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슈끄지: 미국은 김정남 사건으로 북한에 한 것처럼 사우디에 제재를 가할 수 있을까?

김정남과 자말 카슈끄지 Image copyright Getty Images

사우디아라비아 출신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의 살해 사건이 세계를 계속 뒤흔들고 있다.

사우디 정부는 부인을 거듭하다 두 차례나 말을 바꿔 전세계적으로 신뢰를 잃었고 사우디가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투자 컨퍼런스는 미국, 영국 등의 주요 국가 장관들과 주요 기업들이 참가를 철회하는 바람에 체면을 구기기도 했다.

한 개인이 살해당한 사건이 전세계를 들썩이게 만드는 일은 흔치 않다. 그런데 작년에도 이런 일이 있었다.

북한의 최고 권력자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의 경우였다.

김정남 사건과 카슈끄지 사건의 공통점

김정남은 2017년 2월 13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두 명의 여성에게 강력한 신경작용제인 VX로 공격을 받아 숨졌다.

얼핏 보기에는 큰 연관이 없어 보이지만 김정남 사건과 카슈끄지 사건은 몇 가지 공통점을 갖고 있다.

김정남과 카슈끄지의 살해 사건 모두 출신국 정부의 정보요원들에 의해 기획된 것으로 보인다.

이미 사우디 정부는 사건에 대한 책임을 물어 자국 정보부 부국장을 경질했다.

김정남 사건의 경우는 이보다는 책임 소재가 불명확하지만 정부 차원에서 계획됐으리라는 정황이 있었다.

말레이시아 당국은 북한 용의자 한 명을 체포했고 북한 외교관을 포함한 북한 국적자 8명이 이 사건에 연루됐다고 발표했다.

김정남, 카슈끄지 모두 정부에 '눈엣가시'

김정남과 카슈끄지가 각각 출신국 정부에게 눈엣가시였다는 것도 공통점이다.

김정남은 김정은의 아버지 김정일의 장남으로 권력 승계에서 보다 '정통성'이 있다는 점 등에서 김정은에게는 불편한 존재였다.

한국의 정보기관인 국가정보원은 북한이 5년 전부터 김정남 암살을 기도했다고 말한 바 있다.

카슈끄지는 언론인으로서 사우디 정부에 대한 공개적인 비판을 자주 해왔다. 특히 현재 사우디 정부의 사실상 1인자인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에 대해 최근 많은 비판을 가했다.

북한은 김정남 살해로 어떤 제재를 받았나

김정남 살해 사건이 발생한 지 1년이 넘은 올해 3월 5일, 미국은 북한 정부가 김정남을 암살했다고 결론 내리고 북한에 대해 추가적인 제재를 단행했다.

이날 미 국부무가 발표한 추가 제재는 북한에 대한 ▲대외 원조 ▲무기 판매 및 무기 판매 금융 ▲정부 차관 또는 기타 금융 지원 ▲국가안보에 민감한 재화 및 기술 수출 등을 금지하도록 했다.

북한에 대한 각종 제재가 이미 시행 중이었기 때문에 추가 제재 자체의 실효성은 높지 않으며 상징적인 조치에 가깝다고 전문가들은 평한다.

미국과 사우디의 관계는?

사우디는 중동에서 미국의 핵심 동맹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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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트럼프 대통령(오른쪽)과 빈살만 사우디 왕세자가 지난 3월 백악관에서 만났다

서구 국가들과 대체로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사우디는 미국의 '테러와의 전쟁'을 적극적으로 돕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고 가장 먼저 찾은 외국 국가가 바로 사우디다. 그리고 이 방문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사우디 살만 국왕과 1천1백억 달러(한화 약 125조 원) 규모의 무기 판매 계약을 체결한다.

늘 흑자 무역을 강조하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작년에 50억 달러의 무역 흑자를 안겨준 사우디는 그야말로 '좋은 친구'일 수밖에 없다.

미국이 사우디에게도 제재를 가할 수 있을까?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21일 카슈끄지 사건으로 사우디에 대한 무기 수출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독일 정부는 사우디에 4억 8천만 달러 상당의 무기 수출을 승인했지만 메르켈 총리의 발언으로 실제 수출은 막힐 전망이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지금껏 사우디에 대한 무기 수출 금지 조치에 대한 가능성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여왔다.

"저는 우리나라에 생긴 그 모든 투자를 잃고 싶지 않습니다." 지난 22일 백악관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한 말이다.

23일 발행된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빈살만 왕세자가 살해 계획에 연관돼 있지 않았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무역 흑자, 대규모 무기 수출 계약과 그로 인한 일자리 증가를 늘 강조해 온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카슈끄지 사건으로 사우디에 무기 수출이 막히는 걸 주저할 수밖에 없다.

정말 사우디 왕세자는 사건과 연관이 없을까?

카슈끄지의 살해 사건은 자국 정보요원들이 '월권 행위'를 저지른 결과라는 게 현재 사우디의 입장이다.

다시 말해 빈살만 왕세자는 책임이 없다는 것. 그러나 사우디의 입장을 믿어주는 곳은 거의 없다.

카슈끄지가 행방불명이 되고 살해설이 처음 대두됐을 때는 카슈끄지가 멀쩡히 영사관을 나섰다고 주장했다가 이후에는 영사관 내에서 발생한 싸움으로 숨졌다고 말을 바꾸었고 그 다음에는 '월권 행위'로 살해당했다고 또 말을 바꿨다.

사우디 외무장관 아델 알주베이어는 사우디는 카슈끄지의 시신이 어디있는지 모른다고 주장했다. 요원들이 시신을 현지 조력자에게 넘겼다는 것이다.

그러나 심지어 이 주장조차 반박될 가능성이 있다.

영국 스카이뉴스는 두 명의 소식통을 인용하여 사우디 총영사의 관저 정원에서 카슈끄지의 유해가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또한 터키 정부와 가까운 현지 매체는 사건 발생 후 영사관에서 빈살만 왕세자의 사무실에 네 차례 전화를 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왕세자가 이번 사건에 연루돼 있다는 게 드러날 경우 미국은 국제사회의 더 큰 압박을 받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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