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폭력: 영국, '경제적 폭력도 가정폭력'

Domestic abuse Image copyright PA

신체적 폭력뿐만 아니라 "경제적 폭력"과 "무형의 폭력"까지 '가정 폭력'의 법적 정의에 포함하는 법안이 영국에서 통과될 전망이다.

가정폭력 문제 해결을 위한 다양한 법적 조치가 포함된 이번 법안 초안은 가정 폭력 가해자가 법원 반대 심문에 출석하는 것을 금하는 내용도 포함한다.

영국 내무 장관은 이번 변화가 "피해자 보호를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캠페인 지지자들은 이번 조치가 가정폭력에 맞설 수 있는, "한 세대에 한 번 일어날까 말까 한" 기회라고 말했다.

자선단체 '경제적 폭력 생존하기'(Surviving Economic Abuse)의 대표 니콜라스 샤프-제프스 박사는 '경제 폭력'이 '가정 폭력'의 법적 정의에 포함되는 것은 "매우 중요한"일이며 이번 조치가 피해자들에게 용기를 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의회로 넘어갈 법안 초안은 다음 내용도 포함한다.

  • 가정폭력 가해자들이 의무적으로 재활 치료 프로그램을 이수하도록 강제하는 담당 부서 개설
  • 형사사건 재판에서 증거를 제시하는 피해자들이 별도의 신청 없이도 특별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할 것
  • 공공서비스를 통하여 피해자들을 지원하는 "가정폭력 위원장" 보직 개설

새로 정의되는 '가정폭력'은 물리적 폭행뿐만 아니라 심리적으로 조종하거나 전혀 경제권이 없는 피해자들도 인정할 것이다.

'가해자'에게 돈 상납

여러 명의 파트너로부터 폭력에 시달린 한 여성은 본인의 경제권을 앗아간 파트너에 관해 BBC에 말했다.

그는 "취직은 한 제게 '넌 이제 파산이야'라고 말했어요. 첫 결혼생활 때 파산을 경험했죠. 사업을 하던 제게 '넌 스스로 재정관리를 할 수 없을 거야. 내가 관리할 테니까 월급을 내 통장에 보내'라고 말했어요."

"물론 그렇게 했죠. 그랬더니 '너에게 매주 용돈을 주겠어'라고 말하더군요. 저는 10원 쓰는 것까지 장부를 기록해야 했고, 그에게 보고해야 했어요."

Image copyright Claire Throssell
이미지 캡션 가정폭력 피해자인 클레어 트로셀은 법정 반대심문에서 가해자인 남편과 직접 대면해야 했다

피해자가 위축되는 까닭

또 다른 가정폭력 피해자인 클레어 트르셀은 전 남편과 두 차례 법원에서 반대 심문을 진행했다. 자녀접근권 분쟁이었다. 전남편은 집을 태워 두 아들을 살해하고자 했다.

그는 전남편과 재판장에서 얼굴을 마주 봐야 했다.

트라우마를 가진 피해자가 가해자와 대면하는 것은 어떤 경험일까?

"모든 증거가 있음에도 그는 여전히 저를 조종하려고 했어요. 하지만 어쩔 수 없이 그를 마주하면 제가 별 것 아닌 존재로 느껴져요."

"(폭력을 당했던)제가 무슨 용기로 그와 재판을 하고, 자녀들을 그로부터 떨어뜨릴 수 있겠어요?"

"변호사가 함께 있어 다행이었어요. (가해자로부터)'넌 할 수 없다'는 얘기를 오랜 세월 듣고 나면 그 말을 한 사람을 볼 때마다 주눅 들고 스스로 보잘것없다고 느껴지죠."

영국 법무부 장관 데이비드 가우크는 가정법원에서 가해자가 피해자와 함께 반대심문을 받는 건 "엄청난 정신적 고통"이며, "가정폭력의 연장"으로까지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사용 기기에서 미디어 재생이 지원되지 않습니다
가정학대 피해자는 왜 도망칠 수 없었을까

분석: 도미닉 카시아니, BBC 가정 문제 전문 기자

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가 가정폭력법 개혁을 약속한 것은 약 2년 전이다. 이 약속은 여왕 국정 연설 당시 중요 공약이기도 했다.

개혁을 위한 공공협의는 약 8개월 전에 마무리됐지만 법안 초안은 최근에서야 마련됐다.

그러나 정부가 브렉시트 때문에 정신이 없는 걸 감안했을 때, 의회에서 법안이 신속히 통과될지는 불분명하다.

캠페인 지지자들은 이번 계획이 국가 주요과제 우선순위가 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가정폭력 범죄로 발생하는 전체 사회적 피해 비용은 약 9조 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영국 선덜랜드의 한 주택 연합은 가정폭력으로 인한 피해를 복구하는 데 116억 원을 투입했다.

이외에도 여러 간접적 피해가 발생하는데 가정폭력으로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입은 '피해자와 아이들의 삶'도 그중 하나다.

자선단체 '안전한 삶'의 대표 수잔 제이콥은 "우리는 오랜 세월 피해자와 어린이들이 스스로 삶을 회복하도록 방치했다. 정작 가해자들은 숨어 지내며 제도권의 영향을 받지 않고 활보하는데 말이다."

"새로운 법안이 피해자 수백 명의 증언을 반영한다고 생각하며 정부가 귀를 기울인다는 사실에 기쁘다."

관련 기사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