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주사바늘과 피가 널브러진 해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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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니에라 아크람은 카라치의 클리프톤 해변에서 의료 폐기물을 발견했다

그날, 파키스탄에서 가장 사랑받는 해변을 아침에 걷는 일은 행복한 경험과는 거리가 멀었다.

시간과의 전쟁이었다. 해변에 널브러진 주사바늘과 시험관에 든 혈액을 비롯한 의료 폐기물로 사람들이 다치지 않게 해야 했다.

"해변에 오는 사람들을 보호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장 먼저 했습니다." 샤니에라 아크람은 BBC에 말했다. "정말 충격적이었어요."

파키스탄 남부에 위치한 카라치의 클리프톤 해변은 현지인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그러나 폭우가 내린 후 평소 금모래빛으로 가득하던 해변의 4~5km 가량이 비닐 봉지에 가려진 위험한 의료 폐기물들을 비롯한 쓰레기로 뒤덮혔다.

파키스탄의 전설적인 크리켓 선수 와심 아크람의 부인인 샤니에라는 해변이 안전하지 않음을 금새 깨달았다.

"지난 4년 간 이 해변을 매일 걸었는데 오늘처럼 겁에 질린 적이 없었습니다." 그는 3일 아침에 자신이 해변에서 찍은 사진들을 트위터에 올리면서 말했다.

단 10분 만에 그는 "40개 이상"의 주사기를 모래에서 발견했다고 덧붙였다. "클리프톤 해변은 지금 지극히 위험한 상태이며 폐쇄돼야 합니다."

"무슨 병원이 해변에 쓸려나간 것 같았어요." 그는 BBC에 말했다. "제가 이곳에서 살면서 처음 보는 일입니다."

의료 폐기물이 발견되는 것은 분명 매우 드문 일이다. 그러나 1400만 명이 사는 파키스탄 최대의 도시 카라치는 늘어나는 쓰레기로 골머리를 앓아왔다.

Image copyright Twitter/@iamShaniera
이미지 캡션 SNS에 공유된 해변의 사진들은 사람들을 격분케 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매일 주민들이 쏟아내는 쓰레기 13,000톤의 3분의 1이 하수구로 버려진다 한다. 이는 클리프톤 해변이 위치한 아랍해로 이어진다.

파키스탄의 해양문제 정무차관 자밀 아메드 칸은 지역 정부가 지난 10년간 폐기물 문제를 처리하는 데 실패했음을 인정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이번 의료 폐기물 사건은 야생동물보호기금에서 기술자문역으로 일하는 모하메드 모아잠 칸에게 특히 충격적이다.

"지금껏 한번도 이런 일이 없었습니다." 칸은 말했다. "환경에 대한 인식이 낮았던 20년도 더 전에는 병원이 의료 폐기물을 일반 쓰레기로 버리는 일이 적지 않았죠."

"하지만 관련 규제가 늘었고 병원의 폐기물 처리는 보다 체계화됐죠."

클리프톤 해변에 널브러진 의료 폐기물이 어디서 온 것인지는 분명치 않다. 관계자들은 BBC에 폐기물이 어디서 왔는지 모른다고 말했다. 그러나 칸 자문역은 폐기물이 어떻게 해변에 이르게 됐는지 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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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클리프톤 해변은 현지인과 관광객 모두에게 인기가 높다

"해변에서 발견된 폐기물은 몇주간 이어진 폭우로 넘친 쓰레기장에서 온 것 같습니다." 그는 BBC에 말했다.

적어도 현재는 클리프톤 해변의 의료 폐기물들에 대해 적절한 대처가 이뤄지고 있다. 시 당국은 아크람 씨가 트위터에 도움을 요청한 지 수 시간만에 해변을 폐쇄했다.

아크람 씨는 자신이 찍은 충격적인 사진들이 당국으로 하여금 보다 근본적인 대책을 취하게끔 하기를 바란다.

"사람들은 오랫동안 싸울지 도망갈지를 결정해야 하는 상태에 있었습니다. 서구의 사람들은 당연한 것처럼 여기는 것을 우리는 놓치고 있었죠. 폐기물 관리 같은 것 말입니다." 그는 말했다.

"그래도 사람들은 하나씩 해나가고 있어요. 이번 일이 뭔가 긍정적인 것이 될 수 있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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