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C 라디오] '내 친구는 죽기 전 얼음의 방에 갇혀 있었다'

온두라스 출신의 록사나는 미국 입국 허가를 기다리다 갑작스레 숨을 거뒀다

사진 출처, Diversidad Sin Fronter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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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두라스 출신의 록사나는 미국 입국 허가를 기다리다 갑작스레 숨을 거뒀다

아래는 영국 공영방송 BBC 뉴스의 한국어 라디오, BBC 코리아 방송의 2018년 5월 31일 보도입니다.

[앵커] 강력한 반 이민 정책을 펼치고 있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이민자들이 넘어오지 못하도록 미국과 멕시코의 국경 지대에 높은 담을 쌓겠다는 말까지 했었죠.

그런데 최근 미국으로 들어오려던 한 이민자가 구금 과정에서 갑작스레 숨지면서, 미국의 이민 정책을 둘러싼 논란에 또다시 불이 붙었습니다.

데이비드 강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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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5월 31일 BBC 코리아 방송 - '내 친구는 죽기 전 얼음의 방에 갇혀 있었다'

[기자] 지난 4월, 이백 명 넘는 중미 지역의 이민자들이 미국으로 향하는 대형 승합차에 몸을 실었습니다.

행색은 남루했고, 장기간의 여정으로 대부분 탈진한 상태였습니다.

올해 서른 세 살, 온두라스 출신으로 성 전환 수술을 받아 여자가 된 록사나도 그 중 하나였습니다.

수천 킬로미터를 이동해 미국 국경에 다다른 록사나.

하지만 미국 땅을 밟는 건 쉽지 않았습니다. 입국 신청 엿새 뒤 록사나는 다른 지역 수용소로 이송됐습니다.

그리고 지난 25일, 갑작스레 심장마비로 숨을 거뒀습니다.

폐렴과 탈수, 면역 결핍 바이러스에 따른 합병증 증세로 응급 구조기에 실려 병원으로 옮겨지던 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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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단체들은 "미국 이민 당국이 이민자들의 건강 상태를 방관한다"고 주장한다

록사나의 사망 직후 인권단체들은 "미국 이민 당국이 이민자들의 건강 상태를 무시하고 있다"며 "록사나는 살해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록사나의 친구로 알려진 또 다른 구금자는 "록사나가 '얼음의 방'이라고 불리는 차가운 시설에 수용된 이후 상태가 급격히 나빠졌다"고 주장했습니다.

인권단체에 따르면 록사나는 지난해 10월 이후 구금 상태에서 숨진 6번째 수용자입니다.

몇 주 전엔 과테말라 출신 스무 살 여성이 미국 국경에서 경비대원의 총에 맞아 목숨을 잃었습니다.

미국 측은 인권단체들의 주장을 반박했습니다.

록사나에겐 적절한 치료를 제공했고, 또 입국을 즉각 허용하지 않은 건 록사나가 여러 번의 불법 입국 시도 전력과 절도 전과가 있었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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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민자들을 '동물'이라고 지칭하기도 했다

"이 사람들이 얼마나 기본적인 것도 안 갖추고 있는지 못 믿을 거예요. 이들은 사람이 아니에요. 동물들이라니까요."

("You woudn't believe how bare these people are. These aren't people. These are animals.")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집권 직후부터 강도 높은 불법 이민 규제 정책을 펼쳐 왔습니다.

이 과정에서 사망자는 물론이고 부모와 강제로 떨어지게 된 아이들도 생겨났고, 국제사회의 비판도 쏟아졌습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뜻을 굽히지 않겠다는 입장. 미국 국경지대의 혼란 역시 한동안 이어질 전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