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C 라디오] '침묵의 구역'에선 무슨 일이... 넉 달새 20여명 실종

살해당한 곤잘레스의 친지들이 껴안고 슬픔을 나누고 있다 Image copyright AFP
이미지 캡션 살해당한 곤잘레스의 친지들이 껴안고 슬픔을 나누고 있다

아래는 영국 공영방송 BBC 뉴스의 한국어 라디오, BBC 코리아 방송의 2018년 6월 1일 보도입니다.

[앵커] 멕시코에는 'Silenced Zone', '침묵의 구역'이라고 불리는 곳이 있습니다.

이 지역에선 최근 넉 달 사이 수십 명이 소리소문없이 모습을 감췄는데요.

잇따른 실종의 배경엔 더 크고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습니다. 김효정 기자가 보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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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6월 1일 BBC 코리아 방송 - '침묵의 구역'에선 무슨 일이... 넉 달새 20여명 실종

[기자] 멕시코 북동부 타마울리파스.

꽃으로 둘러싸인 관. 그리고 검정색 옷을 입은 노년 여성이 그 관을 하염없이 어루만집니다.

이곳은 현지시간 지난 29일 살해당한 멕시코 기자 헥터 곤잘레스의 장례식장입니다.

피투성이가 된 곤잘레스의 시신은 윗옷과 신발이 벗겨진 채로 길 한구석에 버려져 있었습니다.

곤잘레스는 올해 들어 멕시코에서 살해당한 6번째 언론인입니다.

특히 미국 텍사스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타마울리파스는 멕시코의 대표적인 '무법지대'로 꼽힙니다.

폭력배와 마약 밀매단 등 각종 범죄조직에 의해 도시는 계속해서 황폐화됐습니다.

올해 들어선 의문의 실종자가 계속 발생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배경에 멕시코 보안당국이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국제기구 유엔 인권고등판무관실의 엘리자베스 트로셀 대변인이 말합니다.

"지난 넉 달 사이 타마울리파스에서 스물한 건의 실종 사례를 접수했습니다. 이들의 실종에 연방 보안국 직원들이 연루된 정황도 포착됐습니다."

("The U.N. Human Rights Office has documented 21 cases of disappearances in Nuevo Laredo in Tamaulipas over the past four months and there are strong indications that members of the federal security force may have been involved in their disappearances.")

실종자 중엔 열네 살 미만 어린이들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인권단체들은 실제 실종자 수가 40명이 넘는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사라진 이들은 대체 어디로 간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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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멕시코에선 2006년 이래 마약을 둘러싼 갈등으로 매년수천 명에서 수만 명이 목숨을 잃었다

앞서 2014년 멕시코 남부 게레로에서도 학생 43명이 한꺼번에 실종된 일이 있었습니다.

당시 수사당국은 학생들이 부패한 경찰들에 의해 폭력조직의 손에 넘어갔다고 추측했습니다.

이번 실종자들 역시 범죄에 휘말렸을 가능성이 높은 상황.

2006년 12월 멕시코 정부는 조직범죄를 향해 '전쟁'을 선포했고, 마약 밀매단이나 폭력조직을 와해시키는 작업에 본격 착수했습니다.

하지만 부패한 정부 관료가 곳곳에 포진하고 있어 완전 척결은 쉽지 않았고, 이 과정에서 현재까지 20만 명 넘게 살해되거나 실종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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