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 합법화: 교황의 나라 아르헨티나, '낙태 합법화 표결' 앞두고 찬반 팽팽

임신 14주까지는 낙태를 허용하는 법안이 아르헨티나에서 상원 통과를 앞두고 있다 Image copyright Reuters
이미지 캡션 임신 14주까지는 낙태를 허용하는 법안이 아르헨티나에서 상원 통과를 앞두고 있다

지금 한겨울인 부에노스아이레스. 그러나 최근 몇 달 동안 사람들 사이에 봄기운이 흘렀다

어디를 가든지, 여성들이 현지어로 에메랄드 파뉴엘로스라고 불리는 반다나를 목이나 손목에 두르거나, 가방에 묶고 있는 광경을 볼 수 있었다.

2005년 처음 생긴 이 초록색 반다나는 법적으로 안전하고 자유로운 낙태 권리를 요구하는 목소리의 상징이다.

그 이후 7개의 법안이 의회에 제출됐다지만 몇 년 동안 수년 동안 캠페인 지지자들이 얻어낸 것은 없었다.

그러나 낙태에 반대하는 모리시오 맥리 대통령이 올해 초 국회에 관련 법안 논의를 요구하면서 변화가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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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2005년 처음 생긴 초록색 반다나는 법적으로 안전하고 자유로운 낙태 권리를 요구하는 목소리의 상징이다

변화의 속도는 놀라웠고 사회 변화를 외치는 사람이 늘면서 녹색 반다나는 '평화적인 저항'을 상징하게 됐다.

아르헨티나에서 낙태는 강간이나 임신부 건강에 문제가 있을 경우에만 허용된다.

임신 14주까지는 낙태를 허용하는 법안이 이제 상원 통과를 앞두고 있다.

지난 6월 아르헨티나에서는 24시간 동안 지속된 마라톤 토론 끝에 이 법안이 하원 의회에서 통과됐다. 수십만 명의 여성들이 밖에서 결과를 기다리며 밤을 지새웠다.

이제 상원 의회에서 표결을 앞두고 낙태를 지지하는 여성들은 국회의사당 밖에서 길고 추운 밤을 새울 준비를 하고 있다.

낙태 찬성, "범죄자처럼 취급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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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일부 시위 참석자들은 '시녀이야기(The Handmaid's Tale)에 나오는 붉은 망토차림의 시녀 복장을 했다

아나 코레아는 초록색 반다나를 하고 이 현장에 합류할 예정이다.

11년 전, 그는 둘째 아이를 임신했다. 임신 3개월 때 아나는 아기가 에드워드 증후군(심각한 유전 장애)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됐다.

의사들은 아이가 출생 후 사망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아나는 "임신상태를 지속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고통을 연장하는 건 말이 되지 않았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또 "병원에 갔는데 의사는 죽은 아이라도 안을 수 있으니 임신을 지속하라고 제안했다. 그것이 내게 줄 수 있는 전부라고 했다"고 말했다.

결국 안나는 암암리에 하는 낙태시술 외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느꼈다.

처음 간 시술소에서 의사는 그에게 자궁에 종양이 있다고 했다. 그러나 그 의사에게서 동정심을 찾아볼 순 없었다.

의사는 낙태와 종양제거 비용으로 수천 달러를 요구했다.

그렇지 않으면, 안나가 사망할 할 것이며 어린 아들이 고아가 되리라는 언급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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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나는 "너무나 잔인해서 나와버렸다"고 말했다.

다음에 간 시술소에서는 주의도 받아야 했다. 은밀한 낙태 절차에 대해 누군가 물어보면 거짓말을 해야한다는 것이었다.

"너무 불공평했다. 엄청난 고통을 겪었지만 사람들은 나를 범죄자처럼 대했다"

출혈을 겪었지만 혼자였다

아나는 의지할 데가 없었고 결국 낙태 시술을 포기했다.

그러다 다시 병원에 임신 정기 검진을 하러 갔을 때, 의사들은 아기의 심장이 더 이상 뛰지 않는다고 했다.

시련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의사는 도와줄 사람이 없다며, 그저 낙태 유도제인 미소프로스톨만 처방해줬다.

아나는 "출혈이 심하면 다시 오라"는 말을 듣고 집으로 와야 했다.

아나는 심한 출혈을 겪었고 가까스로 살아남았다.

그는 다른 이들이 자기와 같은 시련을 겪지 않도록 이 경험을 나누며 캠페인에 참여하기를 바라고 있다.

아르헨티나에서는 매해 수만 명의 여성들이 불법 낙태를 받은 뒤 병원에 실려가고 있다. 2016년에는 43명이 사망했다.

낙태 반대론자들은 마크리 대통령이 아르헨티나의 어려운 경제 사정에 눈을 돌리게 하려고 이 낙태 논쟁을 지지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페미니즘 운동이 낙태 폐지를 정치 의제로 가져왔다는 점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현지 기자이자 찬성론자인 마리나 아비우소는 "사람들이 이 운동이 다른 것에서 주의를 돌리게 하는 연막 같은 것이라고 했지만 캠페인에 나선 소녀들은 '우리는 연기가 아니라 불'이라고 외쳤다"고 전했다.

그러나 가톨릭 교회와 아르헨티나 출신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 법안을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다.

이미지 캡션 기예르모 마르코 신부는 '임신 순간부터 생명'이라고 말한다

교황의 전 대변인이었던 기예르모 마르코 신부는 "낙태는 엄마에게나 태어나지 않은 아이에게나 해결책이 아니다"라며 "프란치스코 교황 역시 다른 신자들처럼 임신 순간부터 생명이라고 보고 이를 지키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정치적으로, 사람들에게 결정권을 준 마크리 대통령의 접근 방식에 동교황이 동의하는 것이 아니다. 생명은 원칙이자 가치 그 자체이지 의견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낙태 반대, "이기적인 이유"

지난 6월 하원이 이 법안을 통과시킨 이후, 종교단체들은 이 법안의 법률화를 막기 위해 노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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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하원이 이 법안을 통과시킨 후 반대 단체들은 적극적인 시위 활동을 벌여왔다

야옐 오유엘은 의사이자 복음주의자다. 그는 소셜 미디어에 설교하고 조언을 하는 영상을 올리고 있다.

그는 낙태가 합법화되면 양심적 낙태 거부자가 되겠다고 말했다.

오유엘 목사는 "여성의 권리는 태아의 성장이 시작되면 끝난다"라고 주장했다.

"나 역시 페미니스트다"라고 말하는 그는 '그러나 페미니스트들은 '내 몸은 내가 결정한다'와 같은 이기적인 이유를 조장하고 있다. 아니다. 우리는 싸우고 있는 이들을 위해, 지금 세포가 형성되고 있는 여성(태아)을 위해 페미니스트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결과가 어떻게 되든지 간에 이 흐름은 아르헨티나를 변화시키고 있다.

아비우소는 수요일 법안 투표 결과에 대해 "어떻게 될지는 알 수 없다"면서도 "우리는 낙태를 금기시한 사회로 돌아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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