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에선 신생아 10명 중 1명이 '이것' 출신이다

덴마크 여성 크리스텐슨이 시험관 아기 시술을 통해 낳은 딸 사라를 안고 웃고 있다
이미지 캡션 크리스텐슨은 정자 기증과 시험관 아기 시술을 통해 딸 사라를 낳았다

당국의 제재 시도에도 불구하고 덴마크에선 여전히 보조생식기술을 통해 출생한 신생아의 비율이 10% 안팎으로 전 세계에서 가장 높다.

보조생식기술은 시험관 아기 시술(In Vitro Fertilization·IVF), 즉 체외 수정 및 배아 이식 과정을 통해 인위적으로 여성의 신체 밖에서 수정해 임신을 유도하는 시술 등을 말한다.

덴마크의 어느 공원을 가더라도, 그곳에서 놀고 있는 아이들 상당수는 시험관 아기 시술이나 정자 기증을 거쳐 태어났다.

덴마크에서 "시험관 시술로 아이를 낳았다"고 말하는 것 역시 전혀 금기시되지 않는다. 학교 정문 앞에서 나누는 수다, 심지어 교회에서도 아이들의 출생 방법이 종종 대화 주제로 오른다.

두 살배기 아이를 둔 미혼 여성, 피아 크론 크리스텐슨은 보조생식기술에 감사하고 있다고 했다. 덴마크에선 배우자 찾기를 포기한 뒤, 크리스텐슨처럼 시험관 아기 시술로 아이를 갖는 독신 여성이 늘고 있다. 크리스텐슨은 서른아홉 살이 되던 해, 혼자 살기로 했다.

"임신 여부를 우리가 정할 수 있다는 것, 즉 여성이 우위를 점하게 되는 건 바람직하다고 생각해요. 문제는 여성이 남자를 원하지 않는다는 게 아니라, 남자가 아이를 갖기 위해 애쓰고 싶어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결국 여자 혼자 아이를 낳거나, 아예 아이를 키우지 않게 되는 거죠."

크리스텐슨은 "첫 시도에 바로 임신할 수 있어서 운이 좋았다"면서 "아이를 낳고 병원 예배당에 앉아 울었다"고 회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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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이런 기술에 굉장히 열려 있어요. 얼마 전엔 교회에 갔는데, 사람들이 제가 아기를 시험관 시술로 얻은 걸 알았는지 자신들도 이 방법으로 아이를 낳았으며 또 한 번 출산을 계획하고 있다고 말하더라고요. 이런 대화를 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아도 된답니다."

1983년 트뢸스 레나드 외스비에르그의 탄생은 덴마크가 걸음마 단계였던 보조생식기술의 활용을 주도하게 된 계기였다.

오늘날 덴마크보다 시험관 아기 시술이 빈번한 나라는 이스라엘뿐이다. 이스라엘에선 인구 100만 명당 약 5000명이 체외수정으로 태어난 이들이다. 덴마크는 2700명 수준이다. 하지만 새로 태어나는 아기 숫자 기준 체외수정 출생자 비율은 덴마크가 더 많다.

덴마크 코펜하겐 대학병원의 클라우스 이딩 안데르센 교수는 덴마크에 시험관 아기 시술을 도입한 연구진 중 한 명이다. 그는 시술이 이처럼 활성화되기까지 넉넉한 정부 지원이 큰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덴마크가 제 값을 하는 공공보건 시스템을 갖고 있다는 걸 방증하는 거죠. 덴마크에선 모든 종류의 치료가 무료입니다. 휜 코나 지나치게 눈에 띄는 귀 같은, 그러니까 기본적으로 '아프지 않은' 상태들도 공공보건 시스템이 고쳐줍니다. 그러니까 시험관 아기 시술을 지원 범위에 포함시키지 않을 이유도 없겠죠."

"돈이 나무에서 자라진 않지만, 이런 게 바로 스칸디나비아식 체계입니다. 모두가 기꺼이 많은 세금을 내고, 다들 그 혜택을 보고 있는 거죠."

이미지 캡션 안데르센 교수는 덴마크의 시험관 아기 시술이 이처럼 활성화된 데는 정부 지원이 큰 역할을 했다고 봤다

스웨덴 칼슈타드 대학교의 세바스찬 모어 박사는 충분한 정부 지원은 시험관 아기 시술에 대한 접근성을 제한한 덕분에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인 기준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덴마크에선 '부모가 되기에 적합한' 사람들만이 시험관 아기 시술 승인을 받을 수 있다. 40세 이상의 여성은 정부 지원 치료를 받을 수 없고, 45세 이상은 개인적으로 이 시술을 시도하는 것조차 금지된다.

모어 박사는 시술 승인 결정 과정이 지금보다 더 공개적으로 진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기존의 승인 사례들을 검토하며, 심각한 장애가 있는 사람들에 대해 정부 지원 요청이 거절된 정황을 포착했다"고 했다.

이같은 기준은 1980~1990년대보다 한층 강화된 것이다. 그 당시엔 양성애자 남녀만을 대상으로 의사들이 시술 여부를 결정하긴 했지만, 개인 병원의 시술 프로그램은 누구나 이용할 수 있었다. 대리모는 물론이고 동성애자 커플의 시술과 기증 정자를 이용한 체외 수정도 가능했다. 현재 덴마크에서 대리모는 불법이다.

시험관 아기 시술을 둘러싼 논쟁은 날로 커지고 있다. 일부 보수주의자들이 기술 자체에 반대하고 있을 뿐 아니라, 급진적 페미니스트들은 이 기술이 '의학적으로 훈련된 남성이 여성의 신체를 상품화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1997년 통과된 법안은 독신 여성과 동성애자가 시험관 아기 시술을 받을 수 없다고 명시헀다. 이후 공평성 논란이 불거졌다.

당시 일각에선 해당 법안에 허점이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들에 대한 의사들의 시술만 금지하고 있어 전문 산파들이 시술을 행하는 것은 막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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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크라이오스 정자 은행의 규모는 세계 최대 수준이다

2007년 개정된 현행법에 따르면, 이제 덴마크 여성은 혼인 여부 및 성 정체성과 관계 없이 정부 지원 시험관 아기 시술을 신청할 수 있다.

출산 산업은 이제 덴마크에서 가장 성공적인 상품 중 하나가 됐다. 세계 최대 정자 은행도 덴마크에서 시작했다.

그러나 시험관 아기 시술 건수가 늘어날수록, 역풍도 계속 거세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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