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그로', 흑인이 아니면 쓸 수 없는 단어인가?

켄드릭 라마는 미국 앨라배마주에서 공연 중이었다 Image copyright Getty Images
이미지 캡션 켄드릭 라마는 미국 앨라배마주에서 공연 중이었다

켄드릭 라마의 미국 앨라배마 공연 당시 백인 여성이 무대에서 노래를 불러 야유를 받은 후 '니그로(흑인 비하 단어)' 단어 사용에 대한 논쟁이 벌어졌다.

라마는 앨라배마주의 행아웃 축제(Hangout Festival)에서 그의 곡 'M.A.A.D City'를 부르면서 백인 여성을 무대 위로 불러 그의 노래를 따라부르게 했다.

하지만 여성이 라마의 가사에 포함된 단어 '니그로'를 반복적으로 사용하자 라마는 여성을 제지했다.

이에 관중들은 화를 내며 반응했고, 라마는 "한마디만 더 해 봐"라고 말했다.

'니그로'는 흑인을 비하하는 단어로, 노예를 부르거나 모욕하기 위해 사용됐던 인종차별적인 비방이다. 이 단어는 오늘날 힙합 가사에서 두드러지게 사용된다.

해당 장면을 담은 영상이 소셜미디어에서 확산되자 반응은 엇갈렸다. 일부 네티즌은 백인 여성을 옹호했고, 다른 이들은 라마가 여성을 제지함으로써 옳은 일을 했다고 주장했다.

흑인은 되고 백인은 안된다?

영국의 아티스트 이지(Yizzy)는 라마가 이전에도 무대 위에서 팬들과 노래를 함께 부른 적이 두어 번 있었고, 당시 팬들은 '니그로' 단어를 사용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지는 BBC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백인 여성이)이 단어를 사용하지 말았어야 했다"며 "그 단어의 사용은 인종에 상관없이 선택의 문제다. 켄드릭 라마가 좋은 방법으로 해결했다고 본다. 여성이 ('니그로' 단어를 사용하지 않았다면) 충분히 피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런 상황에 놓인 것은 그녀 탓이다"고 전했다.

이미지 캡션 영국의 아티스트 이지는 백인 여성이 '니그로'단어를 사용하지 말았어야 했다고 말했다

이지는 그 단어를 가사에 강조가 필요할 때만 한정적으로 사용한다며 "같은 인종의 다른 사람을 지칭할 때, 혹은 비유적 표현으로 사용한다. 가사에서 욕설을 사용하는 것은 피하려고 노력하지만, 가사는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것이기 때문에, 그 단어가 어울리고 문맥상 말이 된다고 생각되면 넣는다"고 말했다.

그는 "어떤 사람이든 그 단어를 사용하고 싶으면 사용할 수 있지만, 책임은 단어를 사용하는 사람에게 있다"고 말했다.

이어 "만약 그 단어를 사용한다면…그리고 흑인이 아니라면, 지금 시대에서는 반발에 직면할 준비를 해야 한다. 만일 백인 아티스트가 그 단어를 사용했는데 내용이나 문맥과 아무런 관계가 없다면 단지 논쟁거리를 만들려고 사용하는 것과 같다. 그건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같은 단어 사용 논란은 지난해에도 있었다.

미국 뉴햄프셔 대학의 학생들이 올린 동영상이 미국 내 큰 논쟁으로 떠올랐다.

영상 속에는 백인이 포함된 학생들이 2006년 히트곡인 칸예 웨스트의 'Gold Digger(골드 디거)'을 따라 노래하고 있었다. 'Gold Digger'의 가사에는 '니그로'라는 단어가 두드러지게 사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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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미국 뉴햄프셔 학생들은 가사에 '니그로' 단어가 포함된 칸예 웨스트의 'Gold Digger'을 따라불렀다가 비난받았다

영상 속 이들은 비난받았고 뉴햄프셔 대학은 학생들이 "잘못된 판단"으로 한 행동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들을 옹호하는 의견도 있었다.

영국 타블로이드지 '데일리 메일(Daily Mail)'의 피어스 모간은 "(학생들이) 쓴 가사가 아니라, 칸예 웨스트가 쓴 가사 아니냐"며 "그 곡으로 수백만 달러를 번 사람은 학생들이 아니라 칸예 웨스트다. 학생들은 파티를 즐기는 젊은 나이기 때문에 해당 노래는 단지 인기가 많은 랩 곡처럼 보였을 것이다. 학생들은 그 곡을 따라 부른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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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유명 코미디언 크리스 록

유명 코미디언 크리스 록은 스탠드업 코미디 무대에서 "백인 친구들이 닥터 드레(Dr Dre)의 노래를 즐기지 못한다. 그 단어를 빼고 부르거나 웅얼거리며 넘긴다. 보기에 슬프다"고 언급했다.

록은 백인이 '니그로' 단어가 포함된 곡을 따라불러도 괜찮다고 제안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결코 백인이 그 단어를 사용해도 된다고는 말하지 않았다.

그는 "백인들은 걱정 말고 닥터드레, 제이지 노래를 다운로드 들어도 된다. 아무 문제 없다. 하지만 질문은 그대로다. 그래서 '백인들이 그래서 그 단어를 사용할 수 있느냐?' 그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편, 인종과 관계없이 누구도 '니그로' 단어를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방송인이자 작가인 에드워드 아두(Edward Adoo)는 "내 흑인 친구들이 그 단어를 사용할 때 불편하고 무례하게 느껴진다. 백인이 그 단어를 사용하는 것은 수치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흑인이 먼저 불을 지폈다'

아두는 아티스트 사이에서 해당 단어가 사용되는 것을 비판하며 "그 단어가 반 유대적인 말과 같은 맥락으로 여겨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모욕적인 언어는 모두 같은 범주로 분류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아두는 "힙합과 흑인 사회에 해당하는 사람들이 먼저 ('니그로' 단어를 사용해) 불을 지폈으면서 그 단어 사용이 잘못된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았다. 이는 교육에 어긋나고, 무지하고 무심한 것"이라며 "다음 세대 양성을 생각할 때, 이는 좋지 않다. 켄드릭 라마가 그 단어를 사용하면 사람들도 그 단어를 사용해도 괜찮다고 여기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기자이자 블로거인 제시카 노아 몰리는 "사람들이 모욕적인 단어가 포함된 노래를 따라부르는 것을 원치 않는다면, 그런 단어를 노래에 넣지 않는 것이 먼저"라고 말했다.

이어 "영향력 있는 가수이고 특정 단어를 팬들이 따라부르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면 노래 가사에 포함을 시키지 않으면 된다. 누구도 흑인 비하 단어를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몰리는 "백인이 그 단어가 포함된 노래를 따라 불렀는데 이를 질책하는 것은 위선적이라고 생각한다"며 "나를 포함해 우리는 모두 인종에 관련된 문제에 대해 위선적으로 생각하거나 이중잣대를 갖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누가 말하든 그 단어(니그로)는 공격적이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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