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외무장관의 말실수가 정말 심각한 문제인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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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레미 헌트 외무장관의 말실수: "내 부인은 일본인"

영국의 신임 외무장관 제레미 헌트가 중국을 공식 방문했지만 정작 그의 말실수가 언론 지면을 장식하고 있다.

헌트 장관은 중국 측의 환심을 사기 위해 자신의 부인이 중국 사람이라고 말하려 했는데 실수로 부인이 "일본인"이라고 말했다.

그는 재빨리 자신의 발언을 정정했고 당시 회담에 있던 사람들은 이를 웃어넘겼다.

그러나 이 말실수는 언론 헤드라인을 장식하고 있다. 헌트 장관 본인도 인정하듯 "끔찍한 실수"였다.

루시아 궈는 중국 중부 지역의 시안에서 태어났다. 그는 워릭대학교에서 일하고 있던 2008년 헌트 장관을 만났다. 자녀는 셋이다.

정확히 어떤 말실수를 했나?

헌트 장관은 왕이 중국 외교부장을 만난 자리에서 영어로 이렇게 말했다. "제 부인은 일본인입니다, 제 부인은 중국인입니다. 미안합니다. 끔찍한 실수를 저질렀네요."

그는 자신와 왕이 외교부장이 "국빈만찬에서 일본어로 대화했다"고 설명하면서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제 부인은 중국인이며 제 아이들은 중국계입니다. 저희는 시안에 살고 있는 조부모가 있으며 중국과 강한 가족적 유대를 갖고 있지요."

왜 이것이 그토록 심각한 말실수일까?

1. 중국과 일본은 앙숙이다

중국과 다른 나라를 혼동하는 것은 중국 정부의 환심을 사려 할 때 좋은 행동이 아니다.

그중에서도 일본을 중국과 혼동하는 것은 십중팔구 최악의 실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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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2012년 중국에서 발생한 반일 집회

일본과 중국이 수십 년에 걸친 앙숙 관계이기 때문이다. 두 차례 전쟁을 벌인 전력이 있는 데다가 동중국해에서 영유권 관련 분쟁 중이다.

중국의 중장년층에는 일본제 상품을 구입하거나 휴가 때 일본으로 여행하는 것을 꺼리는 사람이 많다. 일본이 전시에 저지른 악행들을 축소·은폐하고 있다고 비난하기 때문이다.

2012년 양국 간에 동중국해의 섬들을 두고 갈등이 깊어졌을 때는 반일 집회가 여러 차례 열리기도 했다.

2. 자기 자신의 부인에 대해 얘기하는 중이었다

누구나 말실수를 하거나 다른 사람의 인종에 대해 오해할 수 있다.

헌트 장관은 일본어를 할 줄 알며 일본에서 일한 바 있다. 당시 왕이 외교부장과도 일본어로 대화를 하고 있었다고 한다. 어쩌면 그 때문에 당시 회담에서 일본을 생각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중국 관계자들과 회담을 갖는 자리에서 "일본인"이란 말실수를 했는지를 설명하기엔 충분치 않다. 게다가 다른 사람도 아닌 자기 자신의 부인에 대해 말하는 중이었다.

3. 나쁜 고정관념에 부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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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누군가의 인종에 대해 추측을 하는 건 위험할 수 있다

동아시아 사람들이 "모두 똑같이 생겼다"는 흔한 농담이 있다. 많은 동아시아 사람들은 사람들이 자신의 인종에 대해 어설픈 추측을 하곤 한다고 불평한다.

일례로 나는 중국계임에도 불구하고 내게 "곤니찌와"라고 말하는 사람들을 여럿 봤다. 내 일본계 영국인 친구들은 낯선이들이 "니하오"라고 말하는 경험을 했다.

내가 아는 대부분의 동아시아 사람들은 그것이 최악의 실수라곤 생각지 않지만 여전히 짜증나는 건 사실이라 말한다.

헌트 장관의 말실수는 정말로 순수한 말실수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런 맥락에서 저지르기엔 참으로 난감한 실수였다.

무엇보다도 헌트 장관 본인에게는 자신을 초대한 중국 관계자에게 전혀 좋은 인상을 남기지 못할 것이었다. 당초 자신의 부인을 언급했던 유일한 이유 아니었던가.

4. 실수를 안했더라도 먹혀들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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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제레미 헌트 외무장관과 왕이 중국 외교부장

중국의 지위가 세계적인 대국으로 상승하고 중국 소비자의 영향력이 막강해지면서 많은 정치가와 기업가들이 중국의 환심을 사려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페이스북의 창업주 마크 저커버그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모두 중국어로 연설을 해 중국 사람들에게 좋은 인상을 얻으려 했지만 그에 대한 반응은 엇갈렸다.

중국인 가족이 있는 것도 항상 중국과의 매끄러운 관계를 의미하는 건 아니었다.

일례로 게리 로크는 2011년부터 2013년까지 주중 미국대사를 역임했고 최초로 주중 미국대사가 된 중국계 미국인으로 언론 지면을 장식했다.

그러나 그는 여전히 중국 매체들로부터 비판을 받았다. 특히 베이징의 미국 대사관이 중국의 인권변호사 천광청의 망명을 받아들였을 때처럼 양국 간 관계가 악화됐을 때는 더욱 그랬다.

중국의 국영매체 글로벌타임스는 그가 중국계임에도 불구하고 그는 그저 미국의 이익에 봉사하는 '평범한' 미국 정치인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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