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C 라디오] 푸틴의 '반체제 인사 숙청 작전'은 진짜일까

바브첸코가 등장한 순간, 회견장에선 박수가 터져나왔다 Image copyright Reuters
이미지 캡션 바브첸코가 등장한 순간, 회견장에선 박수가 터져나왔다

아래는 영국 공영방송 BBC 뉴스의 한국어 라디오, BBC 코리아 방송의 2018년 5월 31일 보도입니다.

[앵커] 앞서 우크라이나에 살며 푸틴 정권을 비판하던 러시아 기자가 의문의 총격으로 숨졌다는 소식이 전해졌는데요.

이 기자, 반나절 만에 멀쩡한 모습으로 기자회견장에 섰습니다. 어떻게 된 일일까요.

비키 정 기자가 보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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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5월 31일 BBC 코리아 방송 - 푸틴의 '반 체제 인사 숙청 작전'은 진짜일까

[기자] 평소 푸틴 정권에 대한 비판 기사를 써 오던 러시아 출신 언론인 아카디 바브첸코가 사망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건 현지시간 지난 29일.

우크라이나 수사당국은 그가 여느 날처럼 빵을 사러 나갔다가 집 앞 골목에서 괴한의 총격을 받았다고 밝혔습니다.

총소리를 듣고 뛰쳐나온 아내에게 발견돼 곧장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구급차 안에서 숨을 거뒀다는 겁니다.

사건 현장은 무장 경찰과 취재진으로 북적였고, 바브첸코를 기리는 분향소까지 차려졌습니다.

그리고 전 세계 언론이 바브첸코의 사망 소식을 비중있게 보도했습니다.

하지만 몇 시간 뒤. 숨진 줄 알았던 바브첸코가 우크라이나 정보당국의 기자회견에 등장했습니다.

편안한 차림, 그리고 미소를 띤 얼굴까지, 총격을 받았다고는 생각할 수 없는 모습이었습니다.

"동료를 떠나 보낼 때 느끼는 마음이 어떤지 잘 압니다. 그런 마음을 느끼게 해서 미안합니다. 하지만 다른 방법이 없었습니다."

("I have buried many friends and colleagues many times and I know the sickening feeling. I am sorry you had to experience it. But there was no other way.")

정보당국은 바브첸코에 대한 러시아 측의 공격 시도가 있었고, 이를 사전에 막는 과정에서 이같은 가짜 암살극을 벌였다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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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러시아 언론인 막심 보로딘은 숨지기 전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집 주변에 누군가 있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은 자작극으로 드러났지만 그간 바브첸코 같은 반정부 성향의 러시아 인사가 공격당한 일은 여러 차례 있었습니다.

지난 달엔 시리아의 러시아 사병 조직 관련 내용을 보도한 언론이 막심 보로딘이 자택 건물 5층에서 떨어져 숨졌고, 그보다 앞선 3월엔 전직 러시아 이중간첩 세르게이 스크리팔이 독성 물질 공격을 받았다가 겨우 목숨을 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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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알렉산더 리트비넨코는 '방사능 홍차'를 마신 뒤 사망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많이 알려진 건 2006년 '홍차 독살 사건'입니다.

전직 러시아 정보요원, 알렉산더 리트비넨코는 영국 런던의 한 호텔에서 홍차를 마신 뒤 급격히 건강이 악화돼 사망했습니다.

리트비넨코가 마신 홍차엔 치명적인 방사성 물질이 들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많은 이들이 이같은 사건들의 배후에 '러시아 정부'가 있다고 주장했지만, 러시아 측은 매번 의혹을 부인해 왔습니다.

러시아 정부는 우크라이나의 이번 작전을 "러시아에 대한 도발"이라며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언론계에선 기자인 바브첸코가 가짜 소식, 이른바 '페이크 뉴스(Fake News)'를 만들어 의도적으로 혼란을 일으켰단 비난도 나옵니다.

하지만 이번 사건으로 러시아 정부의 반정부 인사 숙청 의혹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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