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런타인데이: 연인이 아닌 남성에게도 의무적으로 초콜릿을 선물해야 할까?

Shoppers buying Valentine's day chocolate in a department store. Image copyright Getty Images
이미지 캡션 발렌타인데이에 일본 제과 업체들은 호황기를 누린다

세계 곳곳에서 밸런타인데이에 사랑하는 마음을 표현할 때 초콜릿을 준비한다 - 하지만 일본은 조금 다르다.

밸런타인데이는 통상적으로 여성이 초콜릿을 준비하는 날이다. 일본 여성들은 연인뿐 아니라 동료 남성들 몫도 준비해야 한다.

즐거워야 할 밸런타인데이지만 사회 분위기상 여성들만 주변 남성들을 챙겨야 한다는 압박을 받는다며 비판적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일본에서는 연인이 아닌 다른 사람들에게 주는 초콜릿을 '기리 초코(의리 초콜릿)'라고 칭한다.

'의리 초콜릿'

물론 발렌타인데이가 일본에서 로맨틱하지 않다는 건 아니다.

연인에게 선물하는 초콜릿은 '혼메이 초코(진심 초콜릿)'라 칭한다.

3M이 진행한 2017년 설문에 따르면 40%에 가까운 여성 설문자가 '기리 초코'를 남성 동료에게 줄 예정이라고 답했다.

Image copyright Getty Images
이미지 캡션 일본에는 두가지 종류의 초콜릿 선물이 있다

보통 감사의 의미로 준비하는 초콜릿으로 일터에 활력을 준다며 대다수가 '기리 초코'를 긍정적으로 봤지만, 의리상 어쩔 수 없이 준비한다는 소수의 목소리도 있었다.

밸런타인데이와 일본 여성

초콜릿 전문 기자 아유미 이치카와는 많은 일본 여성들이 '기리 초코'를 준비하는 데 부담을 느끼지 않는다고 말했다.

"주변 사람을 돕는 의미에서 선물주는 행위는 일본 문화에 깃들어 있다… 굳이 연인이 아니더라도 친구나 주변 사람들에게 마음을 표현하기 위해 물질적으로 챙겨주는 관습"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다.

"이런 관습을 부담스러워서 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들은 꼭 해야만 한다는 압박을 느껴 초콜릿을 의무적으로 준비하게 되는 것 같다"고 이치카와 기자는 말했다.

시즈오카 대학 교수 세지로 타케시타는 이 전통이 "불공평"했던 것만은 아니라고 말했다.

일본에서는 3월 14일을 화이트데이로 지정해, 역으로 남성이 여성에게 초콜릿을 전하는 날이 따로 있기 때문이다.

Image copyright Getty Images
이미지 캡션 일본의 밸런타인데이는 조금 특별하다

남성과 여성의 힘겨루기

1996년에 발표된 연구 '오피스 여성'에서 사회학자 오가사와 유코는 '기리 초코'가 여성이 남성의 지위를 매김으로써 여성으로서의 영향력을 행사하는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여성들에게 선택받은 이는 초콜릿을 받고, 그렇지 못한 사람은 스스로 사 먹어야 하기 때문이다.

일본 템플 대학 인류학자 사치코 호리구치는 "성적 관습을 깨고, 여성이 남성에게 영향력을 행사할 몇 안 되는 기회였다"고 말했다.

20년이 훌쩍 지난 지금, 이 논리는 일본에서 일하는 여성들에게 공감을 사지 못한다는 의견이 있다.

호리구치 교수는 "요즘 직장 여성들이 초콜릿을 도구로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느낄 것 같지는 않다고 더했다.

초콜릿 전쟁

작년 벨기에 초콜릿 회사인 고디바는 '기리 초코' 문화를 없애자는 전면 광고를 내 화제를 모았다.

당시 고디바는 "밸런타인데이는 자신의 진솔한 감정을 전하는 날이다. 회사에서의 완만한 관계 개선을 위해 따로 준비하는 그런 기념일이 아니다"고 광고에 게재했다.

고디바는 올해 저가 초콜릿 브랜드인 유라쿠 제과를 "기리 초코의 왕"이라 칭송하는 트윗을 내보냈고, 이에 유라쿠 제과는 "고디바가 정식 인정한 의리 초콜릿"이라는 소개를 프로필에 업데이트했다.

Image copyright Getty Images
이미지 캡션 밸런타인데이에 제과 업체들 또한 심한 경쟁을 한다

초콜릿 회사들의 이런 마케팅 스턴트는 단연 판매 실적으로 올리기 위함이다.

실제 일본에 밸런타인데이를 들여온 장본인도 일본 백화점들이었다.

밸런타인데이는 일본 제과 업계가 호황을 누리는 기간이다.

이치카와 기자에 따르면 일부 초콜릿 업체는 연 매출의 70%를 이 기간에 달성한다.

또한, 차차 일본 여성들의 '기리 초코'의 압박에서 벗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관련 기사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