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 극심한 경제위기와 화폐가치 폭락으로 콘돔이 사치품

베네수엘라 경제 위기로 콘돔이 동이 났다 Image copyright Getty Images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의 마리아나 주니가 기자는 최근 콘돔을 사러 간 상점에서 콘돔 품귀현상이 빚어진 것을 발견했다.

그는 결국 콘돔 재고가 있는 곳을 찾았지만, 고작 7상자가 남아있었고 이조차도 한 통에 1백만 볼리바르가 넘었다. 콘돔이 대부분 국민에게 살 수 없는 사치품이 된 것이다.

지난 8월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이 최저 임금을 3500% 인상하기 전 베네수엘라의 최저임금은 월 300만 볼리바르였다. 최저임금 노동자는 월급의 3분의 1을 줘야 콘돔 한 상자를 살 수 있었다는 뜻이다.

주니가는 "우리는 경제적 위기를 겪고 있다"며 "많은 생활용품이 부족해졌고, 여기엔 콘돔 등 피임약도 포함된다"고 말했다.

베네수엘라는 2013년 이후 극심한 경제적 어려움을 겪으면서 경제 규모가 3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베네수엘라는 물가가 단기간에 급격히 치솟고 화폐가치가 폭락하는 초인플레이션(Hyperinflation)을 겪고 있다. 물가는 평균 26일마다 두 배씩 뛰었다.

음식과 일자리를 찾아 이웃 국가인 콜롬비아로 떠난 사람들은 수백만 명에 달한다. 베네수엘라 남은 사람들은 생필품 및 전력 부족을 견뎌야만 했다.

인플레이션(물가상승률)이 이렇게 심한 이유 중 하나는 수요 급증이다. 상점의 물건보다 더 이를 사려는 사람들이 더 많아 긴 줄이 이어진다.

주니가는 고물가 행진이 국민의 성생활 양상까지 바꿨다고 말했다.

그는 "고전적인 방법으로 피임을 하는 사람들이 생겼다"며 "체외 사정을 하거나 생리 주기를 추적해 배란일을 피하는 방법들이 사용된다"고 설명했다.

주니가는 이에 따라 원치 않은 임신과 성병, 후천성면역결핍증(AIDS)을 일으키는 HIV 감염 사례가 증가했다고 전했다.

피임약이 비싸지다 보니 영구 불임 조치를 하는 여성 수도 급증했다.

카라카스의 한 불임 클리닉에선 2017년에만 400명이 불임시술을 받았고, 올해는 첫 5개월만에 같은 수의 여성이 시술을 받았다.

지역 보건 당국은 이른바 '불임의 날'을 운영하며 매일 40명에게 무료 불임 시술이 제공한다. 하지만 이마저도 자리가 부족해 최대 500명의 여성이 대기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주니가는 "과거에는 서른 살쯤 되고 이미 아이를 3명 이상 낳은 여성들이 불임 수술을 받았지만, 이제는 19, 20, 24세의 여성들이 불임을 선택한다"고 설명했다.

결국 생필품이 동날 지경에 이르기까지 정부가 무엇을 했는지에 대한 맹비난이 이어졌다.

정부가 재정관리를 제대로 못 했고 경제의 석유 의존성이 너무 높아 경제가 추락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유가 급락으로 베네수엘라는 현금 부족을 겪었고 이로 인해 상품을 수입할 돈이 없어졌다.

물건이 부족해지며 물가는 끊임없이 올랐다. 이어 상품이 부족해 돈 쓸 일이 줄어드니 현금은 쌓여만 갔다.

마두로 대통령은 경기를 되살리고 소비를 촉진하기 위해 엄청난 양의 통화를 시장에 투입했다.

하지만 예상치 않은 일이 벌어졌다.

영국 개방대학(Open University)의 라지브 프랍하카르 경제학자는 "정부가 많은 돈을 찍어내면서 시장에 돈이 넘쳐났고, 결국 물가가 오르게 됐다"고 말했다

화폐 자체의 가치는 떨어졌지만, 빵과 같은 물품의 가치는 동일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똑같은 물건에 대해 더 높은 가격이 책정되는 것이다.

또 상점들은 더 높은 가치에 물건을 팔고 싶어 하기 때문에 휴짓조각이 된 현지 통화를 받지 않게 됐다. 미국 달러를 받고 판매하거나 물물 교환을 하게 됐다.

물론 물가 외에 원가 상승도 상품 물가를 올린 요소 중 하나다.

Image copyright Getty Images
이미지 캡션 베네수엘라와 콜롬비아 국경에서 한 남성이 화폐개혁으로 가치가 급락한 구화폐를 들고 있다

베네수엘라가 초인플레이션의 유일한 사례는 아니다.

1923년 제1차 세계 대전 이후 독일과 2000년대 후반 짐바브웨도 최악의 초인플레이션을 경험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2018년 말까지 베네수엘라의 인플레이션을 100만%가 될 것으로 예측했다.

엄청난 물가 상승을 잡기 위해 마두로 대통령은 화폐개혁을 단행했다.

지난 8월 '주권 볼리바르'라는 기존 화폐단위에서 0을 다섯 개 뗀 신화폐를 출시했다.

리디노미네이션(Redenomination) 즉 화폐개혁을 통해 시장을 안정시키고자 하는 것이 정부의 방침이다.

그러나 이런 조치는 늦은 감이 있다.

이미 많은 베네수엘라국민은 의약품과 식품과 같은 생필품을 살 돈이 없다. 초인플레이션으로 인해 많은 젊은 여성들이 불임이라는 영구적 선택을 하고 있다.

한 베네수엘라 여성의 말처럼 이곳의 "아기 공장"은 폐쇄되고 있다.

관련 기사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