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축구로 성공을 꿈꾸는 아이들

12살의 왕춘은 국가대표가 되는 것이 꿈이다
이미지 캡션 12살의 왕춘(왼쪽)은 국가대표가 되는 것이 꿈이다

중국 북부 간쑤성 자락에 위치한 유소년 축구교실. 동이 트자마자 40여 명의 아이들이 연습을 시작했다.

이 가운데 유독 눈에 띄는 선수가 있었다. 여자팀 주장을 맡은 12살 왕춘은 선수들 가운데 가장 키가 가장 컸고, 누구보다 훈련에 집중하고 있었다.

그는 중요한 입단 테스트를 앞두고 있었다. 그에게는 고향을 떠나 가난에서 벗어날 기회.

왕춘은 약 2000km 떨어진 광저우에서 중국의 명문 광저우 에버그란데에 입단 테스트를 받을 예정이었다.

현재 왕춘을 비롯한 종리앤촨 초등학교 소속 선수들도 이런 기회를 얻기 위해 훈련에 매진하고 있다.

학교 교장인 마앤우는 축구팀 코치를 겸임하고 있다.

그는 8년 전 학교에 부임하면서 모든 학생이 하루 3시간씩 축구를 배울 수 있도록 했다. 심지어 기온이 영하 20도 이하로 떨어지는 겨울에도 축구를 시켰다.

"아이들이 어릴 적 쓴맛을 경험하게 되면, 성장했을 때 성공의 진정한 달콤함을 누릴 수 있다"고 그는 말한다.

이미지 캡션 종리앤촨 초등학교 교장이자 축구부 코치인 마앤우는 부임 후 재학생 모두 축구수업을 받도록 했다

'새로운 기회'

그의 자신감에는 이유가 있다. 이 학교는 중국 명문 축구팀에 8명을 진출시켰으며, 이들 모두 전액 지원금을 받았다.

이 가운데 2명은 중국 슈퍼리그에서 활약하고 있다. 또 학교 유소년 선수 가운데는 영국의 명문 아스널과 스토크 시티에서 훈련중인 아이들도 있다.

중국의 후원자들 덕분에 이들 유소년 선수들은 자신들의 부모들이 경험하지 못했던 기회를 얻었다. 덕분에 이 학교도 중국 내에서 좋은 모델로 조명받고 있다.

이미지 캡션 간쑤성은 중국 내에서 빈부격차가 가장 큰 지역이다

중국 축구 열풍의 가장 큰 원동력 중 하나라면 물론 시진핑 국가주석을 꼽을 수 있다. 열렬한 축구팬으로 알려진 시 주석은 중국이 2050년까지 월드컵을 유치하는 것뿐만 아니라, 본선에 진출해 우승하는 것을 목표로 세웠다.

또 그는 역대 중국 지도자들이 하지 못했던 중국의 경제, 군사력 성장을 추진함과 동시에 부패 척결에 나섰다. 시 주석 집권 이후 중국에서 부패와 기율 위반 등으로 처벌받은 공직자가 100만 명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여론 검열과 정치적 탄압도 어느 때 보다 강화됐다. 현재 공산당 지도부는 일말의 반대 목소리도 허용하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따라서 시 주석이 중국을 축구 강국으로 만들겠다는데 반대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덕분에 왕춘의 언니는 광저우 에버그란데에 입단할 수 있었으며, 이제 동생도 기회를 앞두고 있다.

왕춘은 기대가 된다며 "축구가 없었다면 지금처럼 행복할 수 없었을 거예요"라고 말했다.

추운 겨울 아침, 일찍 일어나 눈에서 축구를 하는 것이 힘들지 않냐는 질문에 그는 "눈 위에선 공이 잘 안 굴러가는 것만 빼면 괜찮다"고 답했다.

이 학교 재학생들 가운데는 부모가 멀리 떨어진 도시에 일을 해서 주중에는 학교에서 생활하는 아이들도 있다. 하지만 불평하지 않는다고 한다.

왜냐하면 간쑤성에는 자신들처럼 학교에 가지 못하는 아이들도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이미지 캡션 학생들 가운데는 부모가 도시로 일을 나간 탓에 학교에서 생활하는 아이들도 있다

중국, 축구 강국의 꿈

간쑤성은 중국 31개 성·시·자치구 가운데 가장 열약한 지역에 속한다. 간쑤성 주민의 1인당 소득이 연간 500~800 미국 달러(원화 56만원~90만원) 수준. 빈부격차 줄이기에 나선 중국 정부는 1년 안에 간쑤성의 절대빈곤을 해소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러나 어떻게 이를 실현할지 아직 알 수 없다.

축구 강국이 되겠다는 목표도 의문이 남는다. 비록 중국 여자축구는 지난 10년간 가능성을 보여줬지만, 남자축구는 여러 차례 실망을 안겼다. 지금까지 남자 대표팀은 2002년 단 한 번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아, 3전 전패를 기록했다.

영국의 스포츠전문 블로거 마크 드라이어는 중국이 일부 올림픽 종목에서 강세를 보이는 것을 언급하며 "수영장에 1만 명을 데려와 백만 번 이상의 훈련을 시킨다면 개인종목에서 메달을 딸 수 있는 선수를 육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반면 "축구는 정반대다"라며 "창의적이며 예상치 못한 움직임을 보여야지, 공을 갖고 있을 때 모두가 예상한 대로 움직인다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비록 중국이 경제, 군사, 과학기술을 강국으로 발돋움했지만, 축구는 서둘러서 될 수 있는 게 아니라고 강조한다. 또한, 축구를 잘하기 위해선 먼저 축구를 즐길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이미지 캡션 왕춘은 최근 중국 산시성의 유소년팀에 스카우트 됐다

'부모님이 실망할까 걱정된다'

종리앤촨 초등학교 팀 코치는 아이들이 축구에 대한 열정을 가질 수 있도록 돕고 있다. 특히 이를 위해 아이들이 자주 축구경기를 접할 수 있도록 한다.

취재진이 방문했을 당시 작은 방 하나에 아이들이 모여 학교의 유일한 TV로 중국 여자대표팀 경기를 보고 있었다.

왕춘은 얼굴에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경기에 집중하고 있었다.

그는 "부모님의 기대가 크다"며 "제가 축구를 잘하지 못해 부모님을 실망하게 할까봐 걱정된다"라고 밝혔다.

몇 주 후 우린 왕춘이 광저우에 입단 테스트를 받지 못했단 소식을 접했다. 대신 그는 다른 기회를 잡았다.

중국 내륙 산시성의 유소년팀에 스카우트 된 것이다.

"산시성은 매우 좋은 팀이죠. 중국에서 여덟 손가락 안에 꼽히는 좋은 팀이에요." 마우앤 코치는 말했다.

그는 이어 말했다. "팀에서 그가 만약 축구선수로 성공하지 못해도, 산시성 대학에 입학 자격을 주기로 약속했죠. 축구로 대학에 진학하는 건 아이들 부모의 꿈이에요."

지난 한 달 간 왕춘은 새로운 팀에서 아침에는 학교 수업을 듣고, 오후에는 훈련을 받는 일정을 반복하고 있다.

"처음에는 새 친구와 또 새로운 압박에 두려웠어요. (하지만) 지금은 좋아졌어요. 우리 팀 주장은 이미 국가대표로 선발돼 미국에서 훈련을 받고 있어요." 그는 말했다.

"저도 훈련을 열심히 해 국가대표가 되고 싶어요. 그러기 위해 더 열심히 해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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