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글라데시: 교장 성추행 고발한 여학생 학교 옥상에서 화형당하다
- 미르 사비어
- BBC 방글라데시

사진 출처, NurPhoto/Getty Images
누스랏의 고향에서 여성들이 시위를 벌이고 있다
방글라데시 학교 옥상에서 누스랏 자한 라피는 불에 타 숨졌다. 학교 교장의 성추행을 고소한 지 2주 만에 벌어진 일이다.
동남아 국가의 여성들은 사회적 수치심 때문에 성추행과 같은 성범죄에 함구하는 편이다. 그래서 누스랏의 용기는 성범죄 피해자들에게 큰 용기를 줬다.
올해 19세인 누스랏은 수도 다카에서 160㎞ 떨어진 소도시 페니에서 이슬람 학교에 다니고 있었다.
3월 27일 교장실에 불려 간 누스랏은 교장으로부터 수차례 추행을 당했다. 다행히 중간에 도망쳐 최악의 상황은 면할 수 있었다.
누스랏은 도망치는 것에서 멈추지 않고, 가족들의 도움을 받아 당일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들은 누스랏이 안전하다고 느낄 수 있도록 도와주기보다는 공개된 장소에서 진술을 받는 누스랏을 핸드폰으로 촬영했다. 이 영상은 추후 지역 신문에 유출되기도 했다.
시험을 치르기 위해 용기를 내 학교에 갔던 누스랏
사진 출처, family handout
누스랏은 학교 교장의 성추행을 고소했다
누스랏 같이 보수적인 가족 사이에서 자란 여성은 성범죄 피해자로서 낙인 찍히면 괴롭힘을 당하고 더 나아가 위험한 공격까지 받을 수 있다.
교장은 사건 이후 바로 경찰에 체포됐지만, 누스랏은 이후 더 큰 시련을 당했다. 누스랏의 고발에 분노한 사람들이 교장을 석방하라는 시위를 벌였다. 두 남학생이 계획한 이 시위로 누스랏에 대한 비난 여론이 일기 시작했고, 가족들은 딸의 신변과 안전을 걱정했다.
4월 6일, 사건 발생 11일째, 누스랏은 시험을 치르기 위해 학교에 갔다.
한 친구가 옥상에서 폭행을 당하고 있다는 얘기를 전해 듣고 옥상을 찾은 누스랏은 부르카를 뒤집어쓴 4~5명의 일당에게 붙잡혀 당장 교장의 고소를 취하하라며 협박당했다.
누스랏이 싫다고 거절하자 이들은 그의 몸에 기름을 부은 뒤 불을 붙였다.
사진 출처, Shahadat Hossain
숨을 거두기 전에 누스랏은 오빠의 핸드폰을 이용해 성명을 찍었다
방글라데시 경찰에 따르면, 누스랏을 죽게 한 이들은 자살처럼 보이게 하려고 현장을 꾸몄다. 누스랏은 사건 현장에서 탈출했으며, 사망하기 전 사건 정황을 정리해 성명을 냈다.
누스랏은 몸 80%에 화상을 입은 채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의사는 동네 병원에서는 치료가 어렵다고 판단했다. 누스랏은 대학 병원으로 호송 중 응급차 안에서 숨졌다.
숨을 거두기 전 누스랏은 오빠의 핸드폰을 이용해 성명을 찍었다.
누스랏은 성명에서 "교장은 내 몸을 만졌다. 난 내 마지막 순간까지 이 범죄에 맞설 것이다"라고 말했다.
또한 몸에 불을 지른 사람 중 몇몇은 같은 학교 학생이라는 것도 밝혔다.
사진 출처, Shahadat Hossain
누스랏의 죽음이 알려지자 방글라데시 사회는 분노했다
이후 지역 뉴스와 소셜미디어를 타고 누스랏의 죽음은 방글라데시 전역에 알려졌다.
수천 명의 인파가 항의 집회를 열고, 누스랏의 장례식에 참석해 그의 죽음을 애도했다.
방글라데시 총리 셰이크 하시나는 누스랏의 가족들을 만나 죽음에 가담한 모든 이들이 죗값을 치르게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당부했다.
한 방글라데시 여성 단체에 따르면 2018년에 940여 번의 성폭행 사건이 신고됐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실제로는 이것보다 많으리라 예측한다.
인권 변호사인 살마 알리는 "여성이 성범죄를 신고하게 될 경우, 사회에서 많은 괴롭힘을 당하면서 2차 피해를 입게 된다. 사회는 여성을 낙인 찍고, 경찰도 수사를 대충 진행하기 때문에 사건이 진전되는 데 몇 년이 걸리기도 한다"라고 말했다.
사진 출처, Getty Images
슬픔을 숨기지 못하는 누스랏의 가족들
누스랏의 죽음이 알려지자 방글라데시 사회는 분노하며, "왜 누스랏 사건은 여성이 목숨을 잃고 나서야 알려졌는가?", "누스랏의 죽음이 방글라데시가 성범죄 사건을 보는 시선을 바꿀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2009년 방글라데시 대법원은 모든 학교에 성희롱을 당한 학생들이 고민과 고충을 편하게 얘기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지만, 대다수 학교는 이를 따르지 않고 있다.
활동가들은 법을 시행하고 집행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다카 대학교의 카베리 게이얀 교수는 "성범죄에 대한 경각심은 어릴 때부터 학교에서 심어줘야 한다"며 "성희롱이 옳지 않다는 것을 배워야 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