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최초 EPL 선수, 입영 연기 신청 '불허'

벤저민은 현지 풀럼의 유소년 팀에서 뛰고 있다 Image copyright JoseRaymond/SPIN
이미지 캡션 벤저민은 현지 풀럼의 유소년 팀에서 뛰고 있다

영국 프리미어리그와 계약한 최초의 싱가포르 축구 선수에 대한 군 입대 연기 신청이 거부됐다.

풀럼과 2년 계약을 맺은 상태인 벤저민 데이비스(17)는 군 입대 연기를 신청했다.

당국은 그가 "입대 연기의 기준을 만족시키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데이비스의 아버지는 그가 2년 동안 축구를 하지 않기를 바라는 게 "비현실적"이라고 말했다.

싱가포르의 모든 18세 이상 남성은 군대나 경찰 또는 민방위대원으로 2년 동안 복무해야 한다. 벤저민은 올 11월 18세가 된다.

국방부는 성명서를 통해 "복무 대상에 해당되는 모든 싱가포르 남성들이 의무를 이행하기 위해 개인적인 일들을 미뤄둡니다... 자기 자신의 커리어와 계발을 추구하는 개인의 입대 연기를 허가하는 것은 공정하지 않을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스포츠에서는 올림픽 같은 국제 경기에서 싱가포르를 대표하는 이들과 메달을 딸 수 있는 잠재성이 있는 이들에게만 입영 연기가 허가됩니다."

벤저민은 작년 풀럼에 2년 장학생으로 입단했다. 이달 프로 계약을 체결해 영국 탑레벨 구단과 계약한 최초의 싱가포르인이 됐다. 그는 현재는 풀럼의 유소년팀에서 뛰고 있다.

영국 프리미어리그는 싱가포르에서 인기가 많으며 많은 싱가포르인들은 데이비스에 대한 당국의 결정에 대해 불만이 많다.

벤저민의 아버지 하비 데이비스는 벤저민이 국방부의 결정에 이의를 신청하고자 한다고 BBC에 말했다.

그는 "프로 축구선수의 커리어에서 2년을 빼고는 다시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커리어를 재개하리라고 기대하는 건 비현실적이라고 생각해요."라고 말했다.

또, "지금과 같은 매우 중요한 시기에 이런 결정은 아무런 말도 안 됩니다."라며 안타까움을 표현했다.

"저희는 국방의 의무의 중요성을 이해합니다. 제 큰 아들은 이미 복무를 했고 벤저민도 복무를 할 거에요... 단지 시기의 문제입니다."라고 덧붙였다.

싱가포르의 프로 축구 코치 필립 오는 2년의 군 복무가 벤저민의 능력 계발에 영향을 분명히 미칠 것이라고 BBC에 말했다.

"군 복무를 하면서 축구 트레이닝을 받는 건 가능하지만 프로처럼 훈련을 받지는 못하고 능력 계발도 무척 더딜 겁니다." 그는 말했다. "복무 중에는 훈련을 받으면서도 의무도 수행해야 하기 때문에 신체가 최상의 상태로 회복되지 못할 거에요."

'놀라운 기회를 박탈당했다'

많은 이들이 SNS를 통해 당국이 그의 복무 연기 신청을 거부한 데 비판했다.

"놀라운 기회를 박탈당한 셈이다. 뭐라 형언할 수 없을 정도다." 한 사용자는 페이스북에서 이렇게 말했다.

"군 복무를 보다 유연하게 할 수는 없을까? 우리가 영국 프리미어리그에 진출할 수 있는 유일한 기회인데." 다른 사용자는 이렇게 덧붙였다.

어떤이들은 싱가포르의 부총리가 프랑스의 월드컵 우승을 두고 자국에서 성장한 축구 선수들을 배출한 것을 칭찬한 것을 지적하기도 했다.

벤저민에게 싱가포르 시민권을 포기할 것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다른 곳의 환경이 더 좋다면 싱가포르에 머무를 이유가 없다." 한 사람은 말했다.

벤저민은 현재 태국, 영국, 싱가포르 여권을 갖고 있다. 그의 어머니는 태국 출신이며 그의 아버지는 본래 영국 출신이다.

벤저민이 싱가포르 시민권을 포기할 것이냐는 질문에 그의 아버지는 말했다. "그런 상황에 몰리게 될 경우 저희가 어떤 선택을 내리게 될 지 잘 모르겠습니다."

"벤저민은 싱가포르를 대표해서 뛰고 싶어해요. 싱가포르에 기여하고 싱가포르를 자랑스럽게 만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죠. 하지만 그럴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면 어떻게 할 수 있겠어요?"

싱가포르는 과거 3명의 운동선수에게 입영 연기를 허용했다. 그 중 하나는 2016년 올림픽에서 조국에 최초로 금메달을 안긴 수영선수 조셉 스쿨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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