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BTQ: 레즈비언 무슬림으로 살아간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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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암은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부모님에게 자신의 성 정체성을 고백할 수 없었다.

부모님에게 큰 짐을 안겨줄 것이 뻔했고 '레즈비언'이라는 단어를 모국어로 정확히 번역할 수조차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 미리암이 얼마 전 BBC 기자 조너선 홈즈와 만나 그가 성 정체성을 밝힌 대가로 부모에게 버림받은 경험을 털어놓았다.

'이성애자인 척하는 여성'의 삶을 끝낸 무슬림, 미리암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전통 무슬림 가정에서 자란 아이

"4~5살 때부터 제가 같은 성별의 사람들에게 끌린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어요. 가장 친한 친구와 짐 보관 방에서 키스했는데 그때 알았죠."

"대학 입학 이후에는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했어요. 집에 전화 접속 컴퓨터와 인터넷이 있었는데 방문을 잠그고 파트너를 찾기 시작했죠."

"전에는 주로 야후 채팅에 들어가서 여자와 대화하기 위해 남자인 척하기도 했어요."

"근데 18~19살 정도부터는 '레즈비언 여자를 만나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미리암은 영국 브리스틀에 있는 전통 무슬림 가정에서 자랐다.

특히 할아버지는 하루에 다섯 번씩 이슬람 설교와 기도회를 열 정도로 열성적이었다.

미리암은 자신의 성 정체성이 부모님에게 극복하지 못할 만큼의 큰 상처를 줄 것이라는 생각에 이를 숨기며 살아왔다.

방에 몰래 숨어 여성들과 채팅을 하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하지 못했던 미리암이 직접 여성들과 데이트를 시작한 것은 대학 입학 이후였다.

"맨체스터나 하트풀까지도 갔어요. 최소 2시간 거리였죠."

"같은 도시의 누군가와 관계를 맺는 건 너무 두려웠어요. 만약 역에서 누가 날 알아보면 어떡하지 하고 상상하고 걱정했거든요."

비록 두려운 일이었지만 미리암은 이를 통해 해방감을 느낄 수 있었다.

"여자친구들이 제게 눈에 띄는 표시를 하지 않도록 했어요. 예를 들어 목에 자국 등이 남지 않도록 유의했죠. 그래도 정말 전율 있는 일이었어요. 이렇게 생각했죠."

"'세상에, 진짜 내가 이런 일을 하고 있어. 다른 여자와 성적 경험을 하고 있다고.'"

"그 당시 제가 만났던 사람들은 장거리 연애에 불만을 가지지 않았어요. 한 사람은 2달에 한 번 만나기도 했죠."

"기차를 타고 가 몇 시간 동안 술집에 가거나 음식을 먹고 헤어지기도 했어요."

"우리는 열려있었고 그것만으로도 해방감을 느꼈던 거에요."

미리암은 이미 결혼을 하고 아이까지 있는 무슬림 여성과 연애를 하기도 했다.

"밤에 일하는 그의 남편이 오후 6시 반경에 일하러 가면 뒷문으로 들어갔어요."

"오전 5시 반까지 알람을 맞춰두고 있다가 다시 뒷문으로 나가는 거예요. 이상했죠."

"가족들도 저를 알았지만 '놀러 온 친구' 정도로만 생각했어요."

"제가 성적인 파트너 관계라고 상상할 수도 없었던 것 같아요. 남편도 몰랐죠."

"정체성을 숨기고 살아오는 데에 익숙했기 때문에 그때는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근데 지금 생각하면 숨이 막혀요. '내가 어떻게 그랬지' 하면서요."

미리암은 어느 날 그의 연인을 친구인 척하고 브리스틀에 있는 부모님 댁에 초청했다.

"그도 이슬람교도였는데 아시아인이라서 좀 더 쉬웠던 것 같아요. 백인 여자친구였다면 어려웠을 거예요."

"그는 우리 가족의 문화와 종교를 이해하고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알았죠."

"제 방에 침대가 두 개 있었는데 그냥 한 침대에서 같이 잤어요. 부모님이 어차피 제 방에 오시는 일은 없었거든요."

"새로운 세상을 경험했어요. 놀랍고 상쾌했죠. 어떤 면에서는 안도감까지 느껴졌어요."

"하지만 시간이 훌쩍 지나 그가 떠날 시간이 왔죠. 사우디아라비아로 돌아갔는데 가슴이 무너졌어요. 특히 저희가 거의 완벽하게 맞는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에 더 그랬던 것 같아요."

미리암은 21살이 되던 해 파트너와 약혼했다.

그는 약혼 사실을 어머니에게 밝히고 싶었지만 아픔을 줄 거라는 생각에 그러지 못했다고 말했다.

"어머니는 저만큼 부모를 부끄럽게 만든 자식도 없을 거라고 말씀하셨어요. 그리고는 종교에 관한 설교를 이어가셨죠."

"그렇게 말씀하시더라고요. '하나님이 남녀를 만들었잖아. 남편과 남편, 아내와 아내가 아니라.'"

"어머니가 버블에 얼마나 깊게 갇혀있는지 알게 됐어요. 동성애가 무엇인지도 모를 정도로요."

"딸에 대한 사랑이 자라며 배운 문화와 싸우고 있는 거예요. 어머니는 제가 죄를 짓고 있다며 걱정했어요. 마음 아픈 것이 표정에서 드러나더라고요."

미리암과 어머니의 관계는 이후 경직되고 대화를 할 때마다 "소리 지르고 울음을" 터트리는 시간이 6개월 이상 이어졌다.

어머니는 또 미리암에 대한 사실을 나머지 가족들에게 숨기기로 하고 10년 이상을 침묵 속에 감춰뒀다.

미리암 역시 그 사실을 10년 이상 쉬쉬하다 새로운 파트너와 약혼을 맺었을 때 결국 밝히게 됐다.

소식을 들은 미리암의 아버지는 말했다.

"이슬람이 뭔지 잘 알잖니. 모스크에도 갔잖아. 코란도 읽고. 그럼 이 모든 게 죄라는 것도 알지 않니? 내가 생각하기에는 네가 틀렸고 내가 맞아. 지금 네가 하는 행동은 이슬람 교리에 어긋나는 행위야."

아버지는 결국 미리암에게 선택을 강요했다.

파트너를 포기하고 집으로 돌아오거나, 열쇠를 버리고 다시는 돌아오지 않거나.

"그냥 저와 엮이는 것 자체를 거부하고 저를 내치셨어요."

미리암의 아버지는 미리암이 어머니와 만나는 것은 물론 연락을 유지하는 것까지 막았다.

"종교, 문화, 감정을 배제하고 보면 저는 그냥 딸이고 어머니는 제 어머니예요."

"어릴 적엔 '내가 옳고 엄마가 틀렸어'라고 흑백논리로 생각했는데 지금은 회색이 됐어요. 그가 느끼는 것도 맞고 제가 느끼는 것도 맞아요."

미리암은 얼마 전 가족 모임에서 오랜만에 아버지를 만났다.

"이걸 기회 삼아 그가 모임을 떠나기 직전에 다가갔어요. 그리고 큰 포옹을 했죠. 아버지는 가만히 서 있었지만 10초간 그 상태에서 머물러있었어요. 너무 보고 싶었거든요."

많은 기독교 교단과 정통 유대교에서와 마찬가지로 이슬람교는 동성애를 죄악으로 간주한다.

일부 종교는 동성애 수용을 향한 움직임을 보이기도 했으나 영국 내 이슬람교는 정통파의 견해를 유지하는 경향이 있다.

미리암은 백인 영국인인 그의 파트너와 2020년에 결혼하기를 원하고 있다.

그는 현재 브리스틀 퀴어 무슬림이라는 단체를 세우고 무슬림 동성애자들이 차별을 두려워하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안전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저는 이슬람 자체가 매우 폐쇄적인 종교라고 생각해요. 나이 드신 분들을 보면 아직도 21세기가 아니라 8세기에 사시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할 때가 있어요."

"하지만 동성애자이면서 무슬림일 다고 말하고 싶어요. 예전에는 여자친구가 있기는 했지만 저 자신에게 떳떳하지 못했어요."

"지금은 경험을 통해 더 강해졌을 뿐만 아니라 저 자신에 더 떳떳한 삶을 살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