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러정상회담: 북한, 러시아 활용해 미국에 새로운 카드 꺼내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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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이번 북러 정상회담은 미국에도, 중국에도 전술적 카드가 될 전망이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초청으로 오는 4월 말 러시아를 방문한다고 러시아 당국이 현지시간 18일 밝혔다.
소문만 무성하던 북러 정상회담 개최를 공식 확인한 것이다. 회담 장소와 정확한 날짜는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푸틴 대통령이 26~27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리는 '일대일로' 포럼에 참석하는 만큼 이에 앞서 24~25일 무렵 극동 블라디보스토크에 들러 김정은 위원장을 만날 가능성이 제기된다.
한국의 전문가들은 하노이 회담이 성과 없이 결렬되면서 김정은 위원장이 대미 협상력 강화 차원에서 러시아를 방문할 가능성을 예측해 왔다.
한국 국립외교원 이상숙 교수는 "북미 2차 정상회담이 성과 없이 끝나서 북한으로서는 다른 대안을 모색해야 하는 상황이었다"고 지적했다.
특히 올해 북러, 북중 관계 모두 수교 70주년이기 때문에 명분도 있다는 설명이다.
이 교수는 "대북제재 때문에 어려운 만큼 경제 협력을 구하기 위한 차원인 동시에 정치적 협상력을 높이는 데에도 유리하다"고 전했다.
한국 통일연구원 박영자 연구위원은 외교를 강화하고 있는 북한에 이번 북러 정상회담은 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국제 외교 차원에서 중국보다는 러시아가 훨씬 큰 영향력을 갖고 있는 만큼 러시아가 국제정치 흐름 자체를 북한에 유리하게 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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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 후 베트남 현지 언론 반응
"국제적 영향력이나 국제정치에서는 사실 중국보다 러시아가 영향력이 훨씬 커요. 일본과의 관계에서도 러시아가 갖고 있는 함의도 있고 또 미국과의 관계에서도 트럼프 스캔들이나 여러 이슈가 있기 때문에 러시아가 훨씬 많은 카드를 가지고 있어요. 쓸 패가 많은 거죠. 특히 유럽은 인도적 지원이나 국제기구 사업 관련해 러시아의 영향력이 상당해요."
박영자 연구위원은 이런 차원에서 대미 협상력 강화와 함께 중국을 강제하는 의미도 있다며 이번 북러 회담이 미국은 물론 중국에도 전술적 카드가 될 거라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일각에서는 김정은 위원장이 러시아로부터 얻을 수 있는 경제적 성과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뒤따른다.
2014년 크림반도 병합 이후 러시아 역시 미국으로부터 제재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재춘 전 러시아 주재 한국 대사는 "지금 김정은 위원장이 궁지에 몰려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과의 2차 정상회담 실패를 북한 주민들이 다 알게 된 지금 상황에서 뭔가를 보여줘야 한다는 압박에 보여주기식 제스처를 쓰고 있다는 풀이다.
"글쎄요, 김정은 위원장이 지금 러시아에 가서 특별히 해올 수 있는 성과라고 잡히는 게 없어요. 러시아도 지금 경제적으로 굉장히 어렵죠. 한동안 잘 나가다가 크림반도 병합한 이후에 제재받으면서 러시아 경제가 반쪽이 됐거든요. 그러니까 러시아도 여유가 없어요."
이재춘 전 대사는 아울러 '동병상련'인 북러 양국이 미국에 대한 반감을 표시하는 기회는 될 수 있겠지만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압박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