기적을 가능하게 한 사막 사람들의 전통적 지식은 소멸될 위기에 처했다.

호주 중부 전역의 원주민들과 오랫동안 함께 일한 과학자 레이첼 펄트리지 박사는 "사람들은 예전처럼 추적하러 걸어다니지 않는다"며 "내가 20년 전 추적을 시작했을 때만 해도, 숲속에서 성장한 구세대 원주민들은 식량을 구하러 시골로 사냥을 가곤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재는 뉴헤이븐, 그리고 사막을 가로질러 서쪽으로 수백 km 떨어진 키위르쿠라의 작은 핀투피 공동체에서만 이러한 추적 기술과 연습이 남아 있다고 덧붙였다.

엘리스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안다.

"우리는 영원히 이곳에 있을 수 없잖아요. 우리가 아는 지식을 전수하지 않으면 우리는 모든 것을 잃을 것이고 우리의 자손들을 위해 아무 것도 남기지 못할 것입니다."

새로운 세대의 말라와 굴파는 베통이 그들이 예전에 살았던 땅으로 돌아가는 것처럼, 새로운 세대의 왈피리 여성들은 이 동물들의 귀환을 돕는다. 엘리스의 딸 크리스틴은 다시 돌아온 말라와 베통 중 몇몇을 뉴헤이븐에 풀어줬다.

크리스틴이 사막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는 동안에도 왈피리족들은 크리스틴을 무르투나(왈피리어로 '늙은 여성'이라는 의미)라고 불렀다.

또래 아이들이 밖에서 노는 동안, 크리스틴은 어른들의 발치에 앉아 있거나 그들이 동물을 추적하고 사냥할 때 따라나섰다. 어른들이 호주 원주민 전통 식량인 부시 토마토와 부시 감자를 수확할 때 참여하고 그들의 옛 방식을 배우기도 했다.

크리스틴은 불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배웠다. 그는 성냥으로 땅에 불을 붙이며 "불 없이 건강한 땅은 없다"며 고 말했다.

사진 출처, Brad Leue/Australian Wildlife Conservanc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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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헤이븐의 원주민들은 땅을 원래 상태로 되돌리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 왔다

지역 소방 전문가인 스티브 엘드리지는 "사람들이 이 땅에 전통적으로 살았을 때 그들은 성장을 도모하기 위한 주요 도구 중 하나로 불을 사용했고, 캥거루나 그와 비슷한 음식을 상에 올릴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들은 유목민이었기 때문에 끊임없이 이동하면서 늘 불을 붙였습니다. 그러면 특정 지대가 마지막으로 불탔을 때 지금까지 불붙인 흔적들의 모자이크를 보게 됩니다. 많은 토착 동식물들이 이러한 체제에 적응했습니다. 모자이크는 그 자체로 대형 산불의 발생을 막을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전통 방식은 뉴헤이븐을 넘어 호주 전역에서 재개되고 있다. 원주민들의 토지 관리 방식을 통해 생태계의 건강을 회복하려는 움직임이 확산하는 중이다.

불이 제 역할을 하면서 땅은 스스로 재생하고 동식물은 다시 살아난다. 뉴헤이븐은 26만1501 헥타르(약 2615㎢)의 건조지대에 있는 23개 사막 생태계의 토대며, 각 생태계는 고유의 이야기를 갖고 있다.

상처를 내면 붉은 액을 흘린다는 피나무와 하얗고 부드러운 고스트(유령) 껌나무는 돌아온 토종 동물들을 품는 안식처로서 역할을 재개했다. 근처 사막의 떡갈나무 안에 울려 퍼지는 바람은 먼 바닷가의 파도 소리 같다. 밝은 녹색의 사랑앵무새들은 하나의 생명체 같은 모양으로 떼지어 하늘을 날면서 맹금류를 쫓는다.

보호구역 서쪽에 있는 소금호수는 신성한 곳이자 빛에 따라 색이 변하는 거대하고 아름다운 장소다. 왈피리족은 이 호수를 윤칸지니라고 부르며, 탐험가들은 베넷 호수라고 이름 지었다.

엘리스는 "내가 어렸을 때 사막은 이랬다"며 "땅이 다시 건강해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