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C 라디오] 스물 아홉, 그가 안락사를 택한 까닭

영국 법원은 베를리나에 대해 "순전히 악의로 범행을 저질렀다"며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Image copyright Avon and Somerset Police
이미지 캡션 영국 법원은 베를리나에 대해 "순전히 악의로 범행을 저질렀다"며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아래는 영국 공영방송 BBC 뉴스의 한국어 라디오, BBC 코리아 방송의 2018년 5월 24일 보도입니다.

[앵커] 3년 전 이곳 영국에선 한 여성이 연인의 얼굴에 황산을 뿌려 중상을 입힌 일이 있었습니다.

이 사건의 판결이 지난 23일 나왔는데요.

비교적 쉽게 구할 수 있는 황산이나 염산 같은 화학물질을 이용한 보복 범죄, 비단 영국에서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자세한 소식, 데이비드 강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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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5월 24일 BBC 코리아 방송 - 스물 아홉, 그가 안락사를 택한 까닭

[기자] 네덜란드 출신 기술자로, 영국에서의 창창한 삶을 그려나가던 스물 아홉 살 마크.

그는 지난해 1월 벨기에의 안락사 시설에서 자의로 삶을 마감했습니다.

도저히 고통을 이기지 못하겠다는 말을 남겼습니다. 마크에겐 무슨 일이 벌어졌던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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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당시 사건 현장의 모습. 강력한 황산의 흔적이 남아 있다

군데군데 새카맣게 타버린 하얀 침구.

참혹했던 상황은 2015년 사건 당시 구조대원과의 통화 녹음에도 고스란히 남아 있습니다.

"Can you ask him what has happened?"

(구조대원: "그에게 무슨 일이 생겼는지 물어봐주시겠어요?")

"I'm not sure what happened."

(이웃: "무슨 일인지 잘 모르겠어요.")

"Excuse me mate, excuse me. What's happened?"

(이웃: "저기요, 무슨 일이었던 거예요?")

"Somebody threw acid..."

(마크: "누군가 제게 산을 뿌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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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마크와 베를리나의 모습

연상의 연인이었던 베를리나가 침대에 누워 쉬고 있던 마크의 얼굴에 사정없이 황산을 뿌린 겁니다.

재판부는 베를리나가 "마크가 다른 여성을 만나지 못하게 할 작정으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리고 베를리나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습니다.

이미지 캡션 락스미는 화학물질 공격 피해자들을 위한 단체를 설립했다

인도의 락스미도 10여년 전, 청혼을 거절했다는 이유로 한 남성에게 화학물질 공격을 받았습니다.

"I was a normal girl and was living a normal life, (but after the attack) I had to leave my studies, all my dreams were shattered."

("전 평범한 삶을 살던 소녀였어요. 하지만 사건 이후 공부도 관둬야 했고 꿈도 산산조각났죠.")

얼굴이 완전히 녹아내렸고, 락스미가 다시 세상 밖으로 나오기까진 무려 4년이 걸렸습니다.

락스미는 화학물질 공격 피해자들을 위한 단체를 만들어 활동하고 있습니다.

2016년 한국의 한 중학교에선 따돌림을 당하던 학생이 과학 실험 수업 도중 다른 학생에게 염산 공격을 받는 일이 있었습니다.

최근 방글라데시에서도 한 여성이 구애를 거절 당하자 상대 남성의 얼굴에 염산을 뿌렸습니다.

이같은 범죄가 이어지는 까닭으로는 염산이나 황산이 비교적 구하기 쉽고 다루는 데 별다른 도구가 필요하지 않다는 점이 주로 꼽힙니다.

한국 등 많은 나라에선 화학물질을 사는 사람의 구매 이력을 법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주장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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