핼러윈: 핼러윈 장식품 속에 숨겨진 편지로 알려진 중국의 강제 수용소

줄리 케이스 Image copyright FLYING CLOUD PRODUCTIONS

중국에서 강제 노역에 시달리던 한 노동자가 자신이 만든 핼러윈 장식품에 편지를 접어 넣었다. 몇 년 후 편지는 지구 반대편 미국에서 한 여성에게 발견됐다. 그때까지만 해도 두 사람이 서로 만나게 되리라고는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다. 

줄리 케이스는 어느 날 다락방에서 핼러윈 묘지 장난감 세트를 발견했다. 슈퍼마켓 체인 케이마트(Kmart)에서 29.99달러(약 3만 3000원)에 구매한 장난감 세트엔 가짜 두개골과 뼈, 검은 거미, 가짜 피로 물든 천 등이 들어있었다. 

줄리는 딸의 5번째 생일 파티를 핼러윈처럼 하기위해 먼지가 덮힌 장난감 상자를 꺼내왔다.

줄리가 안방에서 상자를 열자 종이 뭉치 하나가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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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색 잉크로 단정하게 쓴 손편지였다.

영어 문장은 서툴고 철자도 틀렸지만, 내용은 너무나 분명했다.

편지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적혀있었다. 

"당신이 어쩌다 이 제품을 구매했다면, 제발 이 편지를 국제인권단체에 보내주세요. 수천 명의 사람이 여기서 중국 공안에 의해 박해받고 있습니다. 감사하고 평생 기억하겠습니다." 

편지에는 장난감이 중국 심양의 마싼자 노동 수용소에서 생산됐고, 노동자들은 하루에 15시간, 주 7일 동안 강도 높은 노동을 하고 있다고 적혀 있었다. 

또, "만약 그렇지 않을 경우 고문과 구타 등을 견뎌야 하며, 보수는 거의 없습니다. 한 달에 10위안(약 1600원) 정도입니다"라는 내용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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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용소의 노동자들은 대부분 재판도 없이 1~3년 동안 억류당해, 강제 노동을 당하며, 이 가운데는 파룬궁 수련자들도 있다고 했다.

"파룬궁 수련자들은 다른 사람들보다 더 심한 대우를 받고 있어요." 

편지에 서명도 없었고, 발신자의 신분을 알 수 없었다. 

줄리는 처음에는 믿을 수 없었다고 한다. 

"충격받았죠. 편지가 여기 제 앞에 있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었어요."

하지만, 편지 주인의 절박함이 느껴졌고 제품에 편지를 숨기기까지 얼마나 많은 용기가 필요했을지도 짐작이 갔다. 

편지 주인의 정체는 몰라도 그가 절박하게 마싼자 수용소의 실태를 알리고 싶다는 것은 명확했다. 

줄리는 우선 조언을 받기 위해 페이스북에 편지사진과 내용을 올렸다. 

그리고 국제인권단체에 연락해보라는 친구들의 조언에 몇 차례 전화를 걸었지만, 별다른 답을 얻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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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는 포기하지 않았다. 

굿윌(Goodwill) 중고품 판매점에서 매니저로 일하던 그는 회사 홍보 담당자에게 편지를 보여줬고, 홍보 직원은 이를 지역 신문 오레고니언(The Oregonian)에 전달했다. 

회사는 줄리와의 인터뷰를 위해 인턴 기자를 보내 취재를 진행했지만, 기사는 몇 달이 지나도록 나오지 않았다. 

계속된 기다림 끝에 크리스마스 직전에 드디어 기사가 실렸다. 

줄리와 편지의 사연은 오레고니언지 1면에 실렸고, 이후 그의 휴대폰은 불이 났다.

전 세계 방송사와 신문사가 줄리에게 인터뷰 요청을 했다. 

처음에는 관심이 마냥 감사했고, 기뻤다고 한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기사가 나간 후 독자들이 줄리를 비난하기 시작했다. 

마싼자 수용소의 실태를 알린 것은 고무적이지만, 편지 내용을 공개함으로써 고발자를 위험에 처하게 했다는 비판이 잇따랐다. 

"저는 무너졌어요. 제가 무언가 잘못했다고 느꼈죠." 

"끔찍했지만 편지의 내용을 떠올렸어요. 이것이 편지 주인이 원했던 일이었으니까요. 그는 제가 이것을 공론화시키기를 원했어요."

이후에도 자괴감에 빠져 괴로워하던 줄리는 2013년 중순 뉴욕타임스지로부터 갑작스러운 연락을 받는다. 

핼러윈 두개골 사이에 편지를 숨겼던 중국의 노동자를 찾아냈으며, 그가 줄리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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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전 쑨 이(Sun Yi)는 수용소에서 열악한 저녁 식사를 마치고 이동하던 중, 두개골과 뼈를 운반하는 사람들을 발견했다. 

수감자가 고문을 당해 사망했다는 소문을 들은 바 있던 그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때 다른 수감자가 그들은 '제8팀'소속으로 "유령 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도 4층 방의 8팀에 배속됐다. 

Image copyright EL TORO STUDIOS

그제야 두개골과 뼈가 모조품이었음을 깨달았다. 

그는 그곳에서 하얀 뼈 모조품이 검은 염료에 들어가면, 다시 스펀지로 염료를 닦아내 제품이 오래된 것처럼 보이도록 하는 일을 맡았다. 

핼러윈이 무엇인지조차 몰랐던 그는 무엇보다 실제 시체가 아니라는 사실에 안도했다. 

또 누군가 이런 괴상한 장식품을 구매한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훗날 그를 만난 캐나다 영화 제작자 레온 리는 그와 나눈 대화를 공개했다. 

"쑨 이는 사람들이 왜 이런 무서운 물건을 사는지 궁금해했어요." 

"나중에 교도관이 서양 문화와 축제와 관련된 물건이라는 것을 말해줬다고 하더군요." 

그는 새벽 4시부터 밤 11시, 혹은 자정까지 식사 시간을 제외한 모든 시간에 노동을 강요받았다. 그는 잠을 잘 때조차 염료를 닦는 듯이 손을 움직였다고 한다.

쑨 이는 수용소에 수감 전에는 중국의 석유 가스 회사의 엔지니어로 일했다. 

그의 비극은 베이징의 집 근처 야외에서 운동하는 사람들을 만난 이후 시작됐다. 

그들은 파룬궁을 수련하는 이들이었다.

쑨 이도 파룬궁에 매료돼 수련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중국 당국은 애초 1990년대 초만 해도 파룬궁을 허용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점차 규모가 커지자, 잠재적 위협으로 간주하고 박해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파룬궁 수련자들을 체포하기 시작했다. 

쑨 이 역시 베이징 올림픽 개최 직전인 2008년 2월 수련 도중 체포됐고, 2년 반의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그는 바로 반체제 인사들과 정치범이 수용되는 중국 북동부 마싼자 노동 수용소에 수용됐다. 

그는 갇혀 있는 동안 아내로부터 이혼을 요구하는 편지를 받았다. 

편지에는 그가 체포된 후 아내와 가족이 괴롭힘을 당하고, 일부는 취업을 위한 신원 조사에서 탈락했다는 내용이 있었다. 

편지를 읽고 그는 해외로 수출되는 이 제품 안에 편지를 숨겨, 마싼자 수용소의 실태를 세상에 알리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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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모두가 잠든 밤 조용히 종이를 꺼내 도움을 요청하는 글을 적어나갔다. 

벽 반대편에 귀뚜라미가 우는 소리가 들릴 만큼 조용한 밤이었기에, 신중하고 조용히 일을 진행했다. 

쑨 이는 마싼자에 있는 동안 20통의 편지를 썼다고 했다. 

매번 편지를 숨길 때마다 어떤 제품이 검문당할지 몰랐기 때문에 심혈을 기울였다. 

보통은 다른 수감자들이 밖에서 쉬고 있는 휴식 시간에 일을 처리했다. 

하지만 완전히 숨기는 데에 성공한 것은 아니었다. 

한 번은 다른 수감자가 그가 하는 일을 봤다. 

그는 위험을 무릅쓰고 자신의 의도를 솔직히 털어놓았고, 다행히 동료 수감자도 그가 하는 일을 반기며, 도움을 자청했다.

쑨 이는 이후 편지를 수용소 내 다른 파룬궁 신자들과 함께 넣기 시작했다. 

하지만 어느 날 밤, 교도관에게 편지 하나가 발각됐고, 편지를 들킨 죄수는 고문을 당했다. 

간수는 죄수가 영어를 하지 못했기 때문에 수감소 내에 분명 공범이 있다고 확신했다. 

쑨 이는 들키지 않고 처벌을 피했지만, 파룬궁 수감자를 대상으로 한 단속을 피하기는 어려웠다. 

간수들은 그의 손목을 이층 침대에 수갑으로 채우고 신념을 버릴 것을 강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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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석방 후 마싼자 수용소를 찾았다

그는 2010년 9월 석방됐다. 

이후 파룬궁을 수련하고, 문학을 인쇄하며 조용히 지내던 그는 2012년 인터넷 검열을 피해 외국 웹사이트를 검색하던 중 우연히 한 핼러윈 장식품 속 편지에 대한 이야기를 접했다. 

바로 그의 편지였다. 

또, 줄리의 핼러윈 세트 속 편지 이야기가 발행된 지 4개월 후, 중국의 한 잡지에도 마싼자의 상황이 보도됐다. 

온라인 기사는 삭제됐지만, 여론의 압박을 느낀 중국 정부는 "노동 교육" 제도를 없애고 16만 명의 수감자를 석방한다고 발표했다. 

쑨 이는 또 다른 편지를 썼다. 이번에는 줄리에게 직접 쓴 편지였다. 

그는 줄리에게 감사를 표하며, 편지를 공개해서 기쁘며 그가 원했던 것이라고 적었다. 

Image copyright MARCUS FUN

줄리는 편지를 받고 기뻤다고 말했다. 

"너무 기뻤어요. 그가 살아서 저를 자랑스러워한다는 것도, 제가 옳은 일을 했다는 것도 알았으니까요." 

쑨 이는 뉴욕타임스뿐만 아니라 중국의 인권 남용을 취재하던 캐나다인 영화 제작자 레온 리와 접촉하며 자신의 영상을 공유했다. 

엄청난 위험 부담이 따르는 일이었다. 

그는 이혼한 아내와 다시 재결합해 함께 중국을 떠날 계획이었다. 하지만 곧 파룬궁 수련생에 대한 새로운 탄압이 시작되면서, 공안은 그의 아내를 협박했다.

다시 만나게 된다면 바로 그들에게 연락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쑨 이는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체포됐다가, 건강 문제로 인해 풀려났다. 그리고는 레온의 도움을 받아 인도네시아의 수도 자카르타로 도피했다.

힘든 나날들이었다. 난민 지위 신청을 했으나, 비호 신청자 신분으로는 일을 할 수 없었다.

또 아내의 신변이 걱정돼 가족들에게도 연락하지 못했다. 

그는 영어와 인도네시아어를 익히며 모아둔 돈으로 어렵게 생계를 이어갔다. 

줄리가 그를 만나기 위해 날아간 것은 바로 이 시점이었다. 

레온은 이 둘의 만남을 촬영하기 위해 동행했다. 

줄리는 편지를 발견한 이래 쑨 이를 줄곧 걱정해왔으며, 그의 근황을 듣고는 자신이 그를 곤경에 빠뜨린 것이 아닐까 불편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고 말했다. 

"처음 만나자마자 친해졌어요." 

"그는 저를 누나라고 불렀고 마치 원래 알던 사이인 것 같았죠." 

둘은 선물을 교환했다. 

쑨 이는 꽃을 가져왔고, 줄리는 오리건주에서 산 책을 가져왔다. 

줄리는 또 그가 쓴 편지와 묘비 모조품도 함께 가져왔다. 

"쑨 이는 모든 게 제자리로 돌아온 것에 매우 감사하는 것처럼 보였어요." 

그는 줄리에게 핼러윈에 관해 묻기도 했다. 

호박을 자른 후에는 어떻게 하는 것인지, 먹는 것인지 등 말이다. 

또 묘비에 적힌 RIP(Rest in Peace)의 뜻에 대해서도 물었다. 

쑨 이는 줄리가 돌아간 후 그를 회상하며 눈물을 훔쳤다.

Image copyright MARCUS FUNG

줄리가 그를 찾아 먼 곳까지 와줄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그는 레온에게 줄리가 와준 것이 너무도 고맙고, 그가 가족 같이 느껴진다고도 말했다. 

하지만 해피 엔딩은 없었다. 

쑨 이는 자카르타에서 힘겹게 삶을 이어가던 중 중국 요원으로 의심되는 이에게 연락을 받았다.  그로부터 두달 후 그는 급성 신부전으로 사망했다. 

그의 아내와 형제들은 정확한 사망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부검을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레온은 쑨 이의 신장에 전혀 문제가 없었으며, 그가 자카르타에 있을 당시 건강해 보였다고 했다. 

줄리는 그의 소식을 듣고 절망했다. 

"그가 행복한 결말을 얻기를 원했어요." 

"쑨 이는 제가 만난 사람 중 가장 단단하고 강한 사람이었어요. 그와 같은 일을 겪고도 그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전 세계에 경험을 공유할 수 있다는 것은 정말 경이로운 일이에요." 

줄리는 쑨 이와의 만남 후 삶이 달라졌다고 한다. 

이제 그는 제품의 라벨을 꼼꼼히 살펴 원산지를 확인하는 습관이 있고, 자녀들에게도 이를 교육했다. 

인권운동가들은 쑨 이의 이야기를 아직 잊지 않고 있다. 국제 앰네스티는 아직도 중국 내 많은 수용소가 이름을 교도소 혹은 재활원이란 이름으로 운용되고 있으며, 반정부 인사와 파룬궁 추종자들이 여전히 재판 없이 수용소에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또 2015년 보고서를 통해 파룬궁 수련자들을 향한 고문 행위가 아직 "만연하다"고 더했다. 

최근 BBC는 중국 서부 신강 지역에서는 수십만 명의 무슬림이 재판 없이 체포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 정부는 이를 부인했지만, BBC는 수용소에 대한 새로운 증거를 찾았다. 

레온 리의 영화 '마싼자로부터 온 편지'(Letter from Masanjia)는 10월 26일 케임브리지 국제 영화제에서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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