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간통은 범죄가 아니다'...158년 만의 대법원 판결

현행 조항에 따르면 여성은 처벌 대상이 아닐뿐더러, 배우자를 고소할 수도 없다 Image copyright Reuters
이미지 캡션 현행 조항에 따르면 여성은 처벌 대상이 아닐뿐더러, 배우자를 고소할 수도 없다

인도 대법원이 '간통은 범죄가 아니다'고 판결했다.

여성을 남성의 사유물로 취급했다는 비판을 받았던 '간통죄' 조항에 대해 158년만에 위헌 결정을 내린 것이다.

지금까지 인도에선 남편의 동의 없이 결혼한 여성과 성관계를 가진 남성을 처벌하도록 했다. 하지만 이 조항이 남녀를 차별한다는 청원이 제기돼 대법원이 심사하게 됐다.

대법원은 앞서 이달 초 157년간 유지된 동성애 금지 조항에 대해서도 위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지금까지 인도에서 얼마나 많은 남성이 간통죄로 처벌을 받았는지는 정확한 숫자는 파악되지 않았다.

디퍽 미스라 인도 대법원장은 이날 판결문에서 간통이 이혼의 사유가 될 수는 있지만 "범죄는 아니다"고 밝혔다.

위헌 소송

위헌법률심판 소송은 지난 8월 이탈리아에 거주하는 인도의 사업가 조지프 샤이니가 제기했다.

올해 41세인 그는 혼외관계에서 남성만 처벌을 받고 여성은 처벌을 받거나 또 고소도 할 수 없다며 이것이 '차별적인 조항'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여성을 남성의 소유물로 오해할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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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이전까지 청원은 인도의 관습과 신성한 결혼을 존중해야 한다는 이유로 기각됐다

그는 청원문에 미국의 시인 겸 사상가인 랠프 왈도 에머슨, 여성 참정권 운동가 메리 울스턴크래프트, 코피 아난 전 유엔(UN) 사무총장의 말을 인용하기도 했다.

하지만, 인도의 집권당인 국민당(BJP)은 간통죄를 유지해야 한다며 반대했다.

"간통 조항 폐지는 신성한 결혼의 의미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정부 법 자문기구는 밝히며, "인도에선 결혼 제도와 신성한 결혼의 의미가 특별히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간통 조항

지금까지 인도에선 여성은 '간통죄'의 처벌 대상이 아니었을 뿐만 아니라, 배우자를 간통으로 고소할 수도 없었다. 다만, 남성의 경우만 간통 사실이 확인될 경우 최고 5년의 징역이나 벌금형에 처했다.

이번 소송의 대리인 카리스와람 라지 변호사에 따르면, 배우자와 이혼이나 민사 소송중인 남편들이 이 조항을 악용하는 사례가 많았다.

그는 "남편이 이혼 소송중이거나 이미 이혼한 아내에게 불리하도록 가상의 인물을 간통죄로 고소하는 경우가 있었다"고 BBC에 밝혔다.

대법원 판결

다섯 명의 대법원 재판관 모두 이러한 조항은 오랜 구습이고 임의적이며 위헌 소지가 있다고 판결했다.

미스라 대법원장은 "남편은 아내의 주인이 아니며 여성은 남성과 동등한 처우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로힌턴 나리만 판사는 "남성을 가해자로 여성을 피해자로만 보는 구시대적 사고는 더는 통용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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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통죄' 유지하는 곳

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대다수의 미국인은 간통은 범죄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아직 뉴욕을 포함한 미국의 21개 주에선 간통죄가 존재한다.

카리스와람 라지 변호사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 60여 국가가 간통죄를 유지하고 있다.

이슬람의 샤리아 법은 간통을 범죄로 규정한다. 따라서, 이슬람 율법을 따르는 이란, 사우디아라비아, 아프가니스탄,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소말리아 등에는 여전히 간통죄가 성립된다.

대만의 경우는 간통죄로 최고 징역 1년에 처할 수 있으며, 인도네시아도 역시 간통죄를 유지하고 있다.

한국은 지난 2015년에 간통죄를 폐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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