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명치료: 프랑스 법원 '11년 된 식물인간 환자에게 연명치료 장치 재부착하라'

오토바이 사고로 11년 간 식물인간 상태로 있는 벵상 랑베르 Image copyright Handout via AFP
이미지 캡션 오토바이 사고로 11년 간 식물인간 상태로 있는 벵상 랑베르

프랑스 항소 법원이 20일 생명유지장치를 떼냈던 식물인간 환자 연명장치를 재개하라고 명했다.

의료진은 항소 법원 명령이 있기 전 사지마비 식물인간 환자인 42세 벵상 랑베르의 생명 유지 장치를 껐다.

랑베르는 2008년 오토바이 사고를 당하고 지난 11년 간 식물인간 상태로 병상에 누워있었다.

랑베르의 연명치료 여부를 두고 그의 가족과 프랑스는 둘로 갈라졌다.

아내는 랑베르의 영양공급 튜브를 제거해달라고 요구한 반면, 랑베르의 부모는 아들을 계속 살려둬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이번 법원 판결에 어머니 비비앙(73)은 이번 판결이 아들의 생명 유지를 위해 싸워온 투쟁에 "매우 큰 승리"라고 기뻐했다.

이어 "의료진이 아들에게 영양분과 음료를 공급할 것"이라며 "법원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의료진은 같은 날 오전에 와이프와 형제 자매 등의 뜻에 따라 영양공급과 수분 공급을 중단시켰다.

초기 판결에서 법원은 랑베르의 연명치료를 중단하라고 명한 바 있지만 이번 항소 판결에서는 결과가 뒤집혔다.

유럽인권재판소(ECHR)도 병원과 아내의 연명 중지 요청에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랑베르의 아버지가 그를 빼낼 계획을 세울 수도 있다는 보안상 우려 때문에 의료진은 바로 연명 중지를 실행하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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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어머니 비비앙이 아들의 사진을 들고 생명을 연장해 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이를 두고 프랑스에서는 격렬한 논쟁이 벌어졌다.

프랑스에서 안락사는 불법이지만 의료진이 말기 환자를 깊은 수면상태로 유도하는 것은 허용하고 있다.

왜 법정 다툼까지 이어졌나

사고 전 전직 간호사였던 랑베르는 식물인간이 된 이후 위에 연결된 관을 통해 음식물과 수분을 공급받고 있다. 자가 호흡을 하며 가끔 눈을 뜨기도 한다.

의료진은 수년동안 랑베르의 상태를 호전시키려고 노력했지만, 2013년 그의 아내 레이첼과 상의한 끝에 치료를 중단해야한다고 권고했다. 하지만 랑베르 가족들의 의견이 갈리면서 이 결정은 난항을 겪었고 랑베르의 치료를 두고 오랜 법적 다툼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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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아내 레이첼은 '남편 역시 병원에서 이런 상태로 계속 지내는 것을 원치 않을 것'이라고 했다

아내 레이첼을 비롯한 6명의 형제자매와 조카는 연명 치료 중단을 원했지만, 독실한 가톨릭 신자였던 부모님 피에르와 비비안을 비롯해 두 명의 다른 형제자매는 치료가 계속되야 한다고 봤다.

이 사건이 한창 논란이던 2015년, 랑베르의 부모는 보수 성향의 가톨릭 웹사이트를 통해 랑베르가 병원에서 지내는 모습이 담긴 유투브 동영상을 공개했다.

그러자 의료진은 이 동영상이 그의 상태를 대중에게 오도할 수 있다고 비난했다.

각종 공방

유엔 장애인 권리 위원회(CRPD)는 이 사건에 개입하겠다며 조사가 이어지는 동안 랑베르의 생명유지장치 제거 결정을 연기하라고 프랑스에 촉구했다.

그러나 프랑스 보건부는 위원회의 권고는 구속력이 없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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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이 건은 프랑스에서 '죽을 권리' 논쟁을 촉발시켰다

아그네스 부진 보건부 장관은 항소법원 결정이 나기 전 "모든 법적 항소 절차가 소진됐다"고 말했다.

유럽인권재판소는 부모와 형제자매들이 유엔 위원회의 요구를 지켜달라는 추가 요청을 기각했다.

법원은 이 건에 대해 "입장을 바꿀 수 있을만한 새로운 증거가 제출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랑베르의 부모는 지난 주말 공개 서한을 통해 마크롱 대통령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편지에서 이들은 "대통령께서 아무 일도 하지 않는다면 랑베르는 수분 부족으로 죽게 된다. 대통령만이 이를 막을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자 마지막 사람"이라고 호소했다.

이어 "프랑스에서 2019년 아사로 죽은 사람은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치료 중단 결정은 법률대리인인 의사와 환자 아내 사이 지속적인 대화 끝에 내려진 것"이라며 중재 요청을 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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