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시위: 중화권 출신 가수들 '홍콩은 부끄러운 줄 알라'

엑소 레이는 SNS에 "홍콩은 부끄러운 줄 알아라"라고 적힌 포스터를 올렸다. Image copyright VCG
이미지 캡션 엑소 레이는 SNS에 "홍콩은 부끄러운 줄 알아라"라고 적힌 포스터를 올렸다.

"홍콩은 부끄러운 줄 알라"- 중화권 출신 아이돌들이 소셜미디어에 올린 글이다.

아이돌이 정치색이 짙은 발언을 하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지만, 한국에서 데뷔한 중화권 출신 아이돌 가수들이 연달아 '하나의 중국'을 지지하고 홍콩을 비판하는 글을 공개적으로 올리고 있다.

최근 시위대와 경찰 충돌이 고조되면서 홍콩 경찰의 폭력적인 시위 진압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홍콩에서 범죄인 인도법(송환법)에 반대하는 반정부 시위가 두 달 넘게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18일 홍콩 도심에서 대규모 민주화 시위가 또다시 열렸다. 지난 주말 시위는 평화적으로 마무리됐다.

아이돌 가수들의 '중국 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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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다수의 중화권 출신 아이돌이 웨이보 공식 계정에 공개적으로 중국 정부 지지 선언을 올렸다

최근 국내외에서 활동하는 엑소 레이, 에프엑스 빅토리아, 우주소녀의 미기, 선의, 성소, 세븐틴의 디에잇과 준 등 중화권 출신 아이돌 가수들이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 공식 계정에 공개적으로 중국 정부 지지 선언을 했다.

또한 홍콩 출신인 갓세븐의 잭슨도 중국을 지지하는 글을 올렸다.

빅토리아는 본인 인스타그램 계정에 16일 "나는 중국을 사랑한다, 나는 홍콩을 사랑한다!"라는 글과 함께 중국 국기인 오성홍기에 "홍콩은 영원히 중국의 일부다"라는 문구가 적힌 사진을 함께 올렸다.

엑소의 레이 또한 15일, "국가를 믿는다. 폭력을 배제하고, 홍콩과 중국에 평화가 오기를"이라는 문구와 함께 "홍콩은 부끄러운 줄 알아라"라고 적힌 포스터를 올렸다.

인스타그램은 중국 본토에서는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전 세계 팬들이 볼 수 있는 SNS 플랫폼에 자신의 의사를 거듭 드러낸 셈이다.

BBC 월드 서비스 홍콩 지국의 그레이스 최 기자는 중국 정부와 본토 팬들을 고려했을 때, 중화권 아이돌들의 '중국 지지' 선언은 놀랍지 않다고 말했다.

이 같은 결정에는 여러 배경을 고려할 수 있다며 "중국의 거대한 시장에서 오는 경제적 이익"과 중국 본토의 역사적 분위기를 고려했을 때 진심으로 "애국심을 표현하려는 마음"도 배제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홍콩 시위대는 송환법 완전 철폐, 행정장관의 사퇴, 시위를 폭동으로 규정한 것에 대한 사과, 홍콩 경찰에 대한 독립적 조사, 시위 체포자 석방을 요구해왔다.

이에 그레이스 최 기자는 이 다섯가지 요구 사항 중 '하나의 중국' 원칙 자체를 거부하는 조항은 없다고 설명했다.

한편 2014년 우산혁명을 응원하는 노래를 부른 홍콩 가수 데니스 호 는 중국 연예 시장에서의 퇴출이나 다름 없는 '블랙리스트'에 이름이 오른 바 있다.

'하나의 중국'

지난 13일 엑소 레이는 삼성전자 글로벌 홈페이지의 국가 표기가 '하나의 중국' 원칙과 어긋난다는 이유로 갤럭시 스마트폰 모델 계약을 해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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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삼성 글로벌 페이지에서는 국가별로 언어 지원을 선택할 수 있다

현재 삼성전자 홈페이지는 언어 지원을 국가별로 하고 있는데, 중국 외에 대만과 홍콩 언어 서비스를 따로 지원하고 있다. 홍콩의 경우, 영어와 중국어가 모두 공식 언어다.

홍콩 시위가 2달 넘게 계속되면서, 중국에서 대만이나 홍콩을 따로 분류한 글로벌 기업들에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앞서 명품 브랜드 베르사체가 만든 티셔츠에 홍콩과 마카오를 중국의 한 도시가 아닌 별도의 나라로 묘사했다는 이유로 중국에서 비난을 받고 사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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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홍콩과 마카오를 별도로 표기한 베르사체

베르사체의 아티스틱 디렉터인 도나텔라 베르사체는 SNS를 통해 "중국의 국권을 모독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었다"라면서 "오해를 초래한 것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하며, 이로 인해 피해를 보신 분들께 개인적으로 사과드린다"라고 전했다.

'하나의 중국'은 본토 중국과 대만, 홍콩, 마카오 등은 모두 중국의 일부이자 하나로서 나눠질 수 없으며, 국제 사회는 이를 인정해 '중화인민공화국'만을 합법적인 중국 정부로 인정해야 한다는 원칙이다. 중국 정부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위구르 등 중국 내 소수 민족에게도 적용한다.

케이팝과 '하나의 중국'

2015년 가을, 그룹 트와이스의 멤버 쯔위가 MBC의 '마이 리틀 텔레비전'의 인터넷 생방송에서 대만 국기를 흔들었다는 이유로 중국인들의 큰 비난을 받았다.

2016년 1월, 결국 쯔위는 JYP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중국어로 사과 영상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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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쯔위는 대만 출신으로 13살에 연습생 트레이닝을 받기 위해 한국에 왔다

수척한 얼굴로 카메라를 향해 90도로 인사를 한 후 중국어로 낭독한 사과문에는 '중국은 하나'라는 내용과 함께 "제가 중국인임이 자랑스럽다"라는 말이 담겼다.

쯔위는 대만 출신으로 13살에 연습생 트레이닝을 받기 위해 한국에 왔다.

당시 박진영은 JYP 공식 홈페이지에 따로 사과문을 올리며 "다른 나라와 함께 일하는 데 있어 그 나라의 주권, 문화, 역사 및 국민들의 감정을 깊이 이해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라면서 쯔위가 반성하고 있으며 "쯔위의 부모님을 대신하여 잘 가르치지 못한 저와 저희 회사의 잘못도 크다"라고 전했다.

대만 문제는 중국이 가장 민감하게 여기는 문제다. 중국은 대만을 독립적 국가로 인정하는 세계 어떤 나라나 기업과도 관계를 맺지 않는다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많은 대형 기획사들은 아이돌 그룹 기획 단계부터 외국인 멤버를 포함해왔다. 다양한 마케팅 전략이 가능하고, 해외시장 진출의 성공률을 올려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은 가장 큰 시장 중 하나다.

홍콩과 중국의 관계는 어떠한가?

홍콩은 1841년부터 영국의 식민지였고 1997년 중국에 반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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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홍콩 캐리 람 행정장관은 논란이 됐던 범죄인 인도 법안은 '죽었다'고 발표했다

반환과 함께 시행된 '홍콩특별행정구 기본법'은 홍콩에 넓은 자율권과 특정한 권리를 보장하는 일종의 미니 헌법과 같다.

'일국양제' 원칙에 따라 홍콩은 사법적 독립성을 유지하고 홍콩 자체의 법률과 경제 체제, 그리고 홍콩달러 화폐를 유지해왔다.

중국은 외교와 국방 문제에 대한 통제권을 갖는다. 또한 홍콩과 중국 본토를 오가려면 비자나 허가증이 필요하다.

하지만 최근 많은 홍콩 시민들은 인권과 언론의 자유, 집회의 자유를 비롯한 자유를 보장받지 못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홍콩 기본법은 2047년 실효된다. 하지만 그때까지도 홍콩의 자율권에 어떠한 변화가 생길지는 불분명하다.

홍콩 시위 왜 시작됐나

이번 시위는 홍콩 정부가 중국 본토로 범죄인 송환을 가능하게 하는 법안을 도입하면서 시작됐다.

홍콩 캐리 람 행정장관은 논란이 됐던 범죄인 인도 법안은 '죽었다'고 발표했지만, 홍콩 시위대가 법이 완전히 폐기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며 시위를 이어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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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성은 경찰은 고무탄에 맞아 한쪽 눈을 실명할 위기에 처했다

경찰이 시위대에 과도한 폭력을 행사했다는 비난이 커지면서 논란은 더욱 격화됐고, 시위대는 경찰 폭력 관련해 독립적인 조사와 민주적 개혁을 외쳤다.

지난주 12일부터 이틀간 시위대가 홍콩 국제공항을 점거해 여객기 운항이 전면 중단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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