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이 '맨스프레딩' 영상이 러시아 정부의 조작극이라고 생각하는 이유

안나 도프가류크의 맨스프레딩 반대 영상 Image copyright Anna Dovgalyuk
이미지 캡션 안나 도프가류크의 맨스프레딩 반대 영상

전세계의 수백만 명이 '맨스프레딩'하는 남성들에게 응징을 가하는 것으로 보이는 여성이 나오는 영상을 시청했다.

그러나 어떤 사람들은 이 영상이 러시아 정부가 조작한 역정보라고 생각한다.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지하철에서 한 여성이 낌새를 채지 못하고 있는 남성들에게 서서히 다가간다. 이 남성들은 다리를 넓게 벌리고 좌석의 자리를 많이 자지한다. 남성들이 채 반응하기도 전, 여성은 희석된 표백제를 남성들의 바지에 뿌린다. 표백제는 희석돼 심각한 부상을 입히진 않겠지만 얼룩을 남기기엔 충분하다.

이 영상은 안나 도프가류크라는 러시아의 학생이자 SNS 스타인 활동가가 만든 것이다.

유튜브에서 삭제되기 전까지 수백만 조회수를 기록했다.

이 영상은 수많은 뉴스 웹사이트에 실려 온라인에서 큰 소란을 일으켰다.

찬사, 경멸, 그리고 안나와 영상에 연관된 사람들에 대한 보다 극단적인 위협들이 댓글로 달렸다.

그러나 영상이 확산되면서 의문들도 제기됐다. 이 영상은 꾸며낸 것일까? 그리고 일부가 추측하듯 러시아 정부가 지원하고 전파한 프로파간다일까? 만약 그렇다면 목표는 무엇일까?

유튜브 활동가

사용 기기에서 미디어 재생이 지원되지 않습니다
안나 도프가류크의 맨스프레드 반대 활동 영상

안나 도프가류크는 '유튜브 활동가 영역'의 상대적으로 신참이다. 문제의 영상은 그가 유튜브에 두 번째로 올린 영상이다.

그가 처음으로 올린 영상도 페미니즘적 요소를 갖고 있었고 두 번째와 마찬가지로 상트페테르부르크 지하철에서 촬영됐다. 그것은 여성들의 치마 속 사진을 찍는 것에 대한 반대였는데 한 모델(안나 본인은 아니었다)이 자신의 드레스를 들어올려 행인들에게 자신의 속옷을 보여주는 모습을 담고 있었다.

이 영상 또한 많은 언론 매체에서 다뤄졌고 안나는 이어서 '맨스프레드'를 공격하는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됐다.

"저는 이것이 주목을 받아야 하는 문제 중 하나라고 생각했어요. 사람들이 정말 알아야 하는 문제라는 거죠." 그는 BBC 트렌딩에게 말했다.

문제의 영상은 9월말 게재돼 하루 1백만 뷰씩을 쓸어모았다. 하지만 곧바로 그 영상의 진실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온라인 매체 부마가는 영상에 출연한 한 남성이 돈을 받고 열차에 앉아서 물세례를 받았다는 걸 시인했다고 보도했다. 부마가는 러시아의 SNS인 V콘탁테에 올라온 남성의 글을 복사하여 게재했다 (남성의 계정은 삭제됐으며 BBC는 해당 남성에게 즉각 연락을 할 수가 없었다).

또한 영상에서 안나는 영상이 "나와 입장을 공유하는 친구들의 도움으로" 만들어졌다고 말한다.

그는 BBC의 질의에 영상은 꾸며낸 것이 아니며 누구도 희석된 표백제를 맞기 위해 돈을 받거나 하진 않았다고 말했다.

"완전히 무작위로 고른 남성들이에요." 그는 말했다. "그가 자신을 어떤 종류의 연기자로 생각하는지 저는 모르겠네요... 하지만 아무런 증거도 없고 그저 누군가의 주장일 뿐이잖아요."

Image copyright Anna Dovgalyuk
이미지 캡션 한 여성이 '맨스프레딩'을 하는 남성의 가랑이에 표백제를 끼얹는다

'러시아 정부의 프로파간다'

이 영상을 둘러싼 이야기는 새로운 전환점을 맞게 되는데 유럽연합이 러시아의 역정보를 공격하기 위해 만든 프로젝트 'EUvsDisinfo'에서 문제의 영상이 "러시아가 꾸며낸 프로파간다"라고 주장한 것이다.

여기에 따르면 이 영상은 전세계의 각종 문화 전쟁에 온라인으로 은밀히 개입하려는 시도의 일환이며 서구식 페미니즘이 너무 과해졌다는 증거로 제시하기 위해 계획된 것이라고 한다.

EUvsDisinfo의 보고서는 문제의 영상을 다시 화제에 올렸고, 영상 내용을 곧이곧대로 믿고 보도했던 언론사들은 이번에도 이 보고서의 내용을 기사에 실었다.

EUvsDisinfo는 두 개의 주된 중거를 제시했다. 하나는 앞서 언급한 부마가의 보도이며 다른 하나는 이 영상이 러시아 정부의 자금 지원을 받는 SNS 매체 'In The NOW'에 의해 발굴돼 전파됐다는 사실이다. 페이스북에서 3백만 이상의 '좋아요'를 보유하고 있는 In The NOW는 트위터, 인스타그램, 스냅챗, 유튜브에도 계정을 갖고 있다.

그러나 In The NOW는 처음에 (지금은 RT로 알려진) 러시아투데이의 TV 프로그램으로 시작했던 것이다.

RT와 스푸트니크 통신사는 러시아 정부로부터 직접적으로 재정 지원을 받는다. 서구 정부들과 언론 비평가들은 이들을 프로파간다 매체라고 부른다.

EUvsDisinfo는 안나의 영상과 In The NOW가 이를 다룬 방식에서 크렘린의 암수를 본다. 보고서는 "이 영상은 극단적인 페미니즘 활동을 연출하여 극단적인 반페미니즘 반응을 이끌어냈다"고 결론짓는다. EUvsDisinfo는 이 기사를 위한 인터뷰 요청을 거부했다.

하지만 이는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러시아의 환영을 보는 것은 아닐까? 어떤 SNS 회사라도 이런 콘텐츠를 픽업하지 않겠는가?

베를린에 소재하는 In The NOW는 러시아 정부의 재정 지원을 받음에도 불구하고 독립적인 편집권을 갖고 있다고 말한다.

"뭐가 나가야 한다고 위에서 내려오는 지시 같은 건 없습니다." In The NOW를 만드는 독일 기업 마픽(Maffick)의 최고운영담당자 레이 스팍스는 말한다. "단 한번도 프로파간다 매체였던 적이 없습니다."

Image copyright In the NOW

비록 In The NOW가 러시아 정부로부터 돈을 받는다는 사실을 부인하진 않지만 이러한 사실은 In The NOW의 페이스북 페이지에서는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는다. In The NOW가 내보내는 가벼운 스토리와 보다 진지한 뉴스 중 러시아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에 대해 비판적인 영상을 내보낸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스팍스는 이렇게 답했다. "최근에는 그런 걸 한 바 없습니다."

안나의 맨스프레딩 영상을 다룬 In The NOW의 영상은 6백만 회 이상의 시청을 기록했다.

親푸틴 인스타그래머

안나 도프가류크의 SNS는 멋진 옷 또는 수영복을 입은 자신의 화려한 셀카로 가득하다.

Image copyright Anna Dovgalyuk

그러나 안나가 푸시라이엇 같은 활동가일 거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그의 인스타그램과 V콘탁테 페이지에는 간간이 푸틴 대통령과 러시아 외교관들을 찬양하는 내용들이 올라온다.

Image copyright Anna Dovgalyuk
이미지 캡션 안나 도프가류크의 SNS에서 볼 수 있는 친 푸틴 성향 글

자신의 캠페인 영상에도 불구하고 안나는 자신이 페미니스트가 아니라고 말한다.

"어떤 사람들은 또한 제 영상이 매우 급진적이라고 말하는데 네, 그건 사실이죠. 하지만 제 영상은 페미니즘이나 남성에 대한 증오와는 아무런 연관이 없어요." 그는 BBC 트렌딩에 말했다.

"오늘날 페미니즘은 평등에 관한 게 아니라 남자들에 대한 나쁜 감정, 증오에 관한 거에요. 저는 페미니즘이란 단어를 매우 싫어합니다. 페미니즘이란 단어가 왜곡된 방식 때문이에요. 완전히 뒤집혔습니다."

이는 러시아 국영 매체의 관점과 비슷하다. 페미니즘은 남성에 대한 증오에 기반한 서구 이데올로기이며 러시아의 전통적인 가치관과 문화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안나는 자신의 영상이 프로파간다라는 것을 강력히 부인한다.

"정말 바보 같은 소리에요. 치욕적이라니까요!"

그는 BBC에게 자신이 상트페테르부르크 경찰에 의해 조사를 받았다고 말했으나 어느 경찰서를 찾았는지에 대해서는 답하기를 거부했다. 상트페테르부르크 지하철 경찰서장실에서는 안나에 대해 신고된 사항에 대해 아는 바가 없다고 말했으며 언론담당관은 BBC의 요청에 답하지 않았다.

답변에 대한 요청에 런던의 러시아 대사관은 이메일로 이렇게 답했다. "저희는 이 영상이 무엇에 대한 프로파간다라는 것인지 분명히 이해하지 못합니다. 게다가 본 대사관은 모든 '소셜 활동가'의 영상에 대해 논평하지 않습니다."

Image copyright Anna Dovgalyuk

정치적 트롤링

안나 도프가류크가 크렘린의 지령을 받아 문제의 영상을 만들었다는 증거는 나타나지 않았지만 러시아가 프로파간다 목적으로 맨스프레딩 영상을 활용할 수 있다는 생각은 결코 생뚱맞지는 않다는 게 봇과 트롤링 활동을 연구하는 전문가들의 견해다.

러시아 정부와 크렘린과 연관된 '인터넷연구원(Internet Research Agency)'에 연관된 계정들이 정치적 논란을 반복적으로 일으켰다는 의혹을 받았다. 특히 2016년 미국 대선에서 그랬다.

한 가지 특기할 만한 사건으로는 서로 라이벌인 페이스북 페이지들(둘 다 러시아와 연관된 것으로 알려졌다)이 텍사스의 한 지역에서 반 이슬람 집회와 친 이슬람 집회를 열도록 계획하고 이를 홍보했던 것이 있다.

BBC 트렌딩은 이전에 캘리포니아의 미합중국으로부터의 분리 독립을 조장하는 해시태그를 홍보하는 데 사용된 계정들과 인터넷연구원의 연관에 대해 보도한 바 있다. 캘리포니아 분리 독립은 극소수가 주장하는 이슈였는데 도널드 트럼프가 2016년 대선에서 승리할 것이 분명해지자 갑자기 트위터에서 톱 트렌드가 됐다.

또한 뜨거운 문화적 쟁점들에 대해 트롤 계정들이 뛰어들어 사회적 논란을 가중시켰다.

'스타워즈'를 둘러싼 문화 전쟁

모튼 베이는 서던캘리포니아대학교의 디지털미래센터의 연구원이다. 그는 스타워즈 영화 시리즈 중 최근에 개봉한 '라스트 제다이'에 대한 트위터 활동을 조사했다.

당시 많이 보도된 바와 같이 어떤 이들은 다수의 여성과 소수 인종들이 주된 역할을 맡았던 영화의 캐스팅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Image copyright Disney/Lucasfilm
이미지 캡션 온라인 트롤들이 스타워즈 영화에 흑인과 아시아인 배우들을 기용한 것을 공격했다

모튼 베이는 러시아의 봇과 트롤들이 '라스트 제다이'의 감독 라이언 존슨을 노렸다는 증거를 찾았다.

"러시아의 트롤들은 오랫동안 미국의 온라인상 논의에 개입해왔습니다." 그는 BBC 트렌딩에 말했다. "평균적인 미국인은 자기 일에 집중하고 선거가 시작되기 3주 전이 돼서야 관심을 갖기 시작하죠. 그러므로 이런 사람들에게 접근하기 위해서는 그들이 평소 무엇에 관심을 갖는지를 알아야 해요. 그리고 이는 대중문화로 이어지죠... 그게 스타워즈건 스포츠건 말이에요."

베이의 연구는 트위터가 최근 각기 러시아와 이란 정부의 지원을 받는 것으로 의심되는 '트롤 공장'에서 올린 1천만 개의 트윗들을 공개한 것에서도 나타난다.

미국의 싱크탱크 아틀랜틱카운슬이 행한 초기 분석은 이 트롤 계정들이 전파하는 메시지들이 부분적으로는 "미국 내 온라인 커뮤니티들을 양극화, 분열시키려는 목적을 갖고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지난 19일 미국 법무부는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엘레나 알렉세프나 후샤이노바(44)와 이름이 밝혀지지 않은 공모자를 기소했다. 성명서에서 법무부는 후샤이노바는 온라인상 논쟁을 촉발하고 정치체제를 교란시키려는 SNS 활동에 가담했다고 말했다.

"이 음모는 SNS와 다른 인터넷 플랫폼을 사용해 이민, 총기 규제, 수정헌법 2조, 남부연합기, 인종 문제, LGBT 문제, 여성의 행진, 그리고 NFL의 국가 논쟁 등의 사안들에 개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법무부는 성명을 통해 이렇게 말했다.

블로그: Mike Wendling

취재: Marco Silva

취재 및 번역: Olga Robinson, BBC 모니터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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