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 갈등: 베네수엘라 갈등이 미국 대 러시아 양상으로 번지는 까닭

러시아 푸틴 대통령과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베네수엘라에 관해 논의하고 있다 Image copyright Getty Images
이미지 캡션 러시아 푸틴 대통령과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베네수엘라에 관해 논의하고 있다

미국과 러시아가 베네수엘라를 두고 격돌하고 있다.

베네수엘라의 상황은 보다 악화되고 있다. 이곳에 대한 두 나라의 각기 다른 접근법 때문이다.

베네수엘라의 야권 지도자 후안 과이도의 정부 전복 기도가 실패한 후 양국은 서로를 타국의 내정에 간섭한다고 비난했다.

초강대국 사이에 낀 처지

"이제 베네수엘라의 상황은 과이도와 마두로 사이의 갈등 수준을 넘어섰습니다. 이젠 오히려 러시아 대 미국의 상황으로 보여요." 유명한 정책 씽크탱크인 랜드연구소의 분석가 제임스 도빈스는 BBC에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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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지난해 12월 러시아는 베네수엘라에 수퍼소닉 폭격기를 보냈는데 이는 마두로에 대한 지원으로 여겨진다

많은 전문가들에게 현 상황은 쿠바가 미국과 소련 사이에 끼어 있었던 냉전 시대를 방불케한다.

그런데 왜 베네수엘라란 말인가? 여기에 대한 간단한 답은 없다. 정치적, 경제적 이해관계가 중첩된 데다가 베네수엘라 위기를 초월한 목적들이 뒤섞여 있다.

마두로 정권은 어떻게 미국의 숙적이자 러시아의 친구가 됐나?

우고 차베스 시절(1999~2013) 베네수엘라와 미국은 종종 갈등을 겪기는 했지만 중요한 무역 파트너였다.

"미국은 오랜 세월동안 베네수엘라 원유의 주고객이었습니다. 그리고 베네수엘라 북부의 정유소들은 오직 미국 수출용 원유만을 다뤘었죠." 도빈스는 이렇게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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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마두로는 미국 정부가 본인의 자리를 없애려고 한다고 비난했다

그러나 2013년 마두로가 집권한 후 위기가 심화되면서 양국의 관계는 끊어졌고 마두로 정권과 연관된 개인과 기업에 대해 제재가 가해졌다.

미국이 베네수엘라와 거리를 두고 있는 동안 러시아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은 베네수엘라와 전례없을 정도로 가까워졌다. 그리고 베네수엘라는 국제문제에서 러시아를 지지하기 시작했다.

전문가들은 러시아가 2014년 크림 반도를 병합한 이후 국제사회에서 유리되면서 다른 국가와의 관계를 모색하게 됐다고 한다.

"러시아는 자신과 거래를 원하는 나라를 찾고 있고 베네수엘라도 거기에 포함되죠." 전 주우크라이나 미국 대사이자 현재 브루킹스연구소에 재작하고 있는 스티브 파이퍼는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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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러시아는 베네수엘라 원유 사업에 투자를 했다

미국이 베네수엘라에게서 멀어지면서 러시아는 베네수엘라에 더 손을 뻗쳤다.

최근 10여년간 러시아의 석유기업 로스네프트는 베네수엘라 원유 산업에 상당히 깊이 개입했다.

몇몇 전문가는 로스네프트와 러시아 정부가 2006년부터 지금까지 200억 달러에 상당하는 차관을 제공한 것으로 추산한다.

도빈스는 베네수엘라가 지금껏 차관을 갚을 능력이 없었고 정권이 교체되면 이 돈을 받을 수 없게 될 것이라고 한다.

이게 다 석유 때문인가?

마두로는 미국이 자국의 석유를 통제하려 한다고 비난한다. 베네수엘라 정부가 즐겨 사용하는 주장이다.

"미국에게 베네수엘라가 중요한 상업 파트너였다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죠. 백악관도 틀림없이 이 관계를 복원시키고 싶을 겁니다." 도빈스는 말한다.

"하지만 미국이 베네수엘라의 석유를 통제하길 바란다는 주장에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한편 베네수엘라 정부는 러시아의 지원을 찬양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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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롬비아 ICESI 대학교 소속의 전문가 블라디미르 루빈스키는 러시아의 입장에는 석유 뿐만 아니라 다른 이유가 있다고 본다.

"2014년부터 러시아의 투자는 사업성 측면에서 의문의 대상이 됐죠. 베네수엘라에 매장된 원유는 수익을 내려면 많은 돈을 필요로 합니다." 루빈스키는 말한다.

"러시아는 투자로 위장해서 마두로 행정부에게 도움을 준 거에요. 이미 매장된 원유를 보유하고 있는 로스네프트에게 그만한 돈을 베네수엘라에 쓰는 건 말이 안됩니다."

도빈스 또한 미국의 석유 및 가스 산업이 수입에 덜 의존하게 됐다고 지적한다.

그럼 왜 러시아는 베네수엘라를 지원하는가?

BBC 러시아 서비스의 에디터 파밀 이스말리노프는 여기서 가장 핵심적인 것은 푸틴이 자국민에게 보내고자 하는 메시지라고 설명한다.

"자국민에게 러시아가 비록 제재를 받고 있지만 초강대국의 역할을 하고 있으며 동맹국이 있다는 걸 보여주는 건 중요합니다." 이스말리노프는 말한다.

전 주우크라이나 미국 대사 스티븐 파이퍼는 러시아가 실제로는 고립돼 있지만 그렇지 않다는 걸 보여주고자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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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폼페이오 장관은 베네수엘라 군사 행동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그러나 미국도 대내적으로 베네수엘라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플로리다 남부에는 베네수엘라와 쿠바 출신들의 커다란 공동체가 있는데 이들은 베네수엘라의 정권 교체를 지지합니다." 도빈스는 설명한다.

쿠바와 베네수엘라는 긴밀한 관계를 갖고 있다. 군사 협력도 하고 있지만 쿠바측은 베네수엘라에 병력을 파견하지 않는다고 부인한다.

때문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최근 쿠바에 대한 새로운 제재와 협박에 대해 말했다.

"플로리다가 특정 정당에 대한 지지세가 강하지 않고 2020년 대선이 가까워지고 있다는 걸 고려하면 베네수엘라가 트럼프 대통령의 선거 운동의 주 테마가 될 수 있죠." 도빈스는 덧붙인다.

게다가 베네수엘라의 인도적 위기는 급격한 이민 증가로 미국과 인근 남아메리카 국가들에게 영향을 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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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베네수엘라와 멕시코 이주자들이 멕시코 국경에서 대기하는 모습

그럼 외교정책의 문제이기도 하단 말인가?

루빈스키는 러시아가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미국과 맞붙으려 한다고 생각한다.

"러시아 엘리트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조지아, 그리고 구소련 소속 국가들 같은 이웃 국가과 갖고 있는 문제는 미국의 영향력으로 인한 걸로 봐요."

러시아 정부는 여러 차례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개입하고 있다고 비판했으며 발트해 지역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분견대로 미군을 배치한 것을 비판한 바 있다.

루빈스키가 볼 때 러시아는 '미국의 안마당'으로 간주하는 남아에리카와 캐리비언 지역 국가들에 대해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시도하고 있다.

"러시아 정부는 여기 국가들에 대해, 특히 베네수엘라과 쿠바에 영향력을 유지할 수 있다면 미국이 러시아의 인접국에 대한 정책을 바꾸도록 압박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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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Opposition leader and self-declared acting president Juan Guaido has his authority recognised by several countries, including the US

도빈스는 미국이 오랫동안 이 지역에서 러시아의 존재를 위협으로 여겨왔다고 한다.

"미국은 서구 바깥의 나라가 이 구역에서 행세하는 걸 용납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백악관은 러시아를 지지하는 나라들을 늘 불신의 눈초리로 바라보곤 했죠."

마두로는 어떠한가?

"그가 권력을 유지한다면 러시아는 시리아에서 그랬던 것처럼 정권을 지키는 게 가능하다는 걸 보여줄 겁니다." 도빈스는 말한다.

"만약 마두로가 물러나면 미국은 자신이 정권을 무너뜨릴 수 있음을 인정하겠죠. 이는 러시아에게도 잠재적 위험으로 비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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