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이: 영국 스파이 6명이 말하는 그들의 삶

'제임스 본드' 영화 Image copyright COLUMBIA PICTURES
이미지 캡션 스파이의 삶이 실제 '제임스 본드' 영화와 같을까

BBC가 영국의 3개 정보기관 (MI5, GCHQ, MI6)에서 일했던 6명의 스파이와 이야기를 나눴다.

이름은 모두 가명을 사용했다.

'제임스 본드' 같은 삶?

MI6에서 10년간 근무한 케이트는 단호하게 아니라고 말했다.

"많이들 그렇게 생각하시더라고요. 물론 나쁘지 않아요. 멋져 보이니까요."

"하지만 아니에요. 모두가 에스턴 마틴이나 쾌속정 같은 펑키한 걸 타고 이동하지는 않아요. 버스나 지하철에 있을 때가 훨씬 많죠."

MI6에서 15년을 근무한 존은 스파이에 대한 제임스 본드 영화 속 묘사는 대부분 과장됐지만, 단 한 가지만은 사실이라고 말한다.

"마티니를 마시고 총을 들고 다니는 장면들은 사실이 아니에요."

"하지만 개발 부서 소장 Q는 실제로 존재해요. Q는 실존 인물이에요."

영화 속 Q는 MI6의 무기 담당관으로, 그 유명한 본드카를 비롯한 수많은 스파이 무기를 제작한 사람이다.

"우리가 사용할 무기를 제공해주는 훌륭한 기술자가 있어요. 제임스 본드의 것보다 우리 것이 나아요."

스파이가 되기 어려울까?

그럴 수도, 아닐 수도 있다는 게 조의 대답이다.

MI5에서 채용 업무를 담당하는 조는 채용을 위한 신원 확인을 위해 보통 6개월에서 9개월 정도의 시간이 소요된다고 말했다.

또 그는 이 과정이 사적이기는 하지만 "숙련된 신원 확인 담당관들이 과정을 쉽게 만들어준다"고 덧붙였다.

아미샤는 2년 전에 MI5에 입사했다.

그는 신원 확인 담당관과 보낸 3~8시간의 인터뷰 시간이 오히려 도움이 많이 됐다고 말했다.

"당신의 잘못을 캐내려는 사람들이 아니에요."

마약 복용 전적이 스파이가 되는 데 영향을 미칠까?

Image copyright GCHQ
이미지 캡션 GCHQ 본부

놀랍게도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다.

조는 모든 것이 사례별로 검토된다고 말한다.

"16살 때 파티에서 마약을 한번 복용했다고 해서 입사를 못 하는 건 아니에요. 하지만 입사하고 나면 마약은 복용할 수 없습니다."

BBC 인터뷰에 참여한 6명의 스파이는 모두 마약 검사를 받았다고 말했다.

정부의 정보 수집 및 사이버 보안 기관인 GCHQ에서 일하는 릴리는 마약 검사 과정에서 머리카락 샘플 채취를 위해 머리를 뽑았는데 자신의 전담 미용사가 뽑혀 나간 부분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고 말했다.

"원래 엄청 수다스러운 사람인데 갑자기 나가더니 막 소리를 지르는 거예요."

"그래서 '아, 그 짧은 머리요? 괜찮아요. 거기 원래 그래요. 당신이 그런 거 아니에요'라고 말해줬죠."

아무한테도 내가 스파이라고 말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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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배우 톰 히들스턴

할 수 있다. 다만 누구에게 말할지 아주 진지하게, 오랫동안 생각하고 말해야 한다.

조는 MI5에서는 일반적으로 "가까운 가족이나 절친한 친구에게 말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고 말했다.

존은 MI6 지원 사실을 그의 가족들에게 바로 털어놓았다.

"부모님에게 꽤 빨리 말했죠. 아버지가 위층에 올라가시더니 존 르카레의 소설 전집을 가지고 내려오시더니 말씀하시더군요. '인터뷰 전에 이거 다 읽어야 할걸.'"

"크게 도움은 안 됐어요."

"제 형제들에게는 꽤 오래 말하지 않았어요. 이 정보에 대한 부담을 공유하고 싶지 않았거든요."

"저를 보호해야 한다고 느끼지 않았으면 했어요."

이에 조도 거들어 자신이 지금은 자신의 아내가 된 당시 여자친구와 6개월간 연애 끝에 어렵게 사실을 털어놓았다고 말했다.

그는 대부분의 사람은 자신을 공무원으로 소개하거나 질문을 피한다고 덧붙였다.

조는 MI5에 지원하는 사람들이 했던 재밌는 질문들을 회상했다.

"누가 그랬어요. '여기서 일할 때는 사복을 입나요? 아니면 변장을 하나요?'"

"또 이런 사람도 있었죠. '여기서 일하려면 여자친구를 버려야 하나요? 그래야 한다면 그렇게 하겠습니다.'"

스파이는 자신을 스파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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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MI6 본사

스파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자신을 스파이라고 소개할 상황이 많지가 않다.

"우리가 하는 일이나 누구를 위해 일하는지에 대해 보통 말하지 않기 때문에 크게 소리 내서 말할 일이 전혀 없어요."

"크게 소리 내 말하는 게 오히려 이상하죠."

MI6의 존은 스파이라는 명칭에 만족한다고 말한다.

"저는 저 자신을 스파이라고 불러요. 우리가 하는 일이 그것이고 간첩 행위를 좋은 목적을 위해 하는 거잖아요. 나라를 안전하게 지키고 번영하도록 돕기 위해 노력하는 거죠. 저는 저 자신을 스파이라고 생각합니다."

케이트 역시 소수의 사람에게만 자신을 스파이라고 소개했다고 말했다.

"살면서 딱 5명에게 말했어요. 당신이 여섯 번째네요."

"우리는 비밀을 다루는 사람이고, 그게 자산이고 우리가 하는 일이니까요."

재미없는, 진지한 일이다

이들도 평범한 직장인처럼 가끔 공원에 나가 구워온 빵을 함께 먹기도 한다.

사내 장기자랑 행사도 있다.

존은 MI6에 '엄청나게 웃긴' 연례 팬터마임 행사가 있다고 말한다.

"서로 경쟁할 일은 많이 없으니까 이런 행사에 경쟁심이 불타오르죠. '누가 최고의 빵을 굽나?' 이런 거요."

GCHQ에서 10년간 근무한 다이아 역시 '사내 빵 굽기 행사'가 크게 열린다고 말한다.

여기에 MI5의 아미샤도 동의한다. "우리도 마찬가지예요."

옥스퍼드나 케임브리지 대학 출신의 '루퍼트'만 스파이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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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옥스퍼드나 케임브리지 졸업생만 스파이가 되는 것은 아니다

아니다. 다이아는 첩보 기관이 네트워크로 형성된 집단이 아니라고 말한다.

"가장 큰 오해죠."

"저는 옥스퍼드나 케임브리지 대학에 가지 않았고, 공립대학이나 대학을 아예 가지 않은 사람들도 많이 있습니다. 그들이 기여할 수 없다는 뜻은 아니에요."

이들은 세 기관 모두 다양한 민족과 사회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을 모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세 기관은 올해 초 국회 청문회에서 다양성이 부족하다며 비판을 받았다.

조는 첩보 기관들이 이와 관련해 "진전을 이루고 있지만 앞으로 해야 할 일이 훨씬 더 많다"고 말했다.

"저희와 일할 수 있는 사람들의 '유형'은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그래서 누군가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니야!' '그런 유형이 아니야'라고 말해도 저는 '그래도 지원해봐'라고 답합니다."

연락하기 어렵다

이것도 경우에 따라 다르다.

MI5 방문자들이 경비원에게 핸드폰을 반납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연락이 닿지 않는 것은 아니다.

특히 릴리와 같이 아이들이 있는 부모의 경우는 언제나 연락을 받을 수 있다.

"뛰어난 기술력으로 아이들이 학교에서 제게 연락할 수 있도록 하고 있어요."

엄마인 조 또한 덧붙인다.

"아이가 상태가 좋지 않을 때 학교가 저희와 연락을 할 수 없는 상황에 부닥친 적은 없었어요. 아이가 아플 때 연락할 수 없다면 출근하지 않았을 거예요."

"휴대전화가 없는 것도 꽤 괜찮아요. 익숙해져요."

스파이는 '비현실적인' 스파이 드라마를 보는 것을 싫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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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아미샤는 BBC Three의 드라마 '킬링 이브'(Killing Eve)를 즐겨 봤다고 말했다

이것도 BBC가 인터뷰한 6명의 스파이들에 의하면 사실이 아니다.

아미샤는 BBC Three의 드라마 '킬링 이브'(Killing Eve)를 즐겨 봤다고 말했다.

그들 모두 BBC One의 스파이 드라마 보디가드를 본 적이 있다고 말했다.

케이트는 "너무 재밌었어요. 흥미로운 엔터테인먼트이기 때문에 인기가 있었던 거죠."

"잘 알려지지 않은 조직에 기반을 두고 있기 때문에 매력적이라고 생각해요. 실제와 다른 점을 하나하나 꼬집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여기서 하나하나 이야기하기 너무 많기도 하고요."

최근 또 다른 BBC Three 시리즈인 스파이 드라마 '킬링 이브' 역시 이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았다.

아미샤는 이 시리즈 역시 진심으로 즐겼다며 연기가 훌륭했다고 덧붙였다.

"아 물론 화면을 부수고 말하고 싶을 때가 있죠. '아 그건 아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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