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공습, 아사드 대통령 밀어낼까

미국과 영국, 프랑스 등 연합군이 중동 시리아를 공습했다. 전투기 한 대가 출격하고 있다 Image copyright PA
이미지 캡션 미국과 영국, 프랑스 등 연합군이 중동 시리아를 공습했다

이번 시리아 공습은 미국의 지난해 4월 폭격보다 더 강력했다. 공격 목표물도 늘었다.

당시 미국은 단독으로 공습을 결정했지만, 이번엔 영국과 프랑스도 손을 보탰다. 공격에 사용된 포탄 역시 120발에 달해, 지난해 발포된 숫자의 두 배를 넘어섰다.

하지만 근본적인 물음은 그대로다. 이번 공습이 과연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의 화학무기 사용을 막을 수 있을지 여부다. 이는 미국이 자신들의 목표라고 말해 온 부분이기도 하다.

아사드의 '실질적 승리'

지난해 4월 이래 시리아의 고난은 계속돼 왔다. 하지만 두 가지가 달라졌다.

우선, 아사드 정권은 시리아 내전에서 사실상 승리를 거둬 왔다. 그 전략의 가운데엔 겁에 질린 민간인들이 있었다. 아사드 대통령이 시리아의 모든 영토를 지배할 순 없을 것이다. 하지만 러시아와 이란이 그를 지원하는 이상, 아사드 대통령에게 맞설 이는 없다.

아사드 대통령의 세력 확장을 막는 건 부족한 인력과 장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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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공습 직후 시리아인들이 이란, 러시아, 시리아 국기를 흔들고 있다

두 번째는 워싱턴과 모스크바의 관계, 더 나아가 러시아와 서방 세계의 관계다. 양측의 사이는 세계 고위 인사들이 '신 냉전'을 거론할 정도로 명백히 나빠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아사드 정권에 대한 가혹한 대응을 결정한 데도 이런 맥락이 있었다. 그리고 바로 이 맥락 속에서 아사드 정권은 트럼프 대통령의 '뜻'과 마주하게 됐다.

아사드 정권은 고개를 숙일 것인가, 아니면 저항할 것인가. 러시아가 아사드 대통령에 대해 쓴소리를 내뱉는 일이 생길 것인가. 만일 그런다면 효과는 있을까.

트럼프의 잡념

미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 위기를 지켜보며, 현 상황이 당혹스러울 뿐만 아니라 많은 부분에서 우려스럽다는 점을 깨달았다.

트럼프 행정부엔 집중과 명료함이 결여돼 있는 듯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과거사에 발목 잡혀 수렁에 빠졌을 때도 그닥 놀랍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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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트럼프 대통령 앞엔 여러가지 내부적 문제도 쌓여 있다

때때로 그는 아사드 대통령보다 미국 사법 체계를 더 폭격하고 싶어하는 것처럼 보였다.

무엇보다도 세계가 트럼프 대통령이 시리아를 향해 취할 행동을 걱정하던 지난 몇 주간, 언론은 트럼프 대통령을 둘러싼 논란에 잠식됐다.

그간 트럼프 대통령의 수사는 아사드 정권에 대한 주요 군사 공격을 암시했다. 그리고 현재까지 벌어진 일은 아직 그 수준에 미치진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러시아와 시리아는 어떤 결론을 이끌어낼까.

쉬운 목표물

미 국방부는 민간인을 비롯해 '러시아인' 등 외국인 사상자를 만들지 않으려 부단히 애쓴 듯하다.

이번에 폭격을 당한 지점 세 곳은 화학무기 생산 체계에서 주요 역할을 하는 장소였고, 또 2차 피해 가능성이 가장 적었기 때문에 공격 대상으로 선택됐다.

조지프 던포드 미국 합동참모본부 의장은 미국이 이번에 선택되지 않은 다른 목표물들의 목록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아사드 정권이 또다시 화학무기를 쓸 경우 추가 공격이 있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다시 짚어보자면, 지난해 4월 이후 화학무기 공격으로 추정되는 사건이 여럿 있었지만 미국은 이번 공격을 제외하곤 나서지 않았다. 이는 무슨 의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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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시리아 다마스커스에서 관측된 폭발 장면

이제 남은 희망은, 아사드 대통령이 태도를 바꾸는 것이다. 그러나 더 전방위적인 시리아 내 갈등은 여전한 문제다. 이 잔혹한 전쟁은 끝이 보이지 않는다.

많은 이들이 엄청난 사망자 숫자의 원인이 화학무기보단 드럼통 폭탄과 대포, 총알에 있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서방국들의 반응을 불러일으키는 건 화학무기다.

이런 정서의 배경엔 역사적 사실이 있다. 세계 1차 대전에서 화학무기가 쓰인 이후 서방 세계에서 화학무기는 유독 두려움의 대상이 됐다.

최근의 공격이 시리아의 풍경을 얼마나 변화시킬 수 있을까. 갈등을 종식시킬 수도 있을까. 안타깝게도 대답은 '그럴 일은 거의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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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장관이 공습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시리아에서 모든 미군 병력을 철수시키는 방안을 언급했다.

그리고 고작 며칠 뒤엔 군사 개입 방안을 꺼내들었다. 트럼프 행정부의 입장엔 일관성이 없었다.

전쟁을 끝내는 데엔 명확한 전략이 존재하지 않는다.

게다가 미군 병력을 시리아에 계속 주둔시켜 쿠르드족 같은 동맹 세력을 강화하자는 주장은 아사드 정권과 이란 세력에 힘을 실어줄 뿐이다.

이란을 견제하는 것은 트럼프 행정부의 접근법 가운데 유일하게 의견이 통일된 부분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일관적 전략의 수준에까진 이르지 못했다.

공습 후 성명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시리아에 무기한으로 주둔할 뜻이 없음을 재차 강조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소망은 다른 국가들이 부담을 짊어지고, 미국이 손을 터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는 처치곤란한 시리아 문제들을 언급한 두루뭉술한 성명 내용의 일부였다.

성명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장기적 참전에 대한 바람을 전혀 내비치지 않았음은 물론이다. 이는 워싱턴에서 날아온 신호일까. 그렇다면 러시아는 긴장해야 하는 걸까.

러시아의 부상

아사드 정권에 대한 군사적, 정치적 지원을 통해 러시아는 시리아 지역에서 '외교적 패'로서의 위치를 공고히 했다.

미국과 그 동맹국들에 시리아를 공격하지 말라고 요구해 오기도 했다. 현 상황에서 러시아는 어떻게 대처할까.

적어도 시리아 문제에 있어서라면, 이미 약화된 미국의 입장을 한층 더 깎아내리려 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이런 방침이 미국과의 전쟁으로 이어지진 않을 것이다. 유독 심각했던 몇 번의 재앙들을 빼면, 러시아가 미국과 맞붙을 거란 우려는 대부분 터무니없는 것이었다.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장관은 러시아의 예상 반응을 내다보며 "우리는 아사드 정권에 동조해 온 이들이 분명 허위 정보를 퍼뜨릴 거라고 본다"고 말했다.

매티스 장관은 이런 허위 사실 유포 움직임이 벌써 시작됐다고도 덧붙였다.

그는 그 배후가 "화학무기 공격 증거를 부정하며 '모든 게 아사드 대통령과 러시아에 흠집을 내기 위해 서방 세력들이 꾸민 짓'이라고 주장하는 러시아인들"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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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최근 재선에 성공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러시아는 전직 러시아 정보요원 암살 시도의 배후로 지목된 가운데 이 사건과 관련해서도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미국 및 타국 선거 개입 의혹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허위 정보 전쟁'은 이미 시작됐다.

신 냉전

새로운 종류의 냉전 구도마저 생겨나고 있다. 물론 신 냉전이 핵으로 인한 종말을 불러오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신 냉전 때문에 앞날은 더 예측할 수 없게 됐다.

러시아는 그 어느 때보다도 큰 위험을 감수하게 된 상황이다.

지금의 러시아는 구 소련 연방 시절때처럼 강력한 패권 국가가 아니다. 세계를 끌어모으는 이념도 더는 없다. 핵무기, 그리고 상대적으로 빈약한 경제 체제를 가진 중간 계급의 지역 세력일 뿐이다.

하지만 러시아는 어떻게 영향력을 행사하고 '정보 전쟁'을 수행할지 아는 나라다. 그리고 푸틴 대통령은 가능하다면 어느 지역에서든 러시아의 이익을 방어하려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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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프랑스 함선에서 미사일이 시리아를 향해 발사되고 있다

이는 러시아의 세력 구도 내 여전히 많은 나라가 끼어 있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시리아는 이 구도의 '명예 회원국' 같은 존재다.

시리아 지역에서 러시아의 힘은 떠오르고 있고, 미국의 영향력은 시들해지는 추세다.

이란의 등장

과거 이라크 사담 후세인 정권을 끌어냈던 미국 행정부 결정의 파장은 아직 가라앉지 않았다. 이란은 당시 미국의 결정으로 득을 봤던 주요국으로, 상당한 힘을 가진 지역 맹주가 됐다.

날로 커져가는 이란의 영향력은 이스라엘과의 충돌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실제로 최근엔 이스라엘이 이란군과 장비가 몰려 있는 시리아 기지를 공격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긴장은 고조되고 있다. 분쟁 지역을 나누는 여러 경계선들이 합쳐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그리고 간밤에 벌어진 미국, 영국, 프랑스의 공격은 이 물 위에 또다른 조약돌을 던진 셈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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