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우드워드: 워터게이트 특종 기자가 쓴 트럼프 책의 가장 충격적인 어록들

  • 앤서니 저커
  • BBC 북미 특파원
Bob Woodward and Donald Trump composite image

사진 출처, AFP

워터게이트 스캔들 특종으로 전설적인 탐사보도 기자가 된 밥 우드워드의 책은 미국 대통령과 행정부라면 어쩔 수 없이 거쳐야 하는 통과의례가 됐다. 이제 도널드 트럼프가 우드워드의 현미경에 오를 차례다.

우드워드의 책이 묘사하고 있는 그림은 극도로 호의적이지 않다. 그의 표현을 빌자면 트럼프 행정부는 "행정권의 신경 쇠약"을 겪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의 지지자들은 우드워드의 책이 워싱턴 기득권 세력이 트럼프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를 전형적으로 보여준다고 말할 것이다. 전혀 근거가 없는 얘기는 아니다.

그러나 우드워드가 지금까지 누구도 보지 못한 권력의 심부를 들여다 보았다는 건 사실이다.

또한 트럼프와 대화를 하지 않는 것보다는 하는 게 좋다는 데 워싱턴의 전반적인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는 것도 사실이다.

우드워드의 신간 '공포: 백악관의 트럼프'에 나오는 이야기들은 출처를 비공개로 하여 제공된 것들이지만 우드워드가 들려주는 이야기들과 그가 사용하는 인용구들은 실제 그 자리에 있었던 사람들이 말한 게 많다.

백악관과 트럼프 대통령 본인은 책에 대해 "기분이 상한 전직 직원들"에 의해 "조작된 이야기들"이라고 반응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저 또다른 나쁜 책일 뿐입니다"라며 우드워드는 "신뢰성 문제가 많다"고 덧붙였다.

우드워드의 신간의 초판 일부에서 가장 충격적인 폭로들 일부를 정리했다.

"이거 막을 수 있어. 그냥 서류를 책상에서 치우면 돼." - 게리 콘

우드워드는 트럼프 행정부 관계자들이 여러 차례 트럼프 대통령이 결재를 하는 걸 막기 위해 대통령의 책상에서 결재 서류를 치운 사례를 묘사한다. 주로 경제 부문 최고위 보좌진인 게리 콘과 롭 포터 선임비서관이 그랬다.

이는 관계자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보다 위험한 충동으로부터 정부와 국가를 보호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었다. 트럼프로 하여금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파기하도록 할 수 있었던 서류들이었다.

우드워드는 이 행동을 두고 "행정 쿠데타와 다를 바 없다"고 표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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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언하지 마십시오. 안그러면 죄수복 뿐입니다." - 존 도드

지난 1월 27일, 우드워드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 변호사였던 존 도드는 대통령과 함께 모의 심문을 시작했다. 만일 트럼프가 당시 선거운동본부와 러시아의 연관 가능성에 대해 조사하고 있는 로버트 뮬러 특검팀의 조사를 수용하면 어떤 참사가 벌어질지 시연하기 위해서였다.

결과는 좋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심문의 강도에 점점 짜증을 내더니 한 순간은 특검팀의 조사 자체를 두고 "빌어먹을 사기극"이라며 화를 냈다.

도드는 나중에 뮬러 특검을 만나 심문에 동의할 수 없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이 "바보같이 보이는 것"을 원치 않으며 전세계에 나라 망신을 시키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라 한다.

이후 대통령이 마음을 바꾸어 증언을 하겠다고 하자 도드는 사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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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욕설] 죽여버리죠. 갑시다." -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보좌진들이 겪는 큰 실망의 근원 중 하나는 외교정책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보이는 위험한 충동이었다.

2017년 4월 시리아 정부가 또다시 화학무기 공격을 했다고 미국이 판단했을 때 트럼프 대통령은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에게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을 암살하라고 말했다.

"[욕설] 그들을 많이 죽여버리죠." 트럼프 대통령은 이렇게 말했다고 전해진다.

매티스 장관은 그 자리에서는 대통령의 지시를 접수하고 대화가 끝난 후 보좌진에게 그중 "어떤 것도"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우드워드는 행정부 관계자들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의 불화가 극에 달했을 때 트럼프가 북한에 대한 선제 타격 계획을 요청했을 때도 우려했다고 말한다. 대통령은 또한 고위 장성들에게 아프가니스탄에서의 전쟁을 다룬 것에 대해 질책하면서 "현장에 있는" 군인들이 더 잘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얼마나 더 죽어야 합니까?" 그는 물었다. "얼마나 더 많은 팔다리를 잃어야 해요? 우린 얼마나 더 거기 있어야 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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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완전히 미쳤어. 난 도대체 우리가 여기 왜 있는지도 모르겠네. 내 평생 최악의 직업이야." 존 켈리

우드워드는 대통령의 변덕으로 계속 혼나고 폄훼되는 백악관 직원들의 모습을 그린다.

백악관의 경제 자문 보좌진인 게리 콘이 대통령이 2017년 8월 샬럿츠빌에서 발생한 백인 민족주의자들의 폭력 시위에 동정적인 발언을 한 후 사임하려 하자 트럼프는 그가 "반역죄"를 저질렀다고 비난했다. 우드워드에 따르면 콘은 대통령을 "거짓말 전문가"로 본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상무부 장관 윌버 로스에게 자신은 그를 신뢰하지 않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더는 어떤 협상도 하지 말길 바랍니다." 대통령은 이렇게 말했다고 전해졌다. "당신의 전성기는 이미 지났어요."

그는 자신의 첫 비서실장이었던 라인스 프리버스를 쥐에 비유했다. "걔는 그저 여기저기 뛰어다닐 뿐이지."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질책한 바 있는 법무장관 제프 세션스에 대해 대통령은 사석에서는 더욱 노골적이었다.

"그 친구는 정신적으로 모자라는 사람이야." 트럼프 대통령은 포터 비서관에게 이렇게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남부 출신 멍청이지. 앨러배마에서도 변호사 못될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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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이건 대통령도 아니고 백악관도 아니야. 그냥 생긴대로 사는 한 남자지. - 롭 포터

대통령이 자기 직원들을 학대했다면 직원들도 우드워드의 책을 통해 어느 정도 복수를 한 듯하다. 책은 대통령을 보좌했던 보좌진과 참모들의 신랄한 논평들로 가득하다.

켈리 비서실장은 반복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을 "멍청이"라고 불렀고 "그 사람한테 뭔가 납득을 시키려는 건 무의미하다"고 말했다. 매티스 국방장관은 한 보좌진에게 대통령의 외교정책 이해도는 11~12세 어린이 수준이라고 말했다.

켈리의 전임자 라인스 프리버스는 대통령 관저를 "악마의 작업실"이라고 불렀다. 트럼프는 여기서 새벽이나 주말에 트위터를 통해 무절제하게 글을 쓴다.

트럼프와 렉스 틸러슨 전 국무장관의 관계는 틸러슨이 한번은 대통령을 두고 "[욕설] 멍청이"라고 말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온 이후 결코 회복되지 못했다고 전해진다. 이게 사실이라면 우드워드의 책은 곧 백악관 내에 심각한 피해를 입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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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제게 그런 이야기를 안했는데 만약 했다면 저는 당신과 정말 대화하려고 했을 겁니다. 제가 당신에게 매우 열려있다는 거 아시죠. 당신은 언제나 공정했다고 생각합니다." - 도널드 트럼프

책에 대한 백악관의 분노에 찬 반발에 대한 선제 폭격으로 워싱턴포스트는 8월 초 트럼프 대통령이 우드워드에게 건 전화의 녹음 파일과 녹취록을 공개했다. 대통령은 우드워드의 신간에 대해 인터뷰 요청이나 책에 대한 이야기를 전혀 들은 바가 없다고 주장하나 우드워드는 이를 성공적으로 반박한다.

트럼프는 수차례 대화의 주제를 자신의 외교정책이 이룬 성과와 대통령이 되고난 후의 경제적 상황 쪽으로 돌리려고 한다.

"대통령으로서 저보다 일을 더 잘 해낸 사람은 없어요." 트럼프는 말한다. "그것만큼은 말할 수 있습니다."

우드워드는 인터뷰들을 통해 "많은 통찰과 기록을 얻었다"고 말한다. 그리고 자신의 책은 "세계와 당신의 정부 그리고 당신에 대한 냉정한 일별"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부정적인 책이 될 거라는 걸로 들리는군요." 대통령은 이렇게 답한다.

우드워드는 통화를 마치며 이렇게 말한다. "저는 우리나라를 믿습니다. 그리고 당신이 우리의 대통령이기 때문에, 당신의 행운을 빕니다."

그의 책을 보면 우드워드는 분명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이 가진 모든 행운을 다 긁어모아야 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