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 이민자 수용 시설 공격으로 수십 명 숨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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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습 직후 현장 모습

리비아 수도인 트리폴리 외곽 타조라 지역의 이민자 수용 시설이 공습을 당해 이민자 44명이 숨지고 최소 130명이 다쳤다.

유엔이 인정하는 리비아통합정부(GNA)는 피해상황을 이같이 밝히고, 군벌 칼리파 하프타르가 이끄는 반정부군의 소행이라며 비난했다.

유엔 미첼 바첼레트 인권고등판무관은 구체적 상황에 따라 '전쟁 범죄'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사망자 대부분은 리비아에서 몰래 바다를 건너 유럽으로 가려던 아프리카 출신 이민자들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유럽으로 향하던 도중 붙잡혀 리비아 정부가 운영하는 이민자 수용 시설에 머물고 있었다.

현재 리비아는 2011년 무아마르 가다피가 권좌에서 쫓겨나 살해된 뒤 내전과 종족 간 갈등으로 혼란을 겪고 있다.

"여성과 어린이도 공격 받아"

공습을 당한 시설은 6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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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이민자들이 공습 뒤 잔해를 정리하고 있다

현장에 있었던 리비아 보건부 칼리드 빈 아티아 박사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수용 시설은 파괴됐고 사람들은 여기저기 흩어졌다"면서 격납고 상황을 묘사했다.

그는 선명하게 볼 수는 없었지만 구급차가 도착했을 때 현장에 피가 낭자했고, 시신 일부가 눈에 띄는 등 참혹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사람들이 울고 있었다. 심리적 트라우마가 존재했다. 전등도 더 이상 들어오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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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이 인정하는 정치적 대화단체의 일원인 구마 엘 가마티도 여성과 아이들 또한 공습 피해자였다고 BBC에 말했다.

누구의 탓인가

유엔이 지지하는 정부인 통합정부군(GNA)은 파예즈 세라즈 총리가 이끌고 있다.

이들은 자칭 '리비아국민군(LNA)'이 센터를 공습했다며 "악랄한 범죄가 미리 치밀하게 계획됐다"고 비난했다.

LNA 수장인 칼리파 하프타르는 공습이 벌어진 지역에서 정부군과 싸웠다.

앞서 1일 이들은 전통적 전쟁 수단이 고갈됨에 따라 트리폴리에 있는 주요 거점에 대한 대규모 공습을 하겠다고 예고했다.

LNA는 자신들이 수용 시설을 타깃으로 폭탄을 떨어뜨린 것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시설 주변 친정부 캠프를 폭격했고 정부군 반격을 받는 과정에서 벌어진 일이라는 것이다.

유엔난민기구 찰리 야슬리 대변인은 수용시설을 공격한 배후가 누군지는 확인할 수 없다고 로이터 통신에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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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수용 시설 파괴로 야외에 자리를 잡은 이민자들

리비아 내전은 왜 일어났나

정치 및 군사적 당파 간 혼란으로 리비아는 극도로 불안한 상태다.

통합정부군(GNA)과 리비아국민군(LNA)이 주요 당파인 가운데 누구도 완전한 국가 통제권을 갖고 있지 않다.

LNA의 수장 하프타르는 지난 4월 통합정부에 대항해 공세를 시작했다.

리비아에서 40년 넘게 정치적 활동을 벌여온 하프타르는 가다피의 미움을 사 미국으로 망명했다.

2011년 귀국한 그는 프랑스와 이집트, 아랍에미리트의 지원을 받아 가다피 축출에 앞장섰다.

리비아 시민들은 하프타르에 대해 복합적인 감정을 갖고 있다. 과거 그가 가다피, 미국과 가까웠던 전력 때문이다.

하지만 그가 이슬람 극단주의 단체를 진압해 벵가지 밖으로 내몬 성과는 인정한다.

열악한 상황에 놓인 리비아 이민자들

리비아에서는 정치적 혼란 속에 인신매매 조직이 활개를 치고 있다. 이들은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에서 온 이민자들의 절박함을 이용한다.

인권 단체들은 이민자 수용 시설의 열악한 현실을 강조해왔다. 유럽으로 가려는 많은 이민자들은 해안경비대에 붙잡혀 이곳에 오게 된다.

제네바의 국제이주기구 레오나드 도일 대변인은 "(참사가 난) 수용 시설은 과거에 표적이 됐던 민병대 작업장 바로 옆"이라며 이민자 시설의 입지가 제대로 고려되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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