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정상회담: 같은 행사 다른 시선, BBC 편집장들이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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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C 중국어·러시아어 편집장이 바라본 북미정상회담

북미정상회담이 예정대로 오는 12일 열리는 쪽으로 가닥이 잡히면서 전 세계 언론의 시선이 한반도에 다시 쏠리고 있다. BBC 월드서비스 역시 한반도 정세를 자세히 보도하고 있다.

BBC 월드서비스는 영어는 물론 한국어 등 40개 이상 언어로 소식을 전하는 만큼 같은 뉴스라도 세계 각국 청취자들이 공감·이해할 수 있도록 맞춤형 보도를 한다.

북미정상회담도 마찬가지다. 당사자인 북한과 미국은 물론 한국과 중국, 러시아 등 주변국 주민들의 지정학적 이해관계가 얽힌 일인 만큼 청취자들의 관전 포인트 역시 다를 수밖에 없다.

BBC 코리아가 중국어와 러시아어, 그리고 태국어와 문도(스페인어) 서비스에 한반도 정세와 북미정상회담에 대해 물어봤다.

BBC 중국어 하워드 장 편집장

갑작스러운 북미정상회담 발표와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중국 방문 이전에는 언론의 시각이 아주 비관적이었다. 중국 관영 언론사들은 베이징과 평양과의 관계가 너무 악화돼 회복하긴 어려울 거라고 보도했다.

그런데 지난 몇 주간 외교 관계가 급물살을 타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북·중 관계에서 희망의 빛이 보인다.' '중국 시진핑 주석이 새로운 역동력을 불어 넣었다.' 이런 내용의 기사가 등장했다. 중국의 현지 언론은 국가의 감독 아래 북한에 대한 논조를 바꾼 것이다.

중국은 한반도 정세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평양에서 미사일을 발사하면 20분 안에 베이징에 떨어진다. 그만큼 가깝다는 뜻이다. 주한미군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중국이 강하게 반응한 것도 같은 이유 때문이다. 사드 레이다가 수도 베이징을 포함해 중국 영토 절반을 덮는다. 중국의 일거수일투족이 감시당하는 것이다.

한반도를 넘어서서 더 큰 패권 싸움은 이미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진행 중이다. 이 경쟁은 점점 치열해지고 있다. 한반도를 둘러싼 외교전이 어디서 끝날지는 아무도 모른다. 평화 협정이 있을지, 평화와 번영을 이룩할지는 두고 봐야 한다. 이것이 모두의 희망 사항이지만, 결국 모든 주변 당사국들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질지는 지켜봐야 한다.

북미정상회담이 잘 끝나 미국이 한반도에서 철수하는 것이 중국의 희망일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 사람이 이것은 가망이 없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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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북한 김영철 통일전선부장과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악수하고 있다

BBC 러시아어 파밀 이스마일로프 편집장

지난 31일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은 북한을 방문했을 때 타국의 정책에 관여하지 않고 기다리며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그런데 기다리며 지켜보겠다면서 왜 북한을 방문했을까?

러시아는 세계 무대의 일부가 되고 싶어 한다. 미국이나 중국과 같은 대국들이 주요 세계 문제를 갖고 러시아와 논의하길 바란다. 북한 핵 문제는 주요 세계 문제다.

하지만 시리아에서와는 달리 북한에서는 적극적이지 않다.

몇몇 전문가들은 러시아가 중국의 움직임을 지켜보고 있다고 분석한다. 러시아는 중국의 영향권을 침범하지 않으려고 한다는 것이다. 러시아는 한반도가 중국의 영향력에 포함된 중국 '뒷마당'의 일부라고 생각해 적극적으로 나서려 하지 않는다.

그러나 향후의 기회, 특히 경제 분야에서는 열린 자세를 유지하고 있다. 중국과 협력해서 북한 경제를 함께 재건하거나 대북 무역량의 증가 등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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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김정은 위원장과 평양을 방문한 러시아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

러시아로선 북핵보다 더 큰 위협 요소가 바로 주한미군이다. 북한의 핵무기는 골칫덩어리다. 하지만 큰 문제는 아니고 결국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군사적으로 볼 때 러시아는 미군이 한반도에 주둔하는 것을 정말 싫어한다. 러시아는 이 문제를 가장 시급히 해결하려고 한다.

북미정상회담이 결실을 본다면 미군은 한반도에서 점진적으로 철수할 것이다. 대북 경제제재도 풀릴 것이다. 그러면 러시아는 중국 다음의 교역국으로서 수혜를 볼 가능성이 크다.

BBC 태국어 노폰 웡-아난 편집장

태국은 한국과 북한 모두와 매우 가까운 관계를 맺고 있다. 서울과 평양 두 곳에 모두 대사관을 두고 있다. 또 한국 정부와 협력해 탈북민들을 한국으로 인도하는 활동을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 반면 북한과는 국제제재 아래에서도 활발하게 상호 거래를 하는 국가 중 하나였다.

북미정상회담의 결과에 따라 큰 규모는 아니었지만, 북한과의 무역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대북 경제제재가 해제된다면 오히려 태국과 북한 사이의 무역이 줄어들 수도 있다. 북한이 태국 외에도 다른 나라들과 거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북미정상회담에 대한 태국어 청취자들의 가장 큰 관심은 핵전쟁을 막을 수 있는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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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C 문도 타마라 길 기자

우리 담당 지역인 라틴 아메리카는 한반도 정세에 직접 연루되진 않았지만, 미국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만큼 북미정상회담 결과에는 큰 영향을 받을 수 있다. 그러다 보니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정책에 관심이 많다. 또 김정은 위원장의 진의와 중국의 역할에도 관심이 있다.

한반도 정세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정권의 최우선 외교 과제였다. 이 문제가 해결된다면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한 뒤 줄어든 라틴 아메리카에 대한 미국의 관심이 늘어날 수 있다.

하지만 단기적으로는 북미정상회담 결과가 라틴 아메리카에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다. 지역에 북한과 여전히 수교를 맺고 있는 나라들이 있다. 만약 정세가 정상화된다면 다른 나라들도 그 뒤를 따르지 않을까 싶다.

또 경제제재가 풀린다면 아시아로 확장하고 싶은 라틴 아메리카 나라들에도 관심사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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